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저씨... 나 좀...재, 재워주라."

...?

뭐라고?

"뭐라고?"

생각한게 그대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음...저, 그러니까 나 좀 재워달라고"

"...뭐?"

"재워달라고"

"뭐?"

"...일부러 그러는거지?"

당연하지.

...근데 이거 진심인가?

"너..음..그러니까...몇살?"

녀석은 내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열 여덟, 고2. 근데 뭐?"

음...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닌데..

"...요새 고딩들은 성교육안하냐?"

내 대답에 녀석은 몇초간 멍해지더니 갑작스레 소리쳤다.

"이,이..이..등신같은 놈아! 그,그, 그런 뜻이 아니라고!"

얼굴도 새빨개졌다.

...저 나이먹도록 남녀가 같이 잔다는걸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건 확실히 정상이 아닌거다.

"그럼 나랑 같이 잔다는 말이 무ㅅ...."

"그,그러니까 ! 그게 아니라고, 멍청아!!"

허..내가 이상한건가?

"...그럼 그게 뭔데?"

"내,내가 어,언제 너보고 같이 자,자,잔다고 했어!"

"...이거 신종사기같은거냐? 이래놓고 성추행당했다고 경찰서 데려가고...뭐, 그런거야?"

"뭐? 뭐라는거야! 그..어쨌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야!"

'사기 당한건가?'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지만 아닌가보다.

"음...그래, 좋아. 차분히 다시 설명해보도록 육하원칙에 맞게"

"그러니까! 말 그대로 잠만 재워달라고! 너 어차피 OO대학교잖아. 근처에 집있지?"

...황당 그 자체다.

"내가 자원봉사자냐?"

"...흥, 싫음 말어."

...이 년 이거 진짜 황당한년일세?

"내가 왜 같이 자주지도 않는 여자를 내 집에서 재워줘야하는거냐? 합당한 이유를 하나라도 제시한다면 재워주마."

"시끄러, 그러니까 싫음말라고."

허...이 년 이거 지금 밀당하는거야?

"하..뭐, 그래...일단 이유나 듣자. 왜 내 집에서 자려는거냐? 나한테 반했니?"

아! 그런건가...후후후, 이래뵈도 내가 한 매력 하...

"자꾸 지랄할래?"

...망할년.

녀석은 약간 머뭇거리며 대답을 이었다.

"...가출했어."

대충 그럴 것 같더라.

"그러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왜 했냐고는 안물어?"

"물어봐줄까?"

"아니."

"...왜했냐?"

"...대답안해. 아씨, 너 여자한테 인기없지?"

"커헉..."

...싸가지없는 것...아픈 부분을 찌르네.

근데 반응은 신선했다.

"엥? 진짜야? 너 여자한테 인기없어?"

녀석은 상당히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

뭐라 대답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진다.

"허..생긴거는..."

"...뭐? 생긴거는 뭐?"

"음...아니, 그럴 것 같이 생겼다고"

"시비거는거지?"

"흥, 별로...그래서 재워줄꺼야, 말꺼야?"

...이 년은 대체 사고회로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요새 고등학교에서는 '부탁하는 사람에게 막대하라'고 가르치나?

초등학교 '바른 생활'시간에 잤니?

"...후우, 몇일?"

왜 거절하지 않았는지는 묻지마라.

거절하자니 왠지 내가 열받아서 그러는 것 같고...아오, 모르겠다.

"당연히 하루지, 변태같으니"

...망할

아, 막상 받아주자니 너무 밉상이다.

"너 근데 왜 자꾸 반말이야?"

"너도 반말하잖아."

"내가 너보다 2년은 더 살았거든? 2년이면 730일이고 끼니로 따지면 2190..."

"아아, 시끄러. 그런 사소한 걸 왜 신경써? 너 쫌생이구나."

"...그냥 대화 안 할거야"

"삐진거야?"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치솓았다.

"어? 주먹쥐네? 때릴거야? 때리게? 나 여잔데?"

"...죄송합니다."

"흥, 진작 그럴 것이지."

...대체 내가 뭘 잘못한거지?

아니, 그보다 어쩌다가 이딴 식으로 꼬인거지?

하아...

"근데..우리 집까지 가려면 2시간 걸어야한다."

"상관없어."

상당히 의외다.

왜 이렇게 머냐고 징징거릴 줄 알았는데.

아니, 그보다 난 이미 녀석을 재워주기로 정해버린건가?

...에라 모르겠다.

"난 상관있는데?"

"그럼 너네 집 열쇠주고 위치 알려줘."

"...됐다. 말을 하지 말자."

"헤헤헤."

"뭘 실실거려? 기분나쁘게"

"시끄러! 네가 뭔 상관이야?"

"그거 네 유행어냐? 시끄러! , 시끄러!"

"헐...너 되게 유치하다..."

"..."

별 자질구레한 대화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시간은 벌써 1시쯤.

그러므로 가는 길에 사람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기 힘들다.

사실 두 시간은 좀 오버고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다.

자취를 하는 것이니, 나만 된다면 아무런 문제없다.

내일부터는 방학이고...

...엉? 방학이구나?

"으으,야, 나,나 추,추워. 너 옷 더 벗어줘."

"네가 입고있는 그게 내가 아까 벗어준거 아니니?"

"시끄러, 너 남자잖아. 하나 더 벗어줘."

"성차별하냐? 남자가 더 추위 잘타는 거 몰라?...으으. 생각해보니까 나도 춥다. 너, 이제 그거 내놔."

"앙? 싫은데?"

"내꺼잖아."

"쪼잔하게...흥, 알았어.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할게."

"...아니, 나 진짜 춥거든? 으으, 야, 얌마! 빨랑 내놔!"

"꺄악! 벗기지마! 꺄아아악! 벗기지...!"

얼른 녀석의 입을 틀어막자 혓바닥으로 내 손바닥을 핥았다.

"으엑! 드럽게."

"히히히히"

...지금이라도 돌려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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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분량이 좀 많았던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