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 졸려 죽겠네용..

여러분의 식곤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상당히 독특한 살해씬...흐흣 기대해주셔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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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지독한 설사였다. 10여분동안의 배변동안 최검사는 힘이 쭉 빠졌다. 가뜩이나 긴장으로 힘이 빠진 몸이 더욱 늘어지는 듯했다.

일을 마친 최검사는 대변칸 안에 휴지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욕설이 새나왔다.

"젠장할...무슨놈의 국제공항 화장실에 휴지도 없어..."

휴지가 걸려 있어야 할 휴지걸이에는 다 쓴 빈 휴지말이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만..."

잠시동안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여행용 트렁크 안에 1회용 휴지를 챙긴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최검사는 시계를 한번 보았다. 벌써 시간이 6시 20분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는 바쁘게 화장실에 달려오는 동안 한번도 트렁크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휴지를 찾기 위해 트렁크로 오른손을 내리는 한편 가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행용 케이스를 구입한 것은 어제였다. 방금 전까지 잡지를 사기 위해 트렁크를 뒤적여 지갑을 꺼내기 전까지 단단한 여행용 하드케이스는 아주 볼품없게 변해 있었다. 특별히 흠이 났다거나 낡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여행용 케이스는 자신이 일을 보는 사이에 사정없이 부서져 그의 짐들이 화장실의 좁은 구석에 어지럽게 내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이...이게..."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중얼거리는 최검사의 귀로 잊을 수 없는 웃음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케케케....

"허..헉..."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최검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둘러싼 초록빛 화장실 벽으로 뭔가 찐득한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검게 변색되어 말라붙기 직전의 붉은 피였다.

...크크크..크흐흐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고 길게 최검사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귀를 막고 싶었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배변 후의 허전함, 그 뒤에 겪고 있는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경험이 그의 마음과 몸을 갉아들어가고 있었다. 최검사는 자신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져감을 느꼈다.

"으..으윽...살..살려줘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쉰 목소리를 짜내며 최검사는 주위에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킥킥킥...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듯한 웃음소리가 실체를 가지고 주위에서 더욱 가까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최검사는 혼란에 빠진 표정으로 좁은 대변칸 안을 더욱 격렬한 동작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렇지만 자신을 둘러싼 좁디좁은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살..살려..살려줘! 누구 없어요!"

딸깍!

최검사는 자신도 모르게 극심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궈둔 대변칸의 잠금쇠를 풀고 문을 밀어댔다. 그는 아직 바지도 올리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뭔가 무거운 것이 밖에 걸려 있는 것처럼 문은 전혀 열리지 않았다.

"으...으으...젠장..왜..왜안열리는거야..."

쾅쾅!

문을 밀어대던 그는 숫제 문을 쾅쾅 두들기기 시작했다.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간 눈이 쳐진 모양의 검은 양복차림의 누군가가 미친듯이 문을 두들기는 모습은 상당히 우스운 광경이었다. 그렇지만 최검사에게 지금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성준이라는 사람의 살해 사건의 수사를 맡고, 언제나, 어떤 사건에서든 자신을 지켜 주던 냉철함과 여유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누군가에 대한 공포로 완전히 무너져내린 뒤, 생각할 수 없는 공포가 그를 찾아왔던 것이다.

죽음...그것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죽음....그것은 적어도 최검사에게 있어서는 세상 어느 것보다도 두려운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2년 전의 어떤 사건에서 비롯되었고, 김수산의 유족들의 비참한 죽음으로 인해 자신에게 예견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으아악! 으아아악!"

최검사는 비명을 질러대며 문에 자신의 몸을 있는 힘을 다해 부딪쳤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어깨에 직선 방향으로 차가운 느낌이 전달되어 왔다. 그는 흠칫하며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크크크크...크하하하..."

"헉...끄으....끄아악!"

그것은 바로 자신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본 채 커다란 양손가위를 자신을 향해 길게 내려뜨리고 있었다. 산발한 긴 머리와 주름투성이의 메마른 얼굴, 그리고 게슴츠레하게 뜬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두 눈 위의 이마에는 커다란 사마귀가 찍혀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얼굴...그는 유재훈이었다.

"살려줘..그때...그때...."

"크크크크..."

최검사의 애원에도 유재훈은 아무 말 없이 좁은 대변칸 안에서 자신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최검사를 향해 끔찍한 소리로 웃고만 있었다.

"그때...그때 일은 실수였어..제발..제발 살려달란 말이야...흑..."

순간 최검사의 발이 뭔가에 걸렸다.

"으...으으....아악!"

대변칸 안이 좁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머리위의 양손가위를 피하며, 그리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유재훈을 바라보며 뒷걸음질치던 최검사는 그만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반사신경은 남아있었는지 최검사는 빠른 손동작으로 자신의 등뒤를 받쳤다. 물컹하고 차가운, 그러면서도 미끄러운 느낌이 최검사의 손으로 전해져 왔다. 아니, 그것은 최검사의 손을 넘어 손목까지 밀고 들어왔다.

"큭!"

최검사가 손을 밀어넣은 곳은 자신의 배설물로 가득한 변기안이었다. 그는 기겁하며 손을 뺐다. 순간 자신의 트렁크에서 떨어져나온 짐 중의 하나였던 핸드폰에 발이 미끄러졌다.

쿵!

"끄악!"

변기의 가장자리에 최검사가 머리를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이 멍해져 왔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순식간에 뒷골이 축축해져 왔다. 뇌진탕을 일으킨 것이다.

"끄으으..끄윽.."

"크크크크..."

천장에 붙은 채 최검사를 잔인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유재훈의 악령이 소리없이 최검사를 향해 내려앉았다. 그리고 양손가위를 최검사의 오른쪽에 내려놓은 뒤 최검사의 뒷머리를 살짝 붙잡았다.

"끅...살..살려..."

순식간에 유재훈의 메마른 손은 머리가 터진 최검사의 피로 붉게 젖었다. 그는 최검사의 이마에 피에 젖은 손으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점점 뒤집어져가는 최검사의 눈은 유재훈의 끔찍한 모습과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점점 더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

유재훈은 최검사가 밟고 미끄러진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오물로 가득한 변기 안으로 그것을 던져넣은 뒤 강하게 밀어넣었다.

그리고 유재훈은 가볍게 최검사의 몸을 뒤집었다. 뇌진탕으로 정상적인 감각을 느낄수도, 판단을 할 수도 없었던 그였지만 코로 들어오는 지독한 악취는 느낄 수 있었다. 유재훈은 변기 내부로 최검사의 머리를 향하게 했다. 그리고...그의 뒷골을 붙잡은 뒤...인정사정없이 안으로 들이밀었다.

"크륵..크아악!"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최검사의 비명소리가 애처로웠다. 그렇지만 최검사의 뒷골을 붙들고 있지 않은 유재훈의 다른 손은 가볍게 가까운 뭔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것은 물을 내리는 스위치였다.

최검사는 말라빠진 귀신의 힘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귀에만 고막이 터지도록 파고드는 비명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부딪친 변기에 목이 졸렸다. 그렇지만 그는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도살장에 끌려간 소의 모습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꾸르르....

최검사가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는 것을 기점으로 유재훈은 변기의 스위치를 내렸다. 순식간에 변기 안으로 물이 차오르고 최검사의 비명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의 비명소리는 잠잠해졌지만 그의 몸짓은 더욱 심해졌다.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최검사는 그의 몸에 달린 모든 팔과 다리를 허우적댔다. 지독한 오물과 함께 핸드폰에 막힌 변기 구멍으로 내려가지 못한 물이 변기위로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 물에 최검사는 조금씩 익사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허우적거림이 잠잠해질 때까지 유재훈은 한손으로는 최검사의 뒷골을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변기의 스위치를 놓지 않고 있었다.

"크크큭...."

그의 웃음소리가 조용해진 대변칸 안을 울렸다.
잠긴 대변칸 안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선 채 기다렸다. 비행기 출발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일을 보려는 사람들이 불평불만에 쌓인 표정으로 잠긴 문을 바라본다.

"이봐요!"

"나와!"

"몇십분짼지 알아요 지금!"



승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임 신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순철 신부는 신부님께서 주임 신부로 들어오실 무렵에, 그러니까 20년도 전에 사고로 죽었단 말입니까?"

"교통사고였습니다. 1980년이었죠. 선량한 형제였는데 젊은 나이로 요절하는 바람에 제 전임 주임님을 비롯해서 많은 신부들이 추모 미사를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군요..."

'역시 사이비 언론의 오도였단 말인가...'

승현은 혼자 생각했다.
그렇다면 사립 탐정이 조사했던 실종 이후 유재훈이란 자의 행적 역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생각을 잇던 도중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주임 신부가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

"92년이었으니까 한 10년정도 전이었습니다."

"네?"

"부산에서 오셨다는 한 형제분이 박순철 신부를 찾아왔었죠."

"...?"

"오래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을 말입니다. 저는 박신부님은 오래 전에 죽었다며 그 분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박 신부를 찾지 않으면 자기 아버지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말하더군요."

"무슨..말씀이시죠?"

"뜬금없는 소리에 저도 당황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더 놀라더군요. 그리고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을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유재훈이라는 사람이 이 성당에 왔다갔다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죠."

"유재훈..."

승현은 순간 당황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전 유재훈이라는 사람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말로는 유재훈이라는 자가 자신 이웃의 말기 암환자를 한번의 손길로 치료했다면서 역시 폐암 말기인 자기의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그를 찾아다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수소문 끝에 그의 막역한 친구라는 박순철 신부를 찾아 이곳에 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승현은 다시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사립 탐정이 조사해 놓은 유재훈의 실종 이후의 경력은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 사람은 며칠동안 성당 앞에 진을 치고 앉아서 박순철 신부를 기다렸습니다. 10년전에 죽은 사람을 성당앞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나타날 리는 없었죠. 저희는 몇 번이고 집에 돌아가라고 설득했지만 가지 않다가 결국 기운이 빠졌는지 일어나더군요."

"네..."

"그후 잡지사에서 취재가 왔습니다. 역시 박순철 신부를 찾았지만 10년 전에 죽은 사람을 대체 어디서 데려오란 말입니까. 그런데 그 잡지에서 박신부가 이곳에 있는 것으로 실었던지 몇 년동안 유재훈이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 박신부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왔다갔다 했습니다. 96년까진가였죠. 아마..."

"..."

"하도 사람들이 이곳의 박순철 신부를 찾아대길래 전 박신부의 사망 신고서를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관련 행정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죽은 박신부가 서류에서는 살아나 있더군요. 사람들은 그것들을 보고 우리 성당으로 찾아왔던 겁니다."

"무슨...말씀이시죠?"

"박신부가 죽지 않고 실종선고 되었다가 취소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그럴수가..."

"누가 박순철의 실종선고를 취소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전 그 사실을 신부님의 가족들에게 알렸고 박신부님은 다시 사망신고 되었습니다. 그후 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렬은 잠잠해졌죠."

계속 말하던 신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입가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승현은 그런 그의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후후...그것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전환점이라뇨?"

"상관없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전 그 후 유재훈이란 사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죽은 신부를 후원자로 두고 있던, 그리고 기적의 수혜자들이 이곳으로 그 후원자를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던 사람 말입니다."

"그러..셨군요..."

"전 그에 대한 기록을 많이 찾았고...책을 낼까 하다가 피씨 통신망에 몇 가지 자료만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감동받았습니다."

"감동이요?"

승현은 잠시 당황했다.

"너무도 완벽한 성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적들만이 아닙니다. 그분이 했다고 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것이 몇년 동안 제겐 감동이고 행복이었습니다. 가끔 신도 형제분들께 역사할 때 전 그분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답니다. 김승현씨께도 말씀드리고 싶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분의 선행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도 아닐 테고요."

"성인..."

주임 신부는 말을 잇던 중 잠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다시 승현을 바라보는 신부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쓸데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후 그분은 제 인생의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죠. 전 한번도 유재훈이라는 분을 뵙지 못했지만 아마 그분은 재림하신 예수님이 아닐까 합니다."

"...."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다시 승현이 생각하고 있던 모든 것이 섞여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양손 가위에 찢겨 잔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던 성인의 모습...무엇이 유재훈을 그렇게 만들어간 것일까?

"많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박순철 신부를 찾으시는 분을 만나서인지 제 영혼이 다시한번 눈뜨는 기분이었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승현은 신부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한숨을 내쉬며 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저녁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침 9시 20분 발견된 고 김수산씨의 남은 아들과 딸의 시체는 부검 결과 이미 살해된 김성준과 김철준의 살해범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증인 자격으로 소환된 마지막 유족 이주희씨는 방금 사건 현장에 대한 진술 후 귀가조치되었습니다. 전국의 시민들은 평창동을 뒤덮고 있는 끔찍한 살인 사건에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담당 검사는...."

'?!'

승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며칠만에 또다른 희생자의 발생...그것은 김수산의 마지막 아들과 딸이었던 재준과 수연이었다.

'잘...잘못들은거 아냐...'

승현은 다른 곳에서 뉴스가 나오지 않는지 여기저기 튜너를 돌려가며 주파수를 맞추어 보았다. kbs2라디오에서 역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던 김수산 유족 연쇄 살인사건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이제 며느리 한명을 제외한 모든 김수산씨의 유족을 희생시키고 말았습니다. 대검은 사건이 방향을 못잡고 갈팡질팡하는 것에 책임을 물어 담당 검사를 교체하는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사건은..."

"주희...주희는..."

승현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다시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주희는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유재훈이라는 인간에 대해 느끼고 있던 지독한 혼돈도 간데없이 승현에게는 지금 주희의 안위만이 머릿속을 가득 지배하고 있었다. 주희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거나, 뭔가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역시 지금은 전혀 들지 않았다.

따르르르...따르르르...

몇 번의 벨소리가 울리고 주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승현씨?"

"주희씨! 저 승현이에요! 괜찮습니까?"

"승현씨..흑..."

"주희씨?"

승현은 주희의 목소리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을 감지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주희씨? 이봐요! 왜 대답이 없어요!"

"흑..흑..."

전화기 너머의 가느다란 여성의 목소리는 조금씩 흐느끼면서 땅속으로 꺼져가는 것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승현의 머릿속의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주희씨...어디에요...집이에요? 대답좀 해봐요!"

마지막으로 주희는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아니 주희가 뭔가 말을 이으려다 통화가 끝난 것을 봐서는 전화는 무언가에 의해 끊긴 것 같았다. 승현은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며칠 전 그랬던 것처럼 승현은 무서운 속도로 차를 몰고 마지막 희생자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승현..씨...살려..살려줘요...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