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 사회면 끝반지하 방
죽은 지 8개월가량 된 사체 발견
연락 두절 된 친척의 제보로
반 백골 형태로 발견
지병으로 직업도 없이 혼자 생활했다 함
평소 사회의 무관심과
복지 사각이 만들어낸
더 이상의 고독사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갖춰야 할 때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기자의 깔끔한 코멘트
죽음의 향은 피어났겠으나
단단히 밀봉된 사각의 방이
그의 관이 됐으리라
살아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 맞는 건가요
그래서
하나의 주검은 봉긋한 반달이 되어 떠오르고
하나의 주검은 가루가 되어
정갈하고 환한 곳에서 철가방에 담길 것이고
하나의 주검은 흙에서 왔다고 믿었으니
나무뿌리 곁에서 흙이 될 것을 기다릴 것이며
또 하나의 주검은 흩뿌려지기를 원했으나
자연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로
사람들 눈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 한 바를 이룰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죽으면 육신의 껍데기는 다 필요 없고
진짜 산 영혼이 어디론가 간다고 하고
갔다가 온다고도 하는
종교관과 철학관과
죽으면 알 바 없다는 대범함이
교차하고 교차하는
이 행성의 생각들은 얼마나 자유로워요
산책길
지금은 오후
숲의 정교한 거미집에서
이름 모를 곤충의 사체 다수 발견
당돌한 거미는 포식 후 취침 중
손수 차린 제사상에
냄새조차 없도록 바싹 말린 육신을 올리고
남과 달리 큰 관을 사용했다 하여
신문 귀퉁이에 언급된 죽음과
죽음의
집행자지만
주검은 햇살과 바람의 손에 맡겨
풍장의 예를 다하는
거미의 장례식
거미는 원래 저렇게 생겨 먹어서 저런 걸까요
우리는 원래 이렇게 생겨 먹어서 이런 걸까요
이런 시비도 할 일 없는 괜한 시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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