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그녀를 위해서 한일이었다.

왜에서 쳐들어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고, 마을 관리들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왜놈들이 우리 마을을 쳐들어왔다. 비록 적은 숫자의 왜놈이었지만, 마을은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고, 우리네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했다. 특히 나는 순간 온몸이 경직되었고, 너무나도 겁을 먹어었다. 아직 왜놈들을 방어할 포졸들 오지 않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채원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채원이를 찾았을땐 왜놈에게 쫓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채원이를 쫓아오던 왜놈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비껴 맞았지만 왜놈은 옆으로 넘어졌었다. 예전부터 험한 일을 많이 한터라 비껴 맞았어도 꽤나 강했나보다. 왜놈은 다시 일어나 넘어지면서 떨어뜨린 칼을 주웠다. 그 칼의 끝을 나를 향한채로 다가오고 나는 그때서야 내가 벌인 일에 겁을 먹었다. 왜놈이 나와 채원에게 약 10발자국 정도 왔을때 포졸들이 몰려와 몇 명은 우리의 앞으로 또 몇 명은 우리를 뒤로 잡아 끌었다. 왜놈은 포졸들에게 상당수 찔린 뒤 쓰려졌다. 왜놈은 쓰러진 후 약간의 움직임을 보인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흘린 피와 상처로 보아 죽은거 같았다.
그 후 우리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같이 마을의 중심에 있는 관청에 모였다.

"남자는 건물의 손상된 곳을 고치거나 부상자나 사망자를 옮기고, 여자들은 모여 밥을 하고 잔심부름을 하거라"

이방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귀찬아 보인것같기도 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내 머리는 아직 왜놈이 쳐들어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나의 눈은 채원이를 향해 고정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이 말을 끝낸 후 들어가려다 멈추고 다시 우리를 향해 입을 연다.

"그리고 포졸들과 같이 싸울 의병을 모집해야하는데 마을 남자들 중 누가 의병장을 맡겠는가?"

나는 관심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어느 한곳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강주를 추천합니다요. 아까 강주가 아가씨를 구했습죠"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빠르게 눈을 돌렸다. 내가 왜놈을 칠때 옆에 도망가던 어느 아저씨 같았다.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기 전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곧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찬성한다는 투의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방이 나에게

"그럼 너가 의병장을 맡아라. 그리고 젊은 남자들로 의병단을 모집해봐라"

라고 말한뒤 뒤돌아 어떤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나의 어깨나 등을 툭툭 치면서 자신들이 할 일을 하러 나가고 그 아저씨도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린 다음 관청밖으로 나간다. 모든 일이 끝나서야 나의 머리는 뒤늦은 반론을 생각했다. 나는 겁도 많고, 싸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의병장이 된 것은 마냥 좋지가 않다. 심지어 너무나 억울하다고 생각되고 나를 지목한 아저씨가 싫어지기까지되었다.
'나는 단지 그녀을 위해 한 일이었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