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오빠가 나보고 왜 갖고 있는 재능을 쓰지 않냐고 물었다. 그 말인즉슨 내게 꿈을 펼치라는 말이었다. 네 것을 쓸 수 있는 곳으로 가라며 여긴 너에게 좁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듣기만 해도 입꼬리가 실룩대는 조언일 수 있다. ㅡ그는 농담이랍시고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아닐 뿐더러, 여기저기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온 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는 나라는 사람의 특징을 지켜볼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결코 귀만 달콤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난 내가 그만큼 큰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거니와, 이젠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확신이 든 이후였기에 내가 많이 흔들렸을 때 이런 조언을 들었다면 어땠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한 번이라도 움찔했을 것 같았다. 그래봤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결정했겠지만 말이다.

이젠 후유증처럼 남아버린 그 기억도 보내줄 때가 되었는지 다시 떠올려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 기억이 서랍장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낡고 작아진 건 근 2년만이다.

난 내 분수에 맞게 살아야겠다는 말로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까지 어디론가 구겨넣고 있는 것 같다.

그 동기 오빠가 자신의 포부는 지금보다 더욱 크다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비해 나는 말라붙은 낙엽처럼 물을 원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무가 날 원하지 않았던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