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떨어지며 부는 바람
쇄골을 스쳐가는 차디찬 울음
아리면 아릴수록 더 흘러넘쳐버리는 것을

잠깐 머리가 핑
눈밭에 뭉툭한 체구를 던져버린 소년
생각보다 눈은 따듯하단 걸 알아버렸다

겨울은 구름의 자격지심
일 년에 절반 이상을 눈물 흘려도

겨울만큼은,
하늘이 인간을 앗아가고
찬공기로 시내를 얼려버리는
참혹한 겨울만큼은 눈물 흘릴 수 없던 것

구름은 그 순간만은 제 몸을 웅크려서라도
제 눈물을 참으며 끽끽 바람을 뿌려서라도
생명들을 젖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구름은 너무나도 유약해서
겨울의 잔혹성에 죽어버린 생명체들을 보며
제 본성을 잃지 못해 끙끙대며 울음 짓니

이를 두고 겨울비라 쓰고
유약한 구름이 통곡하는 날이라 부르니

겨울비는 다른 비들보다 살짝 더 느리게 떨어지고
툭 툭 옷깃을 두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