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에 대해서
내가 살고있는 세상은 적어도 사람들이 얼굴 보면서 하는 대화에는 아직까지 온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십년 전 과 비교해도 많이 나빠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코로나를 겪으면서 얼굴 보고 대화 할 기회는 전 보다 많이 없어졌다고 해도, 전 과 별 다를 것 없는 대화 체계를 유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대화가 줄어든 만큼, 인터냇 상에서의 대화 혹은 소통은 전 보다 늘어났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고있다보면 부정적인 댓글 공격적인 댓글이 난무한다. 특히 유튜브 댓글을 보고 저 대상자가 나라면 엄청나게 힘들 것 같은 댓글들을 수 없이 많이 봤다. 댓글이 가지는 특성 그리고 인터넷이 가지는 특성, 상대방이 본인이 누군지 당장에 알아 차라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본인의 신상이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본인의 이름으로 댓글을 단다고 한들 당장 본인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 할 것 이다. 꼭 익명을 보장 받지 않아도 이것이 익명성을 띄고 있다고 느낀다. 그럼 왜 익명성을 가지게 되면 나쁜 말들을 서슴치 않게 될까? 정확한 상관 관계는 아닐지어도 내 경우에는 익명을 인지하게 되는 경험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때 나는 화장실 변기칸에 누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물을 뿌리고 누구 똥싼다고 소리치며 웃고 심지어는 옆칸으로 들어가서 누가 안에 있는지 확인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나는 어렸을 때 1교시가 끝난 후 10시쯤부터 배가 자주 아프기 시작했는데 그 때면 수업종이 치고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본 후 교실에 들어가곤 했다 그럼 아이들이 똥을 싸고 온게 아닌가 하는 의심 섞인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 눈총마저 견디기 힘들어 아이들에게 걸리지 않는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다니던 학교는 1층에 학년 교실은 없고 병설유치원과 과학실 보건실이 있었다 1층에 가면서부터 나의 속은 조금은 편안 해 진 것 같다. 갑자기 떠오른 일이 있다. 2학년때 친구 한명이 갑자기 벌떡일어나서 총총 뛰어 뒷문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선생님께서 무슨 일 이냐고 묻자 배가 아픕니다 화장실 다녀올게요. 당당하게 말을 하니 아이들은 웃으며 넘겼던 기억.. 나는 왜 당당하지 못했나..
또, 다른 경험으로는 학급내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나면 다들 무릎꿇고 책상위로 올라가서 손들고 10분정도 벌을 받았던 기억있다. 그럼 그때 선생님께서 항상 다들 눈감고 손을댄 아이는 지금 손을 들면 봐주겠다. 절대 보지말아라 라며 익명성을 씌워 주셨다. 하지만 그때 적어도 내기억으론 2~3명의 친구들이 실눈 뜨고 지켜보았다며 쉬는시간때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도 마음의 편지라는 것을 접하게되는데 듣기로는 누가 썻는지 필적까지 대조해서 쓴 사람을 찾아낸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익명으로 건의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을 구태여 찾아내는 우리의 익명성이란..
그렇게 보장 받아야 할 익명성은 언제나 들키기 쉬운 나를 보자기 하나로 감추는 꼴 이였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익명성의 나약함에 대해서 계속해서 경험을 쌓고 살았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각자의 방법으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을 어떻게 하면 숨길 수 있는지 경험을 쌓게 된다. 그때의 기억인지 나는 최근까지도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있다가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오는순간 그 즉시 멈추고 모두가 나갈때까지 없는 사람인 듯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너무 속이 좋지않아 옆칸에 사람이 있는 것을 인지 하였음에도 일을 해결 한 적이있다. 당연하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와서도 아무도 내가 큰일을 본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아무렇지 않게 볼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나열 하였지만, 나는 우리가 익명이 본인을 숨기는 장치라는 한 가지 지점만 인식하게 되며 커 간다고 느낀다. ‘익명성 = 나를 숨길 수 있는 장치’ 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 해야 될 또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바로 확인 되지는 않지만 그 것 보다 중요한 점이 익명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익명성의 무서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 했으면한다. 가령 화장실 옆칸에 들어가 난간을 붙잡고 옆 학생을 확인했던 아이처럼 우리가 댓글을 단다고 해도 결국 누구인지 누군가 작정하고 찾는다면 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댓글 뿐아니라 몰래 행해지는 사소한 범죄에 있어서도.. cctv는 너무나도 많다 생각보다 보는 눈도많고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지 않는가.
우리는 어려서 익명이라고 하면 나를 감추는 데 에만 경험이 쌓인다. 익명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경험이 쌓일 기회가 적다. 그리고 보통 어렸을 때 익명의 무서움을 겪는다고 하여도 그것은 익명을 행한 사람이 아닌 익명으로 어떤 소통을 받은 사람이 겪게 될 것이다. 보통. 그럼 익명을 사용한사람은 그 무서움을 겪지 못 한 채 숨겨지는 부분만 인식하게 되고.. 끔찍하다..
익명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쉽게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화로 다가 온 다는 것을 인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 드는 요즘이다. 나는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되어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에게 익명성의 무서움에대해서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ps.. 혹시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처음 올려봐서 이 곳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다른 게시판에 올려하 한다면 알려주신다면 그것 또한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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