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죽어가는
거울 속의 나를 본다.

흐릿한 겨울이 또 왔구나
나는 사고 이후로
더 이상 살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편집증은
너무나 추상적이라
좀처럼 진단하기 어렵다.

극적으로 석탄을 용서했기에
나는 처마에 불을 지필 수 있고
비열하게 죽어갈 수 있는구나

용서라기보단 강요된 화해,
그리고 그보다는 고문에 가까운
생존과 현실과 죽음의 간극

용균아, 나는 마트에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또 다시 분열할까봐
죽어가는 머리통이 스러질까봐

온 방의 전기를 끊고
앉아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거울 속의 나는
또 한 층 꺾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