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아침 초장부터 도배 들어갑니다...-_-;;;

김일수 아찌가 참으로 특이한 수법으로 살해당했는디...

솔직히 전 그런 속물 캐릭터를 좋아한답니다.

인간 본성에 참 충실하고 솔직해 보여서리..

예전에 순풍산부인과를 볼 때도 박영규를 좋아했었다는;;

ㅋㅋㅋ

어찌됐든 그 아찌가 살해됐는디 우리의 승현 아찌는 유재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런지..

확인하러 가시죠!'-'）/

그럼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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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괌으로 가던 비행기 - 13



20




아침부터 승현은 김일수의 핸드폰과 사무실로 벌써 12번째 전화를 걸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지금은 고객의 사정으로 전화를...

"뭐 어쩌자는 거야! 이런 제기랄.."

승현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내던졌다. 며칠동안 거의 정리를 하지 못해 엉망인 그의 원룸 오피스텔 바닥으로 낡은 핸드폰이 굴러갔다.

"분명히 이틀 뒤에 다시 보자고 말을 했는데...이자식 어디가서 뭐하는 거지..."

산발을 한 채 옷도 챙겨입지 않은 승현의 두 눈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그는 반드시 오늘 사립탐정을 만나야 했다. 유재훈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그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은 또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지금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20층 옥상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자신이 죽을 것을 예견한다. 그렇지만 몇 초 안되는 하강의 순간 뒤 자신의 눈앞으로 미친듯이 다가오는 바닥의 모습을 본 순간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이상 자신이 죽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나 고통, 그리고 죽음의 결심 등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없게 된다.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가 깨지기 직전의 인간에게는, 죽음의 얼굴을 한 그 바닥이 뚫어져라 자신을 노려보는 데서 나타나게 되는 죽음의 공포만이 의미있을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죽음을 앞두고 그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이든 자살을 결정하게 된 센티멘탈한 자기 의지가 결국 죽고 싶지 않다는 본능으로 귀착된다는 면에서 지극히 괴로운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예상할 수 있는 것임에도 실제로 다가온다면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

승현에게 있어 철준의 비참한 죽음은 그런 경우였다. 유재훈의 칼날이 김수산의 유족들을 향해 있다는 것은 승현에게 거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또 한명의 죽음으로 인해 유재훈이 김수산의 유족들을 죽일 것이라는 심증은 확실해졌고 남은 사람은 세명이었다. 그리고 그중엔 주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이제 승현에게 살인마의 악령 유재훈은 멀리서 승현 주변의 사람들을 죽이는 존재 뿐만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그의 목을 향해 커다란 양손가위를 들이대는 존재로 훨씬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어제 불안한 와중에서도 김수산의 재산작성 목록 일을 하다 철준의 사망소식을 들은 승현은 계속 좌불안석이었다.
그는 어젯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대체 왜 안받는거지..."

사실 사립탐정에게 유재훈이란 자의 과거에 대해 안다 한들 뭔가 도움 될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가 유재훈에 대해서 알게 된들 놈이 그 커다란 양손가위를 자신에게 다시 들이댄다면 승현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굿이라도 해봐야 되는건가...'
라고 승현은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정말 승현은 굿이라도 하던가 귀신 쫓는 사람이라도 부르고 싶었다. 이대로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뭔가 방법을 찾아 나서야 했다.

사실 지금 승현의 심리상태는 심각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눈앞에서 일어난 설명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사랑했던 여자 주희에 대한 연정과 섞였다. 그로 인해 그는 서서히 자신을 옥죄어 오고 있는 공포에서 절대 도망칠 수 없었다. 아마 주희가 성준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승현은 벌써 어딘가로 도망쳤을 것이었다.

주희에 대한 걱정으로 사건의 가장자리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중 유재훈의 악령을 실제로 목격하고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물론 그것은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상태였기에 승현의 마음속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그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억눌려 있던 공포감은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갔다.
그리고 이제 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걱정하고 있던 일, 유재훈의 남은 가족들이 죽어가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그리고 남은 가족은 세명이었는데 살인마가 예고한 숫자는 네명이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을 사건의 가장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승현의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정연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었다. 승현은 논리적인 판단과 빠른 순발력으로 지금까지 잡초밭과 같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헤쳐왔지만 애초에 지금 승현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그가 지금까지 겪어 왔던 많은 일들과는 전혀 비교되지 않는 일이었다.

물에 뜰 줄도 모르는 사람이 깊은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처럼 그의 몸과 마음은 혼란스러웠고, 지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찾게 된 사립 탐정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서 죽어간 사람은 김수산과 그의 친척들과 수많은 측근들...그리고 비행기에 타지 않아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그의 두 아들 김성준과 철준이었다. 그리고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었고 수사 담당도 달랐지만 철준이 죽기 전 술을 마셨던 술집 주인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했다.

'김수산과, 혹은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죽게 될지도 모른다.'

라는 마음 속의 불안감은 승현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탈출구, 즉 사립탐정이 알아낼 유재훈의 정보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갉아먹어가고 있었다.
승현은 머리를 싸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순간 바닥에 굴러다니던 승현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따라라랏 따다다~

승현은 몸을 날리듯 핸드폰을 집어들고 발신자번호를 확인했다. 김일수의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급히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핸드폰을 지나 승현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한 김일수의 쉰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시니컬한 톤의 여자의 목소리는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는 소리였다. 승현의 눈썹이 살짝 찌그러졌다.
"여보세요? 김승현씨 핸드폰 아닌가요?"

"네..누구시죠?"

"전 김일수탐정님의 비서..인데요..."


허름한 사무실의 분위기는 이틀 전과 달라진 면이 거의 없었다. 사무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비서를 본 승현은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녀의 앞에는 얇은 서류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것입니까?"

"네..."

비서가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탐정님은...어쩌다가..."

"어제 저녁에...사무실 앞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왼쪽 다리가...부러져 있었고...문앞에서 심하게 넘어졌는지 머리가 약간 깨져 있었죠. "

"..."

심장마비...철준이 술을 마신 집의 주인의 사망원인도 심장마비였다. 희생자가 술을 마신 곳의 주인과 그의 삼촌뻘 되는 사람이 누군가의 뒷조사를 의뢰한 사립탐정...승현은 1초도 안되어 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어떤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재훈...

"탐정님은...변호사님을 만나서 최초 조사 결과를 전한 날부터 자신의 주변에서 뭔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했어요."

"네?"

승현은 생각지 못한 비서의 말에 놀랐다.

"그건 탐정님께서 후속 조사를 하다가 어떤 뭔가를 알아낸 다음부터였어요. 좋은 정보를 알아냈다고...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돈 될 만한 정보를 힘들게 알아냈다고 해서 전 그게 뭔지도 모른 채 덩달아 좋아했죠. 그런데...제가 이번엔 얼마쯤 될 수 있겠냐고 탐정님께 물어보는 순간...그분은 입가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어요. 부릅뜬 눈이 창밖을 바라보면서 점점 뒤집어져가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비명도 지르지 못했죠."

"..."

승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돈이 될 만한..정보라...'

"그뒤로 깨어난 탐정님은 뭔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면서...그게 아무래도 자신이 알아낸 이 정보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나한테는 절대 이걸 보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제 탐정님께선 돌아가셨죠."

말을 잇는 비서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하지만 그분은...고객의 알 권리는 존중하는 분이었어요. 탐정님께서 돌아가신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드디스크가 포맷되어 있었어요. 그분이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둔 유재훈이란 사람의 데이터가 모조리 지워졌죠. 그렇지만 돌아가시기 직전인 어제 6시, 제가 퇴근하기 전 그분께서 저한테 이 복사본을 남기신 거에요. 혹시라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데이터가 지워지면...이걸 김승현씨께 넘겨달라고 했죠."

'고객의 알 권리를...존중하려는 건지...아니면 원래 보통 복사를 해두는 건지...'

승현은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서도 비서의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살짝 비웃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승현은 눈앞에 있는 서류 봉투를 집어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데이터가 유실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조사비는 얼마 지급해 드리면 되죠?"

"2차조사비는 600입니다. 그런데..."

"네?"

언제부턴가 자기를 바라보는 승현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쳐 있던 비서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승현은 갑자기 살짝 짜증이 났다.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비서의 눈빛은 이틀전 김일수의 그것과 기분나쁠 정도로 비슷했다.

"조사비보다도... 배상...을..."

"배상이요?"

"의뢰한 사건의 처리중에 돌아가신 거니까...손해배상을...해야 하지 않나요?"

"...."

'뭐래는 거야..'

비서는 지금 죽은 탐정의 생명의 보상을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말투와 눈빛은 죽은 김일수의 자신을 향한 이틀 전의 그것과 화가 날 정도로 비슷했다. 이틀 전에 느꼈던 불쾌감이 다시한번 승현의 온몸을 감쌌다. 그의 마음 속에 억눌려 있던 화가 폭발했다. 승현은 쇼파를 박차고 일어서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비서를 향해 집어던졌다.

"꺄악!"

비서의 비명소리와 함께 서류봉투에서 튀어나온 흰 종이들이 공중에 날린다.

"당신들은 내 돈만 보이고 내가 변호사인건 안보이나 보구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말이라고 알아들을 거 아니요! 당신네 잘난 탐정님이 나한테 일찌감치 자료를 넘기고 조사를 마무리했으면 괜히 이상한 일에 말려들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었을 거 아니야! 손해배상은 무슨 개한테나 소한테나 다해주는 건줄 아쇼? 이런 시펄...젊은 놈이나 늙은 놈이나 다 똑같애서...제기랄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놀라 눈을 크게 뜬 그녀를 노려보면서 승현은 사무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댔다.
두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돈에 미쳐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승현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를 둘러싼 세상이 뱅글뱅글 돌아갔다.

"으아아악!"

승현은 분에 못이겨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러대다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승현은 약간 구겨진 서류봉투를 움켜쥔 채 자신의 원룸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었다.
죽은 김일수의 비서 앞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기절한 승현은 몇 시간 뒤 깨어났다. 비서는 기절한 승현에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어딘가에 나가 있다 승현이 깨어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바쁘게 사무실 안으로 달려왔다.

"제가...괘..괜히...이상한 말씀을 드렸나보네요. 손해배상같은 건 청구 안할 테니까...조사..조사비라도.."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승현에게 말을 거는 그녀를 경멸의 눈으로 노려보며 승현은 그녀가 내미는 서류 봉투를 나꿔채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던 중 자신의 계좌에서 김일수가 알려준 계좌로 980만원을 입금했다. 그의 두달 월급이 한번에 날아갔다.
어쨌든 집에 들어온 승현은 몇 시간만에 탈진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지금부터 할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돈 될 만한 정보를 힘들게 알아냈다고 했다..."

승현은 비서의 말을 다시한번 되뇌었다. 분명히 자신이 사립탐정의 사무실에서 가져온 자료 중에는 뭔가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줄 만한 것이 존재할 것이다.
꽤나 긴 인생을 살다 죽어간 사람의 과거를 담고 있는 문서답지 않게 서류봉투는 상당히 얇아 보였다.

단순 백업용 데이터가 맞는 듯했다. 서브 자료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A4용지는 다섯 장이었다. 조사를 마친 뒤의 최종 결과들만 연대기순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유재훈의 생애를 파헤쳐놓은 종이들은 승현이 자신들을 뒤적여보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신빙성이 없는 자료는 아니겠지..."

승현은 중얼거리며 A4용지들을 훑어보았다. 꽤나 복잡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인 듯 몇 안되는 종이였지만 이런저런 경력들이 상당히 얽혀 있었다. 다섯장의 종이를 읽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정비례의 공식이었다.
그의 원룸 오피스텔에 걸린 벽시계의 초침이 조금씩 움직임에 따라 승현의 앞에 쌓이는 A4용지의 두께도 점점 두꺼워져 가고 있었다. 몇 장 되지는 않는 간단한 자료였다. 그렇지만 한장한장을 넘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로 눈에 띄게 승현의 손도 떨려 오고 있다.
A4용지를 훑어내려가는 승현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지독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종이의 이야기들이 진정 유재훈이라는 인간을 나타내고 있다면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지독한 카오스일 뿐...
마지막 자료를 다 읽은 승현의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으윽..."

승현은 A4용지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