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안할까?

뭘

얼굴 안보고 보내는거 후회 안하겠어?

아버지 집에 들어오고 제일 먼저 보이는건
항암치료로 인해 밀어버린 머리였다
그 다음은 살이 빠진 광대뼈,푹 꺼져버린 볼살
사람이 죽어간다 라는게 느껴진다

왔나

일끝나고 왔지 그럼 몸은 괜찮아?

그냥 그렇다

의자를 이르켜 새워 내 눈을 보신다
일초 이상 못보겠다 자꾸 흐려져서 울어버릴까봐
티비로 시선을 돌린다

저건 뭔 방송이야?

옛날 전두환때 이야기드라마다 재밌네

거 재미도 없겠구만 뭘

손을 잡고 피부를 만져본다
머리까지 전율이 타고 흐른다 내가 알던 아버지가 맞나
살은 탄력을 잃고 피부색은 멍투성이다
사람이 죽어간다는걸 느꼈다

배가 많이 커졌네

밥만 묵으면 배에 복수가 차나보다

천천히 먹어

천천히 얼굴부터 몸까지 쭉 둘러본다
홀쭉한 얼굴,오뚜기 같은 배
뿌리가 잘려 앙상해진 나무같은 팔
칙칙하게 빛을 잃어버린 몸
사람이 죽어간다


괜히 왔다고 느낀다 심란하고 신경다발이 아프다
이성의 끈은 옷깃에 튀어나온 실밥처럼 흔들린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않다

힘든건 아버진데 누구보다 아플텐데
아빠한테 안겨 울고 싶다
얼굴을 어뤄 만져가며
나 아빠 없으면 안되는데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