오늘로 백 스물 네번째 되는 밤입니다.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아마 아직도 두려운가 봅니다.

이미 오래전 일이 되 버린 첫날의 두려움은 어느새 의문으로 바뀌고 이제는 서서히 지루해 져만 갑니다.

나는 당연히도 내리쬐는 햇살이 권리인 마냥 누렸고, 그것의 업보일까요?

오늘은 날이 참 좋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자꾸만 나를 멀어지게 만들더군요.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당신께 날려 보낼까 하다가도, 이내 매섭게 부는 바람이 나를 현실로 잡아챕니다.

때로는 인생이란 것이 참 아름답다가도, 덧없이 사라지는 인생이란 것이 참 애석합니다.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지만, 이제서야 서서히 깨달아 가는 듯 합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참 빠르게 가덥니다. 무슨 길이 바빠 그리 빠르게 가셨는지 아직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마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당신의 흔적이 점점 희미해져만 갑니다.

일어난 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해가 어스름히 지며 석양이 스러집니다.

그렇게 빤히 보던 보름달은 만났을까요. 달이 밝은 밤에는 이제 나가지 않기로 합니다, 내가 우는 모습이 당신께 너무 잘 보일까봐요.

늪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발버둥 칠 수록 더 죄여오는 진창에 빠지나 봅니다. 이내 더 이상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고, 그대로 질식해 죽어버릴까 무섭습니다. 죽은 것들 속에 산 나 홀로 빠진 늪에서 나는 너무도 외롭습니다.

비슷한 것도 많겠지요, 다들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게 꼭 나여야만 했는지, 달 밝은 오늘 유난히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