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두자리수 진입!s（^-^）z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어 가는데

또하나의 실마리 등장!!

자~ 유재훈 아찌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러 가보아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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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14




최검사는 낮에 본 비디오를 지금까지 스무번은 더 돌려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검사로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지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지금 전체적으로 황당함과 불안함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들 뿐이었다. 평소에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논리력을 가지고 있던 그의 두뇌는 지금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풀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단 하나의 궁금증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붙잡은 채 알 수 없는 공포감 속에 계속 테이프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악.....
....끄아아아아.....
.....살려줘.......
.......왜...왜이래.....
...내가....내가.........
뭘...잘못했다고...이러는거야......
비명과 절규들은 최검사가 비디오를 돌린 횟수만큼 그의 귓가에 와박히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의 심리는 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어쩌면 지금 최검사의 심리 불안상태는 상당부분 이 소리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 소리들로 인해 2년전의 최검사의 절대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괴로운 기억들에게서 나오는 수많은 부정적 감정들은 엄청나게 증폭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비명을 질러대며 무서운 카오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화면 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면이 어느 부분을 비추자 최검사는 다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는 담배꽁초로 가득한 재떨이 옆에 놓여있는 A4용지를 집어들었다. 종이를 든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루만에 몰라볼 정도로 창백한 얼굴이 된 최검사는 퀭한 눈으로 다시한번 그 사진과 비디오 속의 모습을 비교했다.
비디오 속의 누군가는 환기구쪽에 거미처럼 달라붙어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쪽으로 빗자루같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그들을 향해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그것의 말라빠진 팔과 선명하게 드러나는 뼈가 눈에 보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최검사의 눈에 정확히 박혀들어오는 것이라면 그의 이마를 덮어버릴 듯 커다랗게 박혀있는 사마귀였다.
어느순간 화질 좋지 않은 영상을 뚫어져라 시청하고 있던 최검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것의 게슴츠레하게 뜬 눈과 최검사의 눈이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검사는 몸서리를 치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화들짝 놀라며 뭔가 안좋은 일을 하다 들킨 사람마냥 바로 사진을 주워든 최검사는 다시 비디오를 재생시킨 다음 이번엔 손에 들고 있던 종이, 즉 김성준의 살해범으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사진을 확인했다.
......아아악.........
.........끄아아아아.....
다시 기내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최검사의 귓가에 울려오는 가운데 그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며칠째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새로운 느낌이 그를 향해 조금씩 기어오고 있었다.
달빛을 향해 축제라도 벌이는 것처럼 거대한 양손가위를 든 오른손이 그 붉은 달을 향해 치켜올라가 있고 왼팔은 묘한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최검사의 입끝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윤곽과 형체, 그리고 빗자루같은 긴 머리...비록 영상 속의 어떤 무언가는 이 거대한 가위를 들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차이가 없었다.
잊을 수 없는 그 모습은 비디오 속에서 환기구에 거꾸로 달라붙은 채 패닉상태에 빠진 승객들을 향해 잔인하게 웃던 그것의 모습과 완벽할 정도로 같았다. 최검사로서는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최검사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하루종일 비디오를 23번이나 돌려보고 사진과 비교하면서 마침내 얻은 것이었다. 그의 바싹 마른 입술이 열리며 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재훈...그가 돌아왔단 말인가..."




15




퇴근시간대의 도로는 상당히 막혔다.
승현은 자신의 EF소나타를 몰고 당산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산에서 출발했다지만 주택가로 가는 도로인지라 약속 시간에 맞춰 가기는 어려울 듯했다.
.....빵빵! 빠앙......
"뭐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승현에게 시끄러운 뒷차의 경적소리가 덮쳐왔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승현은 눈앞에 있던 차가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보았다. 1km정도는 앞에 있을 신호가 바뀐 것 같았다. 승현은 엑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았다.
그는 그제 만난 사립탐정이 알아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그를 다시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도로 안에서 승현은 어제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끔찍한 미라와 양손가위를 기억해내자 다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괴로울 정도로 복잡해져 왔다. 승현이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런데...대체 그 아기를 돌려달라는 건 뭔말이야..."


눈앞에 있는 미라의 흔적이 사라진 후 승현은 바로 주희에게 달려갔다. 다친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쇼크를 받고 기절한, 그것도 임산부인 주희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주희씨! 주희씨! 정신차려봐요!"
"아기를...아기를 돌려줘...제발..제발.."
"주희씨!"
기절한 데다 헛것까지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지 계속 허공에 손을 휘젓는 주희를 보면서 승현은 핸드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대로 놔뒀다간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얼마 있지 않아 구급차가 달려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집앞에서 구급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승현을 동네 사람들과 119 요원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승현에게 지금 자신의 상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구급요원들을 집안으로 안내한 승현은 그들이 주희를 들것에 실어 구급차 안으로 옮길 때까지 정신없이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승현의 상처 역시도 그렇게 가벼운 것은 아니었던지라 그는 주희가 구급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마자 픽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눈을 뜨자 응급실 안이었다. 저편에 있는 응급실 침대에 링겔을 꽂고 편안히 누워 있는 주희의 모습이 보였다. 양수가 터져나왔다거나 임산부나 태아의 안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승현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깊이 베인 허벅지쪽 상처에 감겨 있는 붕대를 제외하면 몸의 자잘한 상처들에는 간단히 응급 조치가 되어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내일 사립탐정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응급실에 누워 허비할 시간은 없었다. 응급실의 약냄새와 환자들의 모습이 역겨워진 승현은 병원 안내실로 가 간단히 진료비를 지불한 다음 응급실에 누워 있을 주희를 향해 다가갔다. 링겔을 꽂고 잠들어 있는 주희의 모습이 보였다. 주희는 여전히 나직한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 승현은 주희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렇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몸을 기울여 승현은 주희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주희의 정돈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편안한 그녀의 숨결이 뺨에 느껴졌다. 승현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역시... 난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던 건가...'
승현의 귀에 주희의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를...아이를...돌려줘...아이를..."
집에서 처음에 기절했을 때와 같은 소리였다. 승현은 마음 한편으로는 주희와 그녀의 뱃속의 아기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주희가 정신없이 중얼거리고 있는 저 말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며...그리고 마음 한구석의 무언가에 대한 아쉬움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며 그녀에게서 얼굴을 뗐다. 순간 승현의 귀에 들려오는 어떤 소리가 있었다. 처음으로 주희가 아기를 돌려달라는 말이 아닌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승현은 몸을 일으키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승현씨....미안해요...."
그것은 35년간의 그의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제대하기 직전 받았던 한통의 엽서...그 말이 왜 지금 주희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승현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당산동의 사무실에서 김일수는 여러 자료와 서류, 그리고 사진 등을 넘기며 승현을 기다렸다. 서류를 넘기고 있지 않은 왼손에는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말보로 레드 한대를 들었다. 지독히 담배를 급하게 피우는 그의 버릇 때문에 담배의 총부분이 화산처럼 길고 뾰족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주름투성이 얼굴이 찌푸려질 대로 찌푸려져 있다. 승현은 그저께 정한 약속시간에서 벌써 한시간째 늦고 있는 것이다. 사립탐정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승현이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르르....지금은 고객의 사정으로...'
"이런 쉬펄.."
상당히 흥미로운 유재훈이라는 사람의 뒷사정을 캐는동안 미처 그에게 연락을 해보지 않은 게 화근이었을까. 김일수의 마음속에 괜히 쓸데없이 뒷조사만 하고 바람맞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참을 수 없는 짜증이 몰려왔다. 필터밖에 남지 않은 담배를 비벼끄고 다시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김일수는 큰 소리로 비서를 불렀다.
"어이! 이리와봐!"
따르르르르....
비서를 부르는 그의 커다란 소리와 동시에 방금 신경질적으로 폴더를 닫은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일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비서를 제지한 뒤 핸드폰의 액정에 뜨는 번호를 확인했다.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카드회사의 독촉전화 때문에 번호를 확인하는 것은 그의 습관이었다. 액정에 떠 있는 익숙한 번호는 카드회사는 아니었다. 김일수는 즐겁게 전화를 받았다.


"일단 돈은 이 계좌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얼마 입금하면 되죠?"
"380만원입니다. 타행 계좌로 이체하시는 건 좀 그렇습니다. 제 계좌가 워낙 복잡한지라.."
'수수료가 아까운 거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승현은 김일수에게 조사 결과를 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정도까지나 조사하셨죠?"
"이사람 상당히 흥미로운 과거를 가지고 있더구만요."
김일수는 먼저 김일수의 등기부 목록을 꺼냈다.
"울산 지방유지의 외아들로 태어나서 XX면에 위치한 대지 5000평을 포함해서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입니다. 주식 투자에 성공해서 아버지의 유산을 상당한 규모로 확장시켰구요.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는 그쪽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상당한 부자였던 모양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82년쯤에 전국적인 불황이 닥치면서 그사람도 상당히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사채를 빌려썼는데 약관조항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엄청난 이자를 덮어썼던 것 같군요."
김일수는 서류더미에서 인쇄 상태가 좋지 않은 A4용지를 하나 꺼내 승현에게 건넸다. 승현은 역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뒷조사를 의뢰한 사람치고는 너무 담담하게 조사 결과를 듣고 있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김일수가 말을 이었다.
"그걸 읽어보시면 그 때 재산 매각과 투자 등에 대한 유재훈의 행동들이 나와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결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던 것 같습니다만...오히려 그게 화근이 되어서 빚이 쌓였습니다. 엄청나게 쌓였더군요. 1984년에 4억이면 대단한 규모죠. 유재훈이란 사람의 전재산이 경매처분당해서 대부분 헐값으로 매각되었습니다. 울산시의 대표적 개발 예정지였던 그쪽 대지 5000평을 포함해서 많은 토지와 공장 등이 넘어갔는데 상당한 노른자위였던 그것들이 대부분 한사람한테 최종 소유권 이전되었더군요."
김일수가 승현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려는 듯 말을 잠시 멈춘 후 승현을 바라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김일수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승현은 살짝 짜증이 났다.
'왜이러는 거야...'
"그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별로 알고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다음에 유재훈은 어떻게 됐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이 사람에게 알리고 싶진 않았다. 승현이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김일수의 표정이 살짝 뭔가에 대한 실망으로 일그러지는 듯했다. 승현은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인간 뭔가를 바라고 있군..'
"음...그후 온재산을 털리고 빈털털이가 되었죠...그런데 그뒤 이사람의 행적이 묘연합니다. 이런저런 주거 이전 목록이나 비공개적 정보망까지 살펴서 많은 조사를 해봤습니다만...이틀....의 기간으로는...쉽지 않더라는..."
말꼬리를 흐리며 김일수가 승현을 살펴보았다.
'갑자기 여기서 기간 이야기가 왜 나오는겨....'
말없이 승현을 바라보는 김일수의 묘하게 변한 눈빛을 바라보며 승현은 갑자기 그가 조사기간 이야기를 왜 꺼낸 건지 생각했다. 갑자기 그의 마음속이 짜증으로 가득찼다.
'이런 미친새끼가..'
승현은 순간 김일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이자는 조사기간의 연장이나 더 많은 돈을 바라고 있었다. 이런 돈벌레같은 자식이...
승현이 사립탐정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승현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김일수의 표정이 잠시 복잡하게 변했다. 그러나 그는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의 행적보다는 일단 유재훈이란 사람 자체의 뒷조사에 포인트를 맞춰 조사를 좀 더 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게 나왔습니다. 이사람 한국 심령학회 소속이더군요."
"네?"
승현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것도 상당한 지위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잘나가던 시절의 이야기이구요. 1978년부터 망해버린 1984년까지 한국 신비주의의 본산...이라고 광고하던 한국 심령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그래요..."
승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잠시 그런 승현을 바라보고 있던 김일수가 씩 웃더니 다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다...이사람 전과도 있더군요."
"전..전과라뇨?"
"유괴범죄입니다."
"유...유괴...유괴요?!"
유괴라는 말에 승현이 소리를 질렀다. 뭔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승현의 모습을 만족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김일수는 말을 이었다.
"누구의 아인지는..아..직...밝혀내지 못했습니다만...2년전에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더라구요. 생후 3개월밖에 안된 애를 말입니다. 끔찍하기도 하지. 그리고 그는 검거중 사망했습니다."
"검거중 사망하다뇨? 누가요? "
"누구라뇨. 유재훈이란 사람 말이죠...아이도 그자리에서 죽었다고 하더군요."
아이...유재훈...유괴...전과...그리고 검거중 사망...아이의 죽음....그리고 어제의 기억이 승현의 머릿속에서 회오리쳤다. 정신을 잃은 주희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아이를...아이를...돌려줘요...'

"유재훈은....왜...죽었습니까...그리고...그..아이는...누구죠..?"
"말씀드렸지만...아직은 알 수 없을 것 같군요..."
'개새끼...'
눈앞에서 빙글빙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향해 있는 그의 얼굴을 한대 치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 승현은 짜내듯 말을 이었다.
"그외...더 밝혀진 사실은 없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연장되면...좋을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이틀 후에 다시 뵙도록 하죠. 조사 감사드립니다."
"아...그러시게요..?
김일수가 밝아지려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승현에게 말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더했다.
"추가 조사비는 기본 조사비에 5만원 추가됩니다."
"..."
"손님?"
"알...알겠습니다."
승현은 더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사립탐정이 내미는 여러 자료를 받아든 승현은 사무실 문을 부술 듯 닫은 뒤 자신의 차로 향했다.
탐욕스러운 사립탐정의 욕심에 화가 나면서도 승현은 머릿속에서 그가 넘겨준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자료들의 연관성에 대해 정리하고 있었다.
"분명히 연관이 없는 건 아니군..."
사립탐정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유재훈의 행적을 불완전하게 조사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그가 제시한 자료들이 너무 완벽한 연관성을 가진 실마리를 이루고 있었다. 승현은 다시한번 혀를 찼다. 돈욕심 많은 탐정으로 인해 아까운 자신의 돈이 수백만원이나 날아갈 상황이었다.
김수산에 의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파멸한 유재훈은 한국 심령학회 소속이었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그는 2년 전 갑자기 나타나 어떤 아이를 유괴하고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
'유재훈이...어제 내 눈앞에서 나타난 미라...라면...그가 그렇게 된 과정...그리고...그가 그런 짓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동기들은...분명히 오늘 알아낸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미스테리한 일들과 밝혀지는 유재훈이란 인간의 모습에 대해 승현은 조금씩 감을 잡아 나가고 있었다. 열심히 복잡한 여러 사건들을 정리해 나가려고 노력하던 승현의 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평범한 변호사일 뿐인 나는 왜 이 일에 이렇게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