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는 하루의 끝맺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간근무를 하는 날, 밤 11시 이윽고 일과가 마무리되면 한 손엔 한창 게임 중이던 휴대폰, 한 손엔 클렌징 폼을 들고 수건 하나 턱 걸친 뒤 화장실로 향한다. 환풍기는 어제부터 고장나 적막이 흐른다.

목에 걸친 수건을 허리춤에 끼워넣고 폰을 들어 후다닥 차례를 넘긴다. 다시 차례가 오기 전에 얼른 물을 뭍힌다. 손에 폼을 더니 그새 돌아온 차례. 익숙한 손놀림으로 카드 두 장을 가져와서 낸다. 그리곤 다시 세수. 거품을 내고 문지르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시간을 센다. 이쯤이면 10초쯤 남았나?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건 대략 2년 전, 이제는 유일한 심심풀이이자 낙이되었다. 사실상 대기에 가까운 야간근무 시간동안 매일같이 온몸을 기어다니던 무력감도 한결 나아졌다. 한 판에 10분에서 30분 정도. 출근해서 자기 전까지 열댓판, 일어나서 퇴근까지 다시 대여섯판. 주에 한 번 야간 테스트가 있지 않는 한 언제나 게임과 함께한다. 근무일지를 쓸 때도, 식사를 할 때도, 취미삼아 자동화 파일을 만들 때도 이 놈은 멈추지 않는다. 덩달아 생각도 멈추지 않는게 좋다.

세수를 하고 자리에 누워 비로소 마지막 게임이 끝나면 살며시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함께 어둠도 내려앉았다. 흐릿한 천장을 응시하니 전판에 했던 실수가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마지막 발악인가?

이젠 나와 새벽만이 남는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거친 숨소리. 눈동자를 빙글 굴려본다. 회색빛 천장, 깜박이는 보일러, 대충 걸어놓은 작업복, 은은했던 창가도 오늘은 달조차 없다. 내려앉은 어둠과 함께 가라앉은 몸이 어색하게 느껴져 괜히 주먹을 쥐어본다. 소리도 '아', '아', 뱉어본다.

오늘도 잠들긴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