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 수사에 들어가야겠지요?'-'）

근데 당연히 미스테리 소설인 만큼 쉽게 풀리면 안대지요-_-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미 최소한 어드렇게 생겨먹은 넘인지는 알고있는

범인의 정체에 대해 의문이 깊어집니다.

그럼 함께 현장으로 가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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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5


"안녕하십니까. 천일 로펌 소속 변호사 김승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서울지검 검사 최기영입니다."

아침 11시...승현과 최검사는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소개했다.

여러 모로 둘은 비슷했다. 검찰청과 로펌에서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여러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면도 그랬고 자신이 맡은 일에 꽤나 뛰어난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는 면에서도, 그리고 크지 않은 키와 다부진 몸도 그랬다. 그렇지만 흰 얼굴색에 두꺼운 안경, 처진 눈이 약간 어눌해 보이는 인상의 최검사에 비해 승현의 얼굴은 가무잡잡한 데다 훨씬 야무지고 샤프했기 때문에 첫 인상에서 그들은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어쨌든 김성준 살인 사건의 담당 검사와 가족 소송 관련 변호사로서 둘은 첫 대면을 가졌다. 살해된 성준의 집 마당에서였다. 적당히 사건 현장을 둘러본 최 검사는 시체를 확인하러 가던 중 바쁘게 주차를 하고 성준의 집으로 들어오던 승현을 만난 것이다.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잠시 그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난생 처음 만난 검사와 변호사...사무적인 이야기 외에 할 말이 없었던 그들은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통적인 이야기 주제를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당장은 변호사와 눈싸움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최 검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날씨 참 구질구질합니다."

"네? 네...구질구질하네요..."

"오늘 낮부터 비온다고 하던데요..서울에만 60밀리 이상 온답니다."

"음...우산을 안가져왔는데요..."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승현은 검사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의 말대로 하늘에 잔뜩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날에 시체 보러 가는 것도 참 거시기 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아 네..."

"이건 사건 현장의 여러 정황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일단 가지고 계십시오."

최검사는 A4용지 몇 장을 스테이플한 종이를 승현에게 건넸다. 승현이 종이를 넘기는 사이 최 검사는 승현에게 다시한번 악수를 청하고 대문 밖으로 향했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최 검사가 승현을 잠시 돌아보았다.

"아...그런데 혹시 어젯밤 11시경 어디에 계셨습니까?"

"네...저는 그때 제 원룸 오피스텔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원하신다면 관리하시는 분을 증인으로 세울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 하나하나 붙잡고 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뭘 했는지 묻는 건 검사가 할 일이 아닐텐데...승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승현의 마음이 눈에 나타났는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최검사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를 남기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아직 그럴 단계까지는 아닙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어쨌든 그러셨군요. 일단 수사가 진척되는 대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검사님도 수고하십쇼."

대문이 열린 채 최검사가 차의 오른쪽 뒷좌석에 올라타고 시동이 걸렸다. 내려가 있던 차창이 올라가며 최검사가 다시한번 그를 향해 악의 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차창이 닫히자 승현은 약간 기분나쁜 표정으로 보고서를 훑어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승현의 뒷모습을 최검사는 대문 밖 약간 열린 틈으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돈이 문제라면....이 집에 사는 식구들만 해서는 다섯 명이 안된단 말이지..."

성준의 집 안으로 들어간 승현의 눈에 넓은 거실에 모여 앉아 있는 세 명이 보였다. 살해된 남자의 아내, 그리고 그들의 어린 두 명의 동생들이었다. 아침 내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경찰과 형사들은 철수한 상태였다.
사건은 가택 살인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수많은 거물들이 거주하는 평창동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현장 보존 따위를 할 수 있도록 이웃 사람들이 놔둘 리가 없었다. 몇 달동안 시끄러운 소리, 그리고 귀찮은 일들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빠르게 집안의 CCTV촬영 자료를 비롯해 증거가 될 만한 몇 가지를 챙긴 후 많은 사진을 찍어 사라졌다. 좀 있으면 경찰서에서 성준의 가족들을 지겹게 찾을 것이다. 승현이 할 일은 최대한 그들을 대변하여 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승현이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재준을 불렀다.

"웬일로 오늘은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 요즘 공부 열심히 하는구나!"

"....."

"삼촌 오셨어요..."

"오빠한테 하는 말 같은데.."

주희가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승현을 맞았다. 재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었고 수연이 그런 재준을 향해 뭔가 말했다.
그래...나라도 눈앞에서 그 모양의 시체를 본다면 이렇게 안된다는 보장이 없을거야...승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수연의 옆에 앉았다. 몇 시간동안 울었는지 수연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승현은 눈을 깔고 다른 사람들을 살폈다. 재준의 산발머리가 아래로 내려뜨려진 채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어 재준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남편을 잃은 창백한 주희의 얼굴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걱정이 미쳤다. 승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신적 충격이 컸을 텐데...아이한테는 아무 이상 없어요?"

"아침에...임선생님이 다녀가셨어요.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멀쩡하대요...."

"다행이네요..."

승현은 자신에게 눈을 돌리지도 않으며 중얼거리는 주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잔인한 사건은 승현의 조카뻘 되는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 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연히 여기 있는 무기력한 여자와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승현의 머릿속에 최초로 성준의 죽음을 들었을 때부터 감도는 어떤 오렌지빛 느낌이 있었다. 승현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계속 그 생각을 억눌렀지만 그것은 승현의 무의식 아래에서 자신이 그의 생각을 지배할 수 있을 때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승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승현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학교 3학년때부터 5년간 깊이 사귀어오다 갑부의 아들이자 전도유망한 의대생인 성준에게 빼앗겨 버린 주희 때문이었다.

"돈이에요..."

수연의 말에 승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뭐라구?"

"어떤 자식인지 몰라도...죽은 아빠 돈을 노리고 있는 거라구요."

"...."

사건 현장 보고서를 쭉 읽은 승현도 어느 정도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승현의 앞에 앉아 있던 주희는 수연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기 혼자라도 안심해 보고 싶은 건지 최대한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그녀에게 말했다.

"수연아...그럴 수도 있지만...그건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야."

"글쎄요..."

아까까지 울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이 된 수연이 주희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철근이랑 도끼 같은 걸로 찍어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 거 같아요? 뭔 동기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만약에 오빠가 예전에 어떤 놈한테 지독한 짓을 했다고 쳐요. 대체 어떤 사람이 우리 집 천장과 지붕 사이에 사람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천장으로 통하는 보일러관 설비가 있다는 거랑 그게 집 주변에서 유일하게 CCTV가 돌아가지 않는 데라는 건 누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어떤 세상에 미친놈이 사람 하나 죽여보겠다고 며칠동안 8평이 넘는 화장실 천장에 콘크리트를 부숴대겠냐구요. "

"그건..."

"진짜로 미친 자식이 숨어들었던 거던가...아니면 오빠가 어떤 인간한테 지독한 짓을 했던가...아니면 아빠의 돈을 노리는 인간이 한참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오빠를 죽였던가..셋중 하나에요! 셋중에 뭐가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언니. 오빠가 체조 선수나 건축 공장이 손이라도 자른 적 있어요?"

"그런 말 좀 하지마! 안그래도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아으..."

수연이 히스테릭한 어조로 떠들어대는 사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재준이 수연을 향해 소리질렀다. 승현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상황 판단능력에 잠시 감탄했다. 분명히 경찰이나 검사는 이 녀석한테 아무 말도 안하고 떠났을 텐데...

"그래도...그래도....경찰들은 유산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거울의 5라는 숫자가 좀 이상하다고 했어...정신 이상자의 소행일거야...어떤 놈이 사람을 죽여 놓고 그 피로 거울에 숫자를 써놓겠어...수연아...안그래?"

"언니 머리가 그렇게 안돌아가요? 아빠 상속인이 몇 명인 줄 알잖아요! 언니까지 합쳐서 다섯명이에요! 그리고 그중에서 이제 한명이 죽었다구요! 그게 뭘 뜻하는지 알아요?"

"설마..."

"좀있으면 우리 차례도 올거에요...우린...모두...죽은 목숨이라........흑...."

수연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주희는 수연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수연의 말을 듣고 있던 승현이 수연에게 말을 붙였다. 수연의 말은 언뜻 논리적일 수도 있지만 사춘기 소녀의 상당한 비약이기도 했다.

"그냥 니가 형사 하지 그러니? 참 어린 게 소설은 많이 봐가지고...그 머리를 공부하는데 좀 쓰지 그래? 수연아. 세상은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야. 혹시 니 생각이 맞다고 해도 여러 사람들이 니 생각처럼 되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응? 울지 말구...주희씨...저 아침도 안먹었어요. 뭐 좀 안줘요?"

승현은 수연을 다독였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도 단서가 전혀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한 어떤 불안감이 솟아오르는 건 사실이었다. 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승현은 거실 저편을 바라보았다. 열린 욕실 문 너머로 채 지우지 못한 검붉은 핏자국이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6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대체 왜 이걸 봐야 되는 걸까...
경찰이나 형사가 아닌 검사로서 시체를 볼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웬지 모를 흥미로 인해 최검사는 검사로서 직접 사건 수사에 나서고 있었다. 빵빵하게 에어콘이 나오는 사무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그는 사서 고생중이었다.

가끔 그는 이렇게 직접 사건 수사에 나선다. 물론 자신이 일선에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형사들의 보고를 받고 수사의 방향을 결정했다. 그리고 최검사가 흥미를 느껴 직접 수사에 나선 사건은 가끔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곤 했다. 냉정하고 재빠른 수사력으로 특별 검사직에도 몇번 물망에 올랐던 그였지만 아직은 많지 않은 나이가 그의 특별 검사실 행을 방해하곤 했다.

부검을 위해 여기저기 벌려 놓은 터라 성준의 시체는 더욱 끔찍했다.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시체를 살피는 그를 담당 형사 박성철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최 검사가 고개를 들었다.

"더 못보겠군요. 그럼 그것 외에 시체에서 나온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까?"

"시체에는 아무 흔적이 없습니다. 다만 시체의 목을 찌른 흉기와 손을 자른 흉기가 같은 것이라는 증거가 약간 검출되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칼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큽니다. 시체의 목은 거의 반 이상 잘라져 있었는데 환부의 모양을 봐서는 상당히 무겁고 커다란 날을 가진 무기에 단 한번 찍혀서 그만큼의 상처가 생겨난 겁니다. "

"그렇습니까..."

최검사는 잠시동안 생각했다. 경찰청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가져온 수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머리속에서 조합해 보고 있는 중이었다.

"살인자는 감시 카메라의 교차 시간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집안으로 숨어들었고 천장에 숨어 있다가 김성준을 살해한 뒤 자신이 타고 올라온 보일러 관으로 역시 소리없이 빠져나갔군요. 그러자면 상당히 몸이 빠르고 또한 김성준의 집의 구조와 감시 카메라의 교차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겠구요...."

"네 그렇습니다."

담당 형사가 그의 말을 받았다.

"또한 천장과 지붕 사이의 작은 틈에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작은 덩치의 사람이죠. 그렇지만 그의 손에는 엄청난 날을 가진 무언가가 들려 있었고.... 단 한번의 칼질로 사람의 손목을 완전히, 그리고 사람의 목을 절반 이상 끊어버릴 수 있는 무기는 세상에 흔하지 않아요....만약에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상당히 무겁겠죠....작고 빠른 사람이 들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거기다 그 흉기는 잘린 손목의 모양으로 봐서는 가위나 니퍼와 비슷한 종류의 양손 흉기였고...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김성준의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천장에서 내려와서 그의 손을 잘랐죠, 그리고 그 손이 내려올 당시에는 천장 댐방과 타일 사이에 붙어 있던 콘크리트는 완전히 가루가 난 상태였구요..."

"그렇게 무거운 양손 무기가 타일 위에 올려져 있었다면 타일들은 아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을 겁니다. 살인자는 아마 지붕을 잇고 있던 철근에 매달려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최 검사가 담당 형사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양손 가위를 들고 공중에 떠 있거나요..."

"그..그건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렇죠..."

"예?"

"이 사건은 말이 안돼요."

말을 이으며 최검사의 말투가 낮고 빨라졌다.

"어떻게 봐도 사건의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살인자가 철근을 잡고 매달려 있다고 해도 그 상태에서 그 반대 방향의 철근을 자르려면 한 손으로 철근을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철근을 잘라야 합니다. 양손으로 조작하는 가위로 말이에요. 더군다나 철근을 잘라서 김성준의 눈에 정확히 조준해서 내던졌다구요? 올림픽 평행봉 금메달 리스트라도 그런 짓은 하기 힘들어요. 말이 안됩니다.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한편 범인은 집 주변 CCTV에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범인을 검거할 단서도, 논리적 순서도 전혀 맞지 않아요."

"그렇다면...어떻게 해야 합니까...수사를 종결짓습니까?"

"아닙니다. 유일한 가능성이 있죠."

최 검사의 두꺼운 안경 뒤의 처진 눈이 다시 날카롭게 빛났다.

"살인자는 집 안에 있던 세 명중 하나일 가능성이...상당히 높습니다."

"뭐라구요?"

놀란 눈으로 박형사가 대답할 무렵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어 김형사! 뭐 나온거 있어? 엥? 그럴..수가....알았네...검사실 팩스로 보내게..."

전화를 끊은 박형사가 침울한 표정으로 최검사를 바라보았다. 최검사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공중에 떠있던게 맞나봅니다."

"무슨 말입니까?"

따르르르르~
검사실의 팩스가 울렸다. 박형사는 천천히 팩스를 향해 걸어가 올라오는 팩스 용지를 뜯어 최검사에게 보여주었다. 최검사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흐릿한 팩스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진에 나타난 흐릿한 형체는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CCTV화면에 잡힌 뭔가를 캡쳐한 사진이었다. 키가 채 160이 될지 안될지 모를 쭈그러들고 말라빠진 어떤 사람이 김성준의 집의 뒷담을 넘고 있었다. 사진의 구석에 있는 것은 잉크가 번져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달인 것 같았다. 그 형체가 뒷담을 넘는 모습이 마치 달을 향해 춤이라도 추는 듯하다. 사진은 많이 흔들려 있었다. 그렇지만 최소한 그 형체의 뒷모습만으로도 그가 살인자라는 확신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그의 왼손에 가볍게 들린 그의 몸만한 커다란 양손가위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