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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다 쓰고 보니까 생각보다 분량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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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잔디밭에 누웠다.



오늘은 선생님이 오시지는 않았지만 나 혼자 누워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내 몸속을 구석 구석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의 손길이 나를 기쁘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옆에 웬 쪽지 한장이 놓여있었다.



나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펼처보았다.






















"왜 항상 여기에 있어요?"






















나는 어떻게 대답해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쪽지의 뒷면에 적어주기로 했다.






















"이곳이 너무 좋아서요."






















그렇게 다시 원래 자리에 두고 난 교실로 들어갔다.



하교를 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대문 앞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






















"집에 있는 거 말고 하는 일 없어요?"






















나는 우리집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져서



쪽지에 지속적으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딱히 할일도 없고 나가서 노는 것도 지겹고..."






















다시 대문에 붙여두고 난 집에 들어갔다.






















다음날






















대문앞을 나오니 새로운 쪽지가 붙어 있었다.























"오늘 아침은 잘 잤어요?"






















나는 이 쪽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점점 궁금해져 갔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더워서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자기는 했어요."






















그렇게 학교에 등교하니 내 책상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






















"학교 생활은 어떤 것 같아요?"



"나름 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해요."






















나는 그렇게 수업을 받고 점심 시간에 잔디밭에 나가있는데 쪽지가 놓여있었다.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때가 되면 알아서 밝히겠죠."






















그렇게 적어놓고 자리에 누워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솔직히 그 때 눈을 떠서 누구인지 봐도 됬지만 난 이 상황을 좀더 즐기기 위해서 일부러 모른척 했다.



내가 자는 줄 아는지 옆에 있는 누군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난 내 예상과 다른 전개에 몹시 참기 힘든 궁금증이 생겼지만 다음 재미를 위해서 꾹 참았다.






















그렇게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언제까지 그렇게 자는 척 할거에요?"






















내가 일부러 그러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순간 민망해진 나는 자리에 앉아서 눈을 떴는데 옆에 웬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넥타이를 보니까 우리랑 같은 학년이었다.






















나 : 저기... 쪽지의 주인공?






















상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 :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쪽지를 붙였어요?



"지나가다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거든요."



나 : 그러면 나에게 쪽지를 건내는 이유라도 있어요?



"그냥 당신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했어요."






















나를 마치 실험 대상처럼 탐구하는 눈빛이 별로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나 : 이제 궁금증은 풀렸어요?



"아뇨... 아직 해볼 것들이 너무 많아요."






















의미심장한 말에 난 약간 소름이 끼쳤다.






















나 : 저기... 혹시 스토커?






















상대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스토커는 아니고 관찰자라고 해두죠."






















뭔가 이상한 분위기의 이 아이를 보자니 난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난감했다.






















나 : 전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별로 방해하면서 볼건 아니에요."



나 : 그러면?



"그냥 지금처럼 쪽지로 한번씩 물어보거나 이렇게 시간되면 물어보기도 할거에요."



나 : 그렇게 하는 이유라도 있어요?



"당신이 궁금하거든요."






















나는 무엇인가 낯간지러우면서도 이상한 이 말에 어떤 반응을 해야될지 난감했다.






















나 : 아... 그러세요.






















나는 더이상 잔디밭에 있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서 먼저 자리에 일어났다.






















나 : 앞으로 궁금한게 있으면 잔디밭에 나와서 물어봐요.






















그렇게 말하고 난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이 되어 다시 잔디밭에 나갔는데 그 애가 먼저 있었다.






















나 : 진짜 왔네?






















상대는 나를 보더니 가만히 보기만 했다.






















나 : 저기 이렇게 된 김에 이름이라도 알고 지내죠?



혜빈 : 이혜빈이에요.






















뭔가 무난한듯 하면서 여자아이 같은 이름이 이 애랑 안어울리는 듯한 기분은 뭘까...






















나 : 아... 같은 학년인거 같은데 말 놔도 되지...?



혜빈 : 그렇게 하세요.



나 : 너는 안놔?



혜빈 : 전 이게 편해요.























무미건조한 말투에 로봇같은 말투까지



거기에다가 나를 탐구하는 듯한 눈동자까지



상당히 4차원적인 성격의 여자애였다.






















나 : 언제부터 나한테 궁금증이 생겼어?



혜빈 : 궁금증은 입학실 날 교문앞에서 부터 생겼어요.



나 : 여자애한테 밀려서 넘어진 모습에?



혜빈 : 네






















난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 : 아...하하 그렇구나.



나 : 그런데 왜 지금에서 이렇게 물어봐?



혜빈 : 당신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물어보기 난감했어요.






















아마 샛별누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나 : 그래도 같은 학년이니까 내 반을 알고 있다면 찾아와서 말해도 되잖아.



혜빈 : 반에서도 당신 주위에는 사람들이 있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나 : 그러면 대문앞에서는?



혜빈 : 처음보는 사람이 대문앞에 나타나면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안했어요.






















그렇게 쭉 나열하고 보니까 진짜 나한테 말을 걸 기회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 흠... 말을 쭉 하고 보니까 나한테 말을 걸 기회가 별로 없었구나...



혜빈 : 네... 그렇죠 뭐.



나 : 너는 전공이 뭐야?



혜빈 : 현대무용이에요.






















말투를 보면 물리학 같은 과학쪽에 관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현대무용이라니 좀 의외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애의 몸매라인을 봤는데



교복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무용으로 다져진 고운 라인은 옷 맵시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나 : 조금 의외이기는 한데 몸을 보니까 전공이 맞는 것 같기는 하네...



혜빈 : 왜 의외죠?






















나는 거기에 대답할 말을 찾기 어려워서






















나 : 그냥...






















혜빈이는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얼굴을 기웃거렸다.



아무 표정없이 그냥 기웃거리는 것인데 무엇인가 로봇같으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그 애를 보니



나도 그 애가 어떤애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 : 나도 너를 보기 시작하다 보니까 너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나 : 그냥 물어보면 재미가 없으니까 전에처럼 서로에게 쪽지로 물어보고 대답하기로 할래?






















혜빈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 그러면 오늘부터 시작이니까 너가 나한테 쪽지를 주든 내가 너한테 주든 하자.






















그렇게 말하고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 : 나 먼저 가볼게.






















그렇게 난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