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기에 처한 듯한 주희...

워떤 일이 벌어지려는지...흠흠

즐독하시구 행복한 금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전 왠일인지 회사서 일이 좀 있네요...-_-;;

18편과 완결편은 오늘 밤이나 낼 오전 중에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럼..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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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26




끼이익!

며칠 전 괴물을 목격했던 집에 다시 승현의 ef소나타가 세워졌다.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경찰병력이 눈에 띄었다. 어둠 속의 커다란 집에 달린 수많은 창에는 어떤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아 화려한 집이 마치 폐가처럼 변해 있었다. 집의 외양만으로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지만 최소한 지금 승현의 눈에는 집에 살고 있던 많은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간, 그리고 주변의 다른 훌륭한 주택들에서 나오는 화려한 조명들과는 달리 컴컴한 어둠 속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곳이 절대 정상적인 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급히 내린 승현의 눈앞에 경관 정도로 보이는 한 건장한 남자가 다가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비켜 이자식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말해서는 수상한 사람으로 찍혀 들여보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승현은 알고 있었다. 경관이 자신을 알고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현은 급히 둘러댔다.

"전 김수산씨 담당 민사 소송 관련 변호사였습니다. 이번에 김수산씨 사망 후 유산 관리인으로 선임되었었는데...유족들께서 돌아가시는 통에 유산 분배 문제가 복잡하게 됐습니다. 집안에 혹시 이주희씨가 계십니까?"

"아...그렇습니까?"

경관은 반 정도 의심하는 눈치였다. 주희가 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좀 비켜보란 말이다..젠장...'

승현은 급히 가방을 뒤적여 자신의 변호사 자격증과 이런저런 유산 분할 절차 관련 서류들을 꺼내보였다.

"여기 제 변호사 자격증과 서류들입니다. 이정도면 제 신원은 확인이 되었을 텐데요.."

경관은 잠시동안 자신의 변호사 자격증과 서류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승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뭔가를 물었다.

"김수연양과 김철준군이 이 집에서 사망할 당시에는 경찰병력이 집주위에 투입되지 않았었나요?"

"지금의 절반정도의 병력이 투입됐었습니다. 유족들의 출입을 통제할 필요가 생겨서 밖에서 문을 잠궈뒀는데 어제 또다른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이주희씨는 다른 보호소가 생길 때까지 일단 저희 경관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보십시오. 김승현 변호사님..."

서류를 모두 확인한 경관은 승현에게 들어갈 것을 허락했다. 승현은 그가 내미는 변호사자격증과 서류들을 받을 정신도 없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녁 9시였다. 어두컴컴하고 조용했다. 채광이 잘되는 집의 모든 창에는 두껍게 커튼이 쳐져 있어 집안은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승현은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어둠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며 거실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그런데...!'

순간 승현의 머릿속을 어떤 생각이 스쳤다.

'경관들이 안에서 주희를 보호하고 있다면 어째서 불을 전부 꺼놓은 거지?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뒀을까?'

순간 승현의 발이 끈끈한 뭔가에 미끄러졌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승현은 넘어졌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계속 발이 미끄러지면서 우스운 모양으로 몇 번 굴렀다. 자기도 모르게 승현은 허우적거리며 바닥을 짚었다. 원목재 바닥의 딱딱한 촉감이 느껴져야 할 승현의 손에 정반대의 느낌의 차갑고 물컹한 뭔가가 잡혔다. 지독하도록 기분나쁜 느낌이었다.

"뭐...뭐야!"

긴장해 있던 승현에게 생소한 촉감은 무서운 충격이었다. 그는 정신없이 일어나 등을 기댈 바닥을 찾았다. 그런 그의 귀에 희미한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끄으으....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신음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는 승현의 발에도 아까와 익숙하지 않은 촉감이 전해져오며 뭔가를 밟았다.

"헉!"

다시 발이 미끄러진 승현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순간 등에 뭔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거실 벽이었다.

...으으으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안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신음소리는 새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승현은 일단 천천히 일어섰다. 왼손에 튀어나온 뭔가가 느껴졌다. 거실의 형광등 스위치였다. 승현은 주저하지 않고 스위치를 올렸다. 일단 이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딸깍!

"으아악!"

불이 켜지고 눈부심에 눈앞이 잠시 흐릿해졌지만 그것을 느낄 새도 없이 승현은 비명을 질렀다. 차라리 불을 다시 꺼버리고 싶었다. 눈앞이 환해지면서 가장 먼저 승현이 본 것은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온몸이었다. 아까 넘어지면서 그의 몸이 거실 바닥에서 정신없이 굴렀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굴러다녔던 거실바닥은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12명 정도 되어 보이는 경찰관들의 시체가 넓은 거실 아래 쌓여 있었다. 대부분 커다란 뭔가에 당한 듯 사지가 멀쩡한 시체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밟았던 무언가는 아직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 반 정도 남은 목을 덜렁거리고 있는 한 젊은 경찰관의 몸이었다!

"뭐...뭐야...제...제기랄!"

정신을 차리고 싶었지만 계속 무릎에 힘이 빠졌다. 속에서 뭔가 신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승현은 자기도 모르게 피바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릿속에 퍼뜩 무언가 생각났다.

"주희..! 주희는!"

승현은 정신없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시체들 사이에 주희가 끼어 있는지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눈앞의 참혹한 시체들 중 주희의 모습은 없었다.

'어디있는거지!'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하며 승현은 정신없이 일어났다. 자신이 등을 기대고 있던 벽 바로 옆에 익숙한 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자신이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던 주희와 성준의 방이었다. 무의식중에 승현은 방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승현은 정신없이 문을 두들겼다.

쾅쾅!

"주희씨! 주희씨!"

"꺄아악!"

문안에서 희미하게 어떤 여자의 비명소리가 승현을 향해 울려왔다. 목소리를 듣는 승현의 눈이 순간적으로 뒤집힐 것만 같았다.

"주희씨!! 이봐요 주희씨! 젠장! 주희씨! 이 개새끼야! 문열어!"

쾅쾅쾅!

승현은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실 건너편에 꽂혀 있는 골프채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번이고 거실에 흥건한 피에 미끄러지면서 달려간 승현은 골프채 중 하나를 빼들었다.

'대체 안에서 이 난리가 나는 동안 밖에 있는 경찰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속으로 소리치면서도 승현은 밖에 나가서 그들을 부를 여유가 없었다. 주희의 비명소리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잠겨 있는 문 안쪽에서 들려왔고 그녀가 언제 죽어갈지 몰랐기 때문이다.

쿵! 콱! 콰직!

비싼 재질로 만들어진 문이라 그런지 승현이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두들겨도 문은 부서지지 않았다.

"젠장! 깨져! 깨지란 말이야!"

부서지지 않는 문을 애처롭게 골프채로 두들겨대던 승현이 마지막 힘을 모아 골프채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순간...

콰당탕!

주희의 방문이 부서지며 누군가 안에서 뛰어나왔다.

"으악!"

바로 자신의 몸으로 부딪쳐오는 무언가를 알아챌 사이도 없이 승현은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손에서 놓친 골프채가 저만치 굴러갔다.




27




"요청하신 자료들입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이검사는 굳이 자신이 죽은 김성준의 집으로 가서 주희를 그녀의 신변 보호 장소까지 안내하겠다며 자신의 검은색 그랜져 XG를 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좌석에 앉아 있던 박형사가 이검사에게 '시끄럽지 않은' 조사를 부탁했던 자료들을 넘겨주었다.

"일단 일반적인 조사만 했습니다. 김승현씨가 고 김수산씨의 호적에 입적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더군요. 그런데...그 절차를 밟고 있던 사람이 의외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이검사는 조용히 차를 몰며 운전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박형사는 뭐라고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신호에 걸려 차가 잠시 멈췄다. 운전에 여유가 생긴 상황임에도 이검사는 박형사가 준 자료들을 뒤적여보지도 않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이검사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네?"

박형사가 괜히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이검사는 앞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사건이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후..."



"뭐! 뭐얏!"

뭔가에 부딪쳐 정신없이 뒤로 굴러간 승현은 골이 뻐근함을 느꼈다.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킨 것 같지만 가벼운 상처였고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승현은 자신에게 와서 부딪친 뭔가의 정체를 확인했다. 크지 않은 각도로 자신에게서 튕겨져나간 그것은 경찰관들의 시체가 가득 쌓인 피바다 아래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지가 잘려나간 한 여자의 시체였다. 여자의 배가 불룩했다.

"헉...주희..주희! 주희야!"

승현은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주희가...죽었다....'

자신을 지탱해 주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그의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승현은 잠시 충격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승현을 둘러싼 모든 방향에서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웃음소리가 퍼져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여자의 목소리도...승현은 천천히 하얗게 변했던 눈앞이 다시 캄캄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크크크크...케케케케...

"승현씨! 승현씨! 살려줘요!"

귓가로 들려오는, 아니 마음속으로 전해져 오는 무언가의 웃음소리와 주희의 비명 소리에 승현의 모든 감각이 혼미해져갈 무렵 승현의 눈앞에 있던 여자의 시체가 마치 지점토로 만들어진 것처럼 뭉글뭉글한 뭔가로 변하더니 그로테스크한 방향으로 구겨지며 어떤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지독한 뭔가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승현은 눈앞의 괴기스러운 광경에도 오직 주희의 죽음에 대한 슬픔에 젖어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크크크크크...

사지가 잘려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오래된 나무젓가락같은 돌기들이 솟아오르고 그 중 하나가 또다시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보낸 지점토는 급속히 쭈그러들면서 주름투성이의 뭔가로 변해갔다. 돌기들 중 하나에서 부풀어오른 알 수 없는 형체는 점차 커다란 가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것이 창백한 세부 형체를 갖추면서 천천히 일어나는 한편, 목이 달려있어야 할 부분이 꿈틀거리며 솟아올랐다. 천천히 머리의 모양을 갖추는 그것은 주름투성이의 얼굴과...이마의 커다란 점을 생성해냈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에서도 승현은 주희의 시체의 모습에서 변신한 무언가의 형체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완성된 이마에 희미하게 만들어져 가는 커다란 사마귀가 다시금 승현의 눈속으로 사진처럼 찍혀 들어왔다.

"유...재...훈..!"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는 그의 귓가로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지독한 피로감 속에서 비타민 C라도 마신 것처럼 승현은 약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승현씨! 승현씨!"

방안의 어둠 속에서 주희가 달려나왔다.

"주희...주희..."

땀투성이가 된 승현의 얼굴이 움찔거리며 주희의 이름을 불렀다.

"승현씨! 괜찮아요? 여기...피...피좀 봐...승현씨..."

"주희...주희씨...괜찮아요?"

"전 괜찮아요..승현씨...온몸이 피투성이에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까 사지가 잘려나간 모습으로 자신에게 부딪친 것은 주희의 시체가 아니라 유재훈이 변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고통과 정신의 혼미함 속에서도, 그리고 눈앞에서 계속 모습을 갖추어 가는 악마의 모습도 잠시 잊은 채 승현은 주희가 살아있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승현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어떤 불안감이 그의 머리를 점점 어지럽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자신의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위험과 불안한 사건들 사이에 뛰어들면서부터 그는 맹목적으로 뭔가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희에 대한 잊지 못한 사랑이었다.

승현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든 이 지옥에서 주희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승현은 당당히 서서 눈앞에서 거의 형체를 갖추어 가는 괴물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아직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아서인지 유재훈은 주변에서 끔찍한 웃음소리만을 울려대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승현은 옆에 있는 주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눈앞에서 형성되고 있는 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망치려면 기회는 지금이었다.

......클클클클...케케케케케....크크크크크....

"나갑시다..주희씨..."

"네?"

"도망치자구요!"

주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승현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 눈앞에서 이제 거의 완전한 형체를 갖춘 괴물을 피해 내달렸다. 그렇지만 그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콰당!

"윽!"

"꺄악!"

바닥에 흥건한 피가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방해했다. 승현은 튕겨지듯 일어나서 등뒤의 괴물의 상태를 확인했다. 완전히 형체를 갖춘 그것은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놈의 고개가 뒤로 돌려지고 있었다.

"젠장!"

"승현씨!"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그들은 허우적거리며 미끄러운 거실 바닥을 내달리다 미끄러지다를 반복했다. 그런 그들의 뒤에서 완성된 유재훈의 형체는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 찍혀 있던 커다란 사마귀는 더욱 커져 있는 듯했다. 게슴츠레하게 뜬 그것의 눈이 그들을 향해 빙글빙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