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미스테리와 서스펜스가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액숀이 빡세지고..

주인공들의 의문도 커져가는 구랴...

즐독해주시고요..

행복한 점심시간 되시길...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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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발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몸이 가벼운지 그것은 유령처럼 아무 기척도 남기지 않고, 그러나 숨막힐 정도로 천천히 승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의 입이 열리며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철판 긁는 소리와도 같은...기분나쁜 웃음소리가 승현의 귀마저도 긁어내리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전율이 승현의 몸을 자극하면서 승현은 약간 정신을 차렸다. 승현은 눈앞의 그것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키키키키키키킥....."

"누...누구...여...여긴..왜..."

"크크크크크..."

대답없이 다가오던 미라는 몇 걸음 걷지 않아 승현의 앞에 멈췄다. 자기의 몸만한 양손가위를 들고 있던 그것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어둠 속에서도 날카로운 양손가위의 날은 선명하게 승현의 눈에 각인되었다. 높이 올라간 양손가위의 날이 한동안 허공에 멈춰 있었다. 금방이라도 내리쳐질 것처럼 그것은 흔들렸다. 눈앞의 미라의 표정이 잔인하게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도망쳐야 한다!'

꿈속에서 보았던, 그리고 불안한 여러 징조의 대상이 직접 눈앞에서 커다란 양손가위를 내리치려 하는 숨막힐듯한 공포 가운데서도 승현은 강한 생존의 욕구를 느꼈다. 그것은 잡초처럼 살아온 그의 인생이 그에게 선물한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잔인한 그것의 웃음소리가 다시한번 거실 안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커다란 양손가위가 승현을 향해 내리쳐졌다.

"크크크크크..."
콰악! 퍽!

몸이 재빠른 편인 승현이었지만 그것을 피하는 것은 힘들었다. 간신히 몸을 굴려 왼쪽으로 피했지만 가위 날에 스친 건지 오른쪽 어깨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승현의 검은색 와이셔츠가 찢어져 있었다. 상처를 본 승현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2차 공격이 날아왔다.
그것의 동작은 엄청나게 재빠르면서도 어떤 소리도, 기척도 내지 않아 대체 어디로 공격이 날아올 것인지 예측은 커녕 가위가 자신의 몇 센치 앞까지 날아오기 전까지는 피할 수도 없었다. 운동신경이 발달된 승현이 아니었다면 벌써 온 몸이 찢어졌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승현으로서도 그것의 공격을 피할수록 몸 이곳저곳에 점점 상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퍼퍽!
"으윽!"

겨우 목으로 날아오는 그것의 날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허벅지가 깊게 베인 듯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승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의 피로 거실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양손가위를 정신없이 피하던 승현은 일어날 새가 없었다. 단지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가위를 피할 뿐이었다.

출혈과 피로로 반사신경에 한계가 오면서 승현의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승현은 마침내 막다른 골목을 만났다. 날아오는 가위날을 피해 뒤로 몸을 날린 승현은 등에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받았다. 거실 벽에 붙고 만 것이다.

"크크크크크..."
"안돼...안돼..."

승현은 신음소리와도 같은, 무언가에 대한 부정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공격을 멈춘 미라는 주름투성이 얼굴을 더욱 볼썽사납게 찌푸리며 승현을 향해 웃고 있었다. 자신의 힘들었던 인생이 여기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자신을 향해 천천히 올라오는 양손가위의 날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으려던 승현은 문득 오른손에 생소한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방금 떨어뜨린 야구방망이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승현은 주저앉은 자세 그대로 야구방망이를 붙잡았다. 승현이 그것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양손가위가 무서운 기세로 승현의 머리를 부수어 버릴 듯 날아왔다.

땡강!
"허..헉..."

잠시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승현은 반사적으로 양손가위를 막은 야구방망이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알루미늄 배트는 가위와 한번 부딪치자마자 두 조각으로 잘려 나가 버렸다. 대체 저 양손가위가 얼마나 무겁고 날카롭길래....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잘린 부분이 저만치 날아가고 있었다. 승현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날아가는 야구방망이 조각 쪽을 향했다. 그것이 날아가고 있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감지하는 순간 승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안..안돼!!"

"키아아아아아!"

그때 눈앞의 미라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승현은 잠시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자신을 향해 내리치려던 양손가위를 내던진 채 미라는 야구방망이가 날아가는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배트는 쇼파앞에 쓰러져 있는 주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미라의 손이 마치 고무줄처럼 주욱 늘어났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그것은 야구방망이의 잘라진 날카로운 조각이 막 주희의 머리를 꿰뚫을 때쯤 그것을 붙잡았다. 아니 붙잡은 것이 아니었다.

"크아아아!"
와장창!

장애물을 만난 배트조각은 미라의 손을 관통해버린 뒤 방향을 바꾸어 주희의 정면에 놓여 있던 TV브라운관에 부딪쳤다.

브라운관은 형편없이 박살났다. 승현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양손가위날에 의해 야구배트가 잘라지고 그것이 주희 쪽으로 날아가고 미라가 손을 길게 늘려 야구배트의 날카로운 잘린 면에 두 손을 관통당하기까지 모든 일은 채 1초가 지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다. 미라의 메마른 얼굴이 엄청난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듯했다. 그의 앞에 있는, 부러진 야구방망이를 움켜쥔 승현의 두 손도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콰당탕~!

어느새 보통 팔길이로 돌아온 왼손을 붙잡고 미라는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양손가위가 승현의 눈앞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소리로 짐작해 봐서는 최소한 20kg이상은 나갈 것 같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그것의 손에서 피 대신 먼지처럼 보이는 이상한 물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잔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수십개는 될 그것의 얼굴의 주름이 더욱 깊게 패여갔다.

승현은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시 어떤 짓을 할 지 알 수 없기에 그럴 수 없었다. 주희는 여전히 저기서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렇지만 방금의 일로 인해 뭔가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만 승현은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괴물 때문에 주희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우아아아아!"

그것은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승현의 눈앞에 떨어져 있던 양손가위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괴물의 오른손이 크게 올라갔다. 승현은 그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부러져 있는 자신의 야구방망이에 생각이 미쳤다. 어쨌든 이 괴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것도 고통을 느끼는 것이었다. 분명히 날카로운 날로 저것의 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도 이 야구방망이였다. 그렇다면...

'되든안되든...해봐야겠군..제기랄!'

승현은 마음을 굳게 먹고 배트자루를 다시 꾹 움켜쥐며 눈앞에서 춤이라도 추듯 허우적대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것을 노려보았다. 스티로폼이라도 되는 듯 그것의 오른손에 가볍게 들려 있는 양손가위가 창밖으로 하나 둘 켜지고 있는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 차갑게 빛났다. 금방이라도 그것은 승현을 향해 다시 내리쳐질 것만 같아 보였다. 승현은 그것의 가슴쪽을 향해 두 손을 힘차게 내밀었다.

"크아아아악!"

"으아앗!"

푹!

부러진 야구방망이 자루는 미라의 왼쪽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 미라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온집안 가득히 울렸다.

"키이이이이이이익!"

콰당탕!

그것의 오른손에 들려 있던 양손 가위가 거실바닥에 떨어졌다. 승현의 피로 점점이 얼룩진 거실바닥에 미라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먼지가루가 쌓이기 시작했다. 배트자루로 관통당한 미라의 가슴 부분은 미라의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부스러지듯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배트 자루는 여전히 미라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그것의 몸은 마치 톱밥인형처럼 부슬부슬해지더니 머리 부분부터 분해되기 시작했다.
승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스스스스스스....
딸그랑!

몇 초되지 않아 미라의 온몸은 완전히 분해되어 가루더미로 변해버렸다. 동시에 승현이 미라의 몸에 박아넣은 야구방망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미라가 마치 분신처럼 들고 있던 양손가위가 그 옆에 있었다. 승현은 잠시 몸을 떨며 거실바닥에 앉아 있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꾼 기분이었다. 승현은 손을 들어 오른쪽 뺨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꿈은 아니었다. 어쨌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미라가 분해된 가루더미와 양손가위, 그리고 부러진 야구방망이와 박살난 브라운관 등은 실제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들이었다.

"이게...사람사는 세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야...젠장..."

중얼거리며 승현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깊게 찔리거나 베인 상처는 없는지 걸을만했다. 그러고보니 그 미라가 무서운 기세로 양손가위를 휘두르긴 했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줄 만큼의 가위질을 하지는 않은 듯했다.

한가지 생각이 승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가운데에서도 승현은 묘한 궁금증을 느꼈다. 승현은 잠시 눈앞의 먼지더미를 내려다보았다.

'혹시...이놈은 날 죽일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닐까...'

사실 무서운 가위의 날을 정신없이 피하면서 승현은 자기의 반사신경이 놀랄 정도로 빠르다고 생각했을 뿐 가위의 날이 날아오는 방향이나 세기 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미라가 승현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방법은 간단했다. 승현에게 가까이 붙어 그의 목을 가위로 쳐버렸으면 되었을 것이다. 놈의 믿을 수 없는 속도와 힘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마치 승현을 가지고 놀듯이 정신없이 가위를 피하는 승현을 향해 이리저리 가위를 휘둘러대기만 했던 것이다.
끔찍하도록 커다랗고 무서운 저 양손가위....

승현은 사건 보고서에서 본 죽은 김성준의 시체의 사진을 떠올렸다. 목이 반 이상 잘라질 정도의 엄청난 어떤 무기에 의한 살인...어쩌면 그것은 저기 있는 저 양손가위일지도 몰랐다. 갑자기 승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저것이 왜 이 집에 숨어들어 성준을 죽이고 주희와 자신을 위협했던 것일까...

'유재훈...의...복수....'

승현의 머릿속에는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생겼든 이마 정가운데에 그렇게 큰 사마귀가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미라의 이마에 가운데에 이마를 덮어버릴 듯 크게 붙어있던 사마귀와 사진 속 유재훈의 이마에 붙어 있던 사마귀는 거의 같았다.

등기부 이전 목록으로 추정한 이 집과 그의 악연이 김성준의 살해 사건과 방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의 원인이 된 것일까? 당장은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눈앞에서 이마에 커다란 사마귀가 붙은 채 미친듯이 커다란 양손가위를 휘두르는 그것을 목격했기에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김수산에 의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유재훈이란 사람의 복수라면, 뭔가 씻을 수 없는 범죄가 있고 그로 인한 원한이 있다면, 그것의 원흉이었을 김수산은 이미 비행사고로 죽었다.

승현은 묘한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몇 달 전 전국, 아니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수백명의 사람을 죽게 한 엄청난 사고... 그 비행사고마저도 유재훈이란 자의 이 미라가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의 수면 위의 의식은 말이 안된다며 그 생각을 비웃고 있었지만 무의식 속 일말의 불안감은 계속 증폭되어갔다.

영석의 아버지는 유재훈이었다. 가끔 영석은 무언가에 홀린, 혹은 씌인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이 저 알 수 없는 괴물의 모습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그리고 영석이가 변호를 맡았던 많은 부자들은...모두 알 수 없는 사고로 죽어갔다. 소문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것은 정말인지도 모른다.

'사고 비행기 비지니스 클래스 석의 대부분의 좌석에는 김수산의 일가족과 측근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

그리고...유재훈이 비행기에 타지 않았던 그의 가족 중 하나인 셋째아들을 죽인 거라면, 놈의 표적은 살아남은 김수산의 모든 가족일 것이다. 이복동생인 자신을 포함해 그의 모든 가족들...성준의 죽음은 어떤 미치광이의 살인도, 돈을 노린 계획살인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이복형에 의해 돈있는 자들에 대한 무서운 원한을 가지게 된 어떤 사람의 원한이 만들어낸 끔찍한 복수였던 것이다.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는 가운데에서도 승현의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쌓여갔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멀쩡하게 잘생겼던 사람이 그런 괴물같은 꼴이 되어...그것도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양손가위같은 걸 들고....돌아다니는 괴물이 된 걸까...단순히 복수를 위해? 그리고 복수라면 왜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주희를 살려둔 걸까...그리고 나는 왜....아니다. 나는 한참 가지고 놀다 죽이는 것을 즐기기 위해 한참동안 그냥 치명적인 상처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희는...놈은 주희를 죽이기는 커녕...'

승현은 미라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 일을 생각했다. 놈이 손을 길게 뻗어 주희에게 날아가는 야구방망이 조각을 막은 뒤 고통 속에 혼란스러워할 때 자신은 방망이 자루로 놈의 가슴을 찌를 수 있었다.

'놈은 주희가 죽지 않길 바랬던 걸까....'

머리가 아팠다. 그렇다면 놈의 복수에서 주희는 제외되는 것인가...왜? 남편인 성준은 죽이고 승현도 죽이려고 했으면서 왜 주희만 죽이지 않으려는 것일까...승현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가능성과 생각들이 떠돌았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자신이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화장터에서 만났던 옛친구 수혁의 말이 갑자기 귓가에 맴돌았다.

...........단...이거하나만 기억해. 니가 자기 앞에 있는 것들을 헤쳐나가는 사이에...넌 어느새 그 일의 중심에 와 있을 수 있어. 그 순간을 조심해. 너도 여러 일들의 피해자들처럼...지워져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눈앞에 있는 일들을 헤쳐나가는 사이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이 일의 중심에 와버린 걸까? '

승현은 소름이 돋았다. 안좋은 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몇 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몸을 떨며 자신의 발밑에 떨어져 있을 먼지더미들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승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승현의 눈앞에 쌓여 있던 먼지더미는 어디로 간 것인지 흔적조차 남지 않고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떨어져 있던 양손가위 역시 사라졌다. 승현이 잠시동안 자신의 앞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이 방금까지 엄청난 양손 가위로 자신을 위협하던 미라의, 아니 유재훈의 흔적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기절했던 주희가 깨어나서 눈앞의 것들을 치우고 다시 정신을 잃었을리는 없었다.

'그...그렇다면...'

놈은 죽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바로 눈앞에 있었던 승현이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스스로 움직여간 것이다. 승현은 몸을 떨었다. 증폭되어 가는 공포와 불안감...뿔뿔이 흩어져 있는 다른 가족들이 위험했다.



한편 승현의 앞에 기절해 있던 주희는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승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주희는 지금은 눈앞에 있지 않은 누군가를 향해 계속 뭔가를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소리...

"죽이지...죽이지말아요....아아..안돼요..안돼....아기를...아기를..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