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굴이는 어릴 적 홀로 숲 속 연못에서 살았다. 숲 밖을 궁금해하는 왕굴이는 친구들을 떠나 숲 밖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왕굴이는 울창한 나무들을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에 크게 실망한다. 왕굴이는 어두운 하늘도 매케한 먼지도 시끄러운 소음도 싫어 다시 숲 속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려 도시를 헤매고 만다. 도시에서 만난 동물들은 사람들처럼 어둡고 우울하다. 왕굴이는 숲 속 이끼 냄새를 떠올리며 돌아가려다가, 그만 자전거에 치여 하수구로 떨어지게 된다. 하수구 아래에는 갓 태어난 애벌레 정이와 나이든 거미 윤이가 살고 있었다. 윤이는 도시 중에는 그나마 하수구가 안전하다며 하수구에 살고 있었고, 정이는 하수구 밖의 세상을 잘 몰랐다. 윤이는 왕굴이에게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할 거라며 포기하라고 말하고, 정이는 하수구 밖의 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다. 윤이와 정이와 친해진 왕굴이는 윤의 말대로 하수구에 살기로 결심한다. 정이는 왕굴이에게 자꾸 하수구 밖 세상을 물어보았고, 왕굴이는 정이를 실망시키기 싫어 바깥 세상은 멋지다며 거짓말을 해준다. 왕굴이는 정이가 좀만 더 크면 정이를 업고 바깥 세상을 가기로 약속한다. 어느날, 정이는 실을 뿜어 몸을 감싸고, 동그란 고치가 된다. 애벌레의 성장을 알지 못한 왕굴이는 정이를 신기하게 여겼다. 며칠이 지나고 정이는 실을 뚫고 나와 나비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이는 왕굴이와 윤이에게 보살펴 주어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치 안에 있을때 정말 궁금해한 것이 있다며 날개짓하며 하수구 밖을 날아간다. 왕굴이는 깜짝 놀라 정이를 쫓아가지만, 체력이 딸려 하수구 밖을 올라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왕굴이는 뒤늦게 정이를 찾으러 나가고, 차에 치여 너덜너덜해진 정이를 발견한다. 왕굴이는 크게 다친 정이를 데리고 다시 하수구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