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은 원래 동네 대형 마트에 진열되어 있었다. 식빵을 골라 카트에 넣은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한 중년 남자로, 남자는 아내 없이 홀로 장을 보러 나온 것 같았다. 남자의 카트에는 이미 식재료가 많이 쌓여 있었다. 남자는 식빵의 동생, 모닝롤도 데려갔다. 그러나 남자의 아내는 남자가 비만 당뇨를 앓고 있는데도 또 음식을 많이 사와서 짜증난다며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아내의 눈을 피해 모닝롤에 잼을 발라 먹고, 이전에 사온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아내의 잔소리만큼 닥치는 대로 먹었다. 남자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병원에서 당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위험하다는 진단 결과를 받게 되고, 아내는 남편이 사온 군것질거리를 찾지만 남편은 식빵 말고는 모두 먹어치운 상태였다. 아내는 남편을 크게 혼내며 식빵을 주방의 수납장에 숨겨 버렸다. 어두운 곳에서 홀로 갇히게 된 식빵은 남자가 얼른 자신을 찾을 줄 알았다. 남자의 다이어트는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고, 남자는 군것질거리를 잘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남자는 자신의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여자의 말을 잘 따라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했다. 아무도 식빵을 찾지 않았다. 식빵의 몸에는 점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식빵은 이대로 잊혀지기 싫어 자신이 직접 남자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식빵은 몸에 힘을 실어 수납장을 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식빵이 움직이자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를 여자는 바람 소리로 착각했다. 식빵은 몸에 더 힘을 싣기로 다짐했다. 더 이상 힘이 들어가면 몸이 반으로 갈라질테지만, 이대로 잊혀지는 건 싫었다. 식빵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몸에 힘을 실었다. 몸에서 보풀이 일며 애벌레가 고치를 잡아 뜯는 것처럼 부드럽게 몸이 양 옆으로 뜯어지기 시작했다. 식빵은 힘을 실어 문을 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식빵의 탈출에 남자가 깜짝 놀라며 식빵에게 다가갔다. 이제 됐다, 다시 남자가 날 봐줄 것이다, 식빵은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코를 막은 채 집게 손으로 식빵을 집어 올렸다. 윽, 이거 대체 언제적거야? 남자가 식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을 튀어오르는 건 수납장 문을 여는 것보다 쉬웠지만 식빵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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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마구식 완급조절은 어렵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