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복수의 수레바퀴가 그 첫 회전을 완성합니다...

사마귀 아저씨...생긴 건 어떤지 몰라도 대략 멋짐!+ㅁ+）=b

보시죠!!

===================================================================================

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괌으로 가는 비행기 - 3


"으아아아악!"

성준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모래투성이 욕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는 그의 앞으로 아직도 천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모래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덜덜 떨며 그는 다시한번 손목을 바라보았다. 착시 같은 것은 아니었다. 손목은 예리한 무언가에 잘라진 듯 깔끔하게 베어졌다. 그리고 아까까지 자신의 손목에 달려 있던 왼손은 자신의 눈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쏟아지는 모래 속으로 파묻혀 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천천히 모래가 쏟아지는 속도가 잠잠해져 가고 있다.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모래가 떨어지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며칠동안 계속 갈아댄 콘크리트 천장이 타일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부서져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 것 같았다. 천장에 얌전히 붙어 있던 타일들도 붙어 있을 콘크리트들이 부서져 내린 탓에 언제 떨어질지 몰랐다. 타일간의 접착력으로 붙어 있는 천장 한 구석 머리 위의 타일이 떨어진 자리에는 멀리 희미하게 지붕의 기초 공사를 위해 대어 둔 철근만이 보일 뿐이었다.

두가지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에서 강하게 맴돌았다. 무엇이 그의 손을 잘라낸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일단 왼손을 찾아 욕실에서 빠져나가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삶에 대한 욕망!
성준은 정신없이 두껍게 쌓인 모래를 뒤엎으며 자신의 왼손을 찾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기기기긱.......

그때 천장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는 잘 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 동시에 귓가를 긁어대는 듯한 불쾌함이 느껴지는 뭔가를 갉아대는 듯한, 어쩌면 뭔가가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이 바닥에 끌리는 듯한 묘한 소리...
성준은 놀라 오른손으로 모래를 파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퍼억!
"윽!"

아까까지 천장과 수평 방향으로 얌전히 놓여 있던 천장의 철근이 어느새 천장과 수직 방향으로 변해 타일이 떨어진 구멍 쪽으로 내리꽂혔다. 그것은 정확히 성준의 오른쪽 눈으로 파고들어 성준의 뒷통수를 뚫었다. 고통과 놀라움으로 잠시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성준은 잠시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미친듯이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철근은 천장의 구멍과 성준의 왼쪽 눈에 뚫린 구멍에 정확한 각도로 걸려 있었다. 그가 허우적댈수록 눈에 뚫린 상처가 점점 커지면서 철근은 성준의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다.
그의 두개골을 뚫고 뇌에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준 두꺼운 철근이 천천히 그를 죽음으로 몰아 간다. 삶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강한 그는 어떻게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두 손을 허우적댔다. 잘려진 왼손목에서 끈적끈적한 피가 흘러나왔다.

정신없이 허우적대던 그의 몸과 두 손이 힘이 빠지는지 점차 잠잠해져 갈 때쯤 아직 신체의 일부로서 기능하고 있는 그의 크게 떠진, 그러나 동공이 풀려가고 있는 왼쪽 눈에 천장의 구멍에서 천천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가 띄었다.

몇십년은 손질하지 않은 듯한 더풀더풀한 산발의 긴 머리가 천장의 구멍을 타고 점점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미라였다. 퀭한 그것의 눈이 성준을 향해 굴렀다. 말라빠진 주름투성이 얼굴이 잔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두 손에 들려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가위가 성준의 눈에 들어왔다. 소의 목이라도 단번에 잘라버릴 수 있을 듯한 날카롭고 커다란 양손가위는 미라의 두 손에 잡힌 채 붉은 피를 칼날 부분에서 뚝뚝 흘리고 있었다. 욕실의 붉은 조명을 반사하여 처참하게 빛나는 불빛이 욕실 내에 흥건한 붉은 피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의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커다란 사마귀....

죽어가고 있던 성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이 믿을 수 없는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가 공포를 느낀 것은 미라의 손에 들려 있던 가위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라의 얼굴 모습, 그리고 그의 이마에 붙어 있는 이마를 덮어 버릴 듯 커다랗고 두꺼운 사마귀...그것은 오래 전 성준이 알고 있던 어떤 사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당신은...당신은..."
퍼억!

성준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미라가 아직 죽지 않은 그를 향해 두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집어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가위는 정확히 성준의 목에 박혔다.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그의 뚫린 목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새어나오며 성준은 즉사했다.

"끄르르륵...."

수억의 재산을 얻을 꿈에 부풀어 있던 잘 나가는 젊은 의사 김성준은 2001년 7월 23일 밤 11시 24분 샤워 중 3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모든 것은 채 5분이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3


누구에게나 잠은 삶의 필요 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이다. 누구든 성공적인 인생을, 그리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포근한 잠자리와 편안한 밤의 휴식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성공적인 인생과 정상적인 생활이라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면 승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잠은 그런 것으로는 기억되지 않았다. 굳이 승현이 느끼고 있는 잠의 이미지를 뭔가에 비교한다면 그에게 있어 잠은 군생활에 빠질 수 없는 유격 훈련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지독한 불면증 환자였다.

김수산의 일가는 2대째 이어 오고 있는 부동산 투자가, 다른 말로 하면 투기꾼 집안이었다. 그의 악독하면서도 냉정한 성격은 그의 아버지 김일수를 꼭 닮았다.
그가 열 살이 될 때까지 그의 아버지는 그와 그의 어머니를 끔찍이도 아끼고 보살폈다. 물론 그것은 철저한 김일수의 이중 생활 덕에 가능했다. 부동산 투자가라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두 세번씩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사람들이어서 본가의 가족들이 모르는 사이 전국에 자신의 여자들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많은 재산과 그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잘생기고 품위있는 얼굴은（승현에게 있어 가장 큰 컴플렉스 중 하나는 아버지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그에게 많은 여자를 따르게 했다. 승현의 어머니도 그런 여자 중 하나였다.
그는 대전의 어느 공인 중개사에서 커피를 타고 있던 승현의 어머니를 발견했고...승현의 어머니는 승현을 낳았다.

김일수는 그의 재산의 단 몇 퍼센트만 승현과 승현의 어머니에게 투자했지만 그들은 충분히 그것으로 먹고 살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버지는 찾아왔다. 많은 선물과 맛있는 것을 들고 있었다. 어린 승현에게 아버지는 참 보기 힘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소중한 멋진 분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다녀왔습니다! 엄마 배고파!"

퍽! 쨍그랑! 우당탕 쿵쾅!

"괜찮네! 이것도 쓸만하고~"

"이건 또 뭐야! 아주 그냥 돈으로 도배를 해놨구만!"

"어이 아줌마! 이게 다야?"

"뭐야 저새끼는..."

남색 정장의 덩치있는 세 명의 사내들이 난장판이 된 거실에서 있는 대로 고함을 치며 집기들을 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서른 다섯살이 된 지금까지 기억나는 그 모습...그들의 가운데에는 키크고 마른 어떤 20대의 남자가 거실 바닥에 멍한 눈으로 엎어져 있는 승현의 어머니를 발로 툭툭 차며 뭔가를 묻고 있었다. 잠시동안이지만 그가 승현을 휙 돌아보았다. 날카로운 눈매의 아버지와 놀랍도록 닮은, 그러나 훨씬 젊은 얼굴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복형 김수산이었다.

김일수의 본가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안 뒤로 아버지는 한번도 승현과 그의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매달 들어오던 생활비도 끊겼다. 김일수의 호적에는 애초에 승현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았다. 힘들게 삶을 이어가던 어머니가 승현이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승현의 치열한 인생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승현은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는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리고 하교 후에는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했다. 고등학교 무렵부터는 방학때는 막노동 일을 하고 틈틈이 배워둔 목공 기술을 살려 학기 중에는 방과 후 목공소에서 일했다.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일만 했다. 친구도 없었고 대화 상대도, 여자도 없었다. 바쁜 일과 중에도 그의 성적은 언제나 전교10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승현은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지 못했고 자지 않는 시간에는 언제나 긴장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가 자라는 동안 그가 본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20년동안 한 후 사법 고시를 합격한 뒤 변호사가 된 지금 그는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도 편하게 잘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승현은 하루에 수면제를 두 알 이상 먹지 않고는 잠들 수 없었다.
그리고 수면제와 일생동안 그를 붙들고 있는 지독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승현은 가끔 몽유병 증세를 보이거나 환상을 보곤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긴 했지만 30살이 넘으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이상한 증상은 쉽게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년에 한두번 등장하는 그런 증세를 제외하면 승현은 아버지를 닮아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 그리고 나이에 비해 많은 재산과 유머 감각을 가진 괜찮은 남자였다.



어둠 속... 승현은 넓지 않은 원룸의 거실에 놓인 쇼파에 몸을 깊숙히 묻은 채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불면증만큼이나 강한 수면제의 기운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수면의 시간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몸을 웅크리고 잠든 그의 얼굴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 땀으로 젖은 그의 얼굴이 조금씩 경련을 일으킨다. 지독한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잔뜩 주름잡힌 그의 이마 위로 뭔가가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다소 높은 천장의 집에 비해 화려한 편인 조명등 위에 작고 마른 어떤 사람 형체의 무언가가 올라타 있었다. 가는 그것의 팔에 들린 커다란 양손가위가 어울리지 않았다. 승현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는 그 가위의 날에서 검게 변색된 피가 끈적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창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묘하게 빛나는 가위는 승현의 목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승현의 목에 닿는 순간..승현이 눈을 번쩍 떴다. 얼굴 앞으로 다가오며 차갑게 번쩍이는 있는 대로 날이 선 커다란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아아악!"

.......크아아아!.......

승현이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소리를 지르며 미라는 비명을 지르는 승현을 향해 양손가위를 치켜든 채 거실의 조명등에서 뛰어내렸다. 승현은 볼 수 있었다. 양손가위에서 반사되는 불빛으로 인해 정확히 드러나는 그 미라의 이마 정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사마귀를...


4


아침 9시, 주희는 벌써 다섯 번째 승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평소에 이 시간에 전화를 걸면 벨이 두 번이 울리기 전 받곤 했던 승현이 오늘은 웬일인지 전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평소에 여러 업무로 바쁜 변호사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초조한 얼굴로 다시 전화벨을 누르는 주희의 옆으로 여러 명의 형사들이 지나쳤다. 주희가 경찰서로 가기 전에 승현이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따르르르르........지금은 고객의 사정으로....딸깍..
"왜 안받는거야..정말..."

주희는 다시 재다이얼을 눌렀다. 열 번만 해보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범행현장은 아침까지 본 사람도 없었고 제일 먼저 본 주희가 기절해버린 뒤 수연이 건드리지 않고 바로 신고한 덕택에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성준이 살해된 뒤 여섯 시간 후까지 깨어 있었을 재준은 주희가 최초로 성준을 발견했을 때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정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던 거물의 사망 후 그의 제 1 상속인의 죽음이라 세간이 떠들썩해질 우려가 있었다. 거물의 살해도 아닌 그의 상속인의 살해 사건, 그리고 그 잔인성과 묘한 단서 등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그의 가족들과 형사들은 원하지 않았다.
직접 사건 현장에 출두한 최기영 검사는 담당 형사로부터 사건에 관련된 정황들과 여러 단서들을 브리핑받고 있었다.
조용히 담당 형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최 검사의 두꺼운 안경 뒤의 눈이 어느 한 단어를 듣는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그래요?"

"예...일단 저희로서는 이상하고 잔인한 사건 와중에서 정확히 잡을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증거라면 그것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사건현장이나 좀 둘러보죠..."

"시체는 확인하셨습니까?"

"아직...아직 밥을 안먹어서 말입니다..하하...여기가 그 욕실인가?"

최검사와 담당 형사는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구석에 위치한 넓은 욕실로 들어섰다. 바닥에 두껍게 쌓인 모래 더미의 어느 부분이 정신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누군가 그 위에서 발악을 하듯 허우적거린 듯했다. 주위에는 짙게 흩뿌려진 핏자국들이 널려 있다. 최검사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피해자는 여기 선을 그어 놓은 욕실 벽과 바닥에 ㄴ자로 누운 채 기초 공사용 철근에 오른쪽 눈과 두개골을 관통당한 뒤 날카롭고 커다란 흉기로 추정되는 것에 목을 찍혀 사망했습니다. 피해자의 왼손 역시 날카로운 흉기에 잘려진 채 피해자의 정면에 쌓여 있는 모래 더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이게 지금 유일하게 드러나 있는 살인범이 남긴 단서란 말이죠..."

최검사는 천천히 성준의 시체의 앞쪽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을 향해 다가섰다. 성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게 변색된 피로 어떤 숫자가 쓰여 있었다. 글자를 이루고 있는 선들 아래로 흘러내린 핏줄기들이 보기 안좋았다. 최 검사는 한동안 그 숫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거울에 쓰여 있는 굵은 필체의 어떤 글자는 5라는 숫자였다.

"다섯이라...다섯....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당연한 메시지라는 듯 최검사가 중얼거렸다. 담당 형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최검사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넓은 욕실의 창문으로 그의 얼굴이 희게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집에 있는 방 개수 다섯개죠? 다섯개 맞죠? 맞을거야...암..."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담당 형사가 최검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자신의 말도 안되는 생각에 즐거워하던 최검사는 담당 형사와 주위 사람들의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 미안...내가 원래 좀 이래요...다섯이라...이집 식구가 몇명입니까?"



핸드폰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승현의 핸드폰 액정에는 벌써 여덟 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쇼파 구석에 엎어진 채 축 늘어져 있는 승현의 팔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침으로 가득한 입을 닦으며 잠에서 깬 승현은 핸드폰의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삼촌이에요? 저 주희에요."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잠을 깨지 못한 승현에게는 주희의 다급함이 와닿지 않았다.

"네...무슨...일로 아침부터 전화를..."

"큰일났어요. 우리 그이가...살해됐어요! 빨리 좀 와줘요...흑..."

"사래가 됐다구요...사래는 들리는 거지 되는게 아니에요...물마시라고 그래요..."

어이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승현은 전화를 끊었다. 잠시동안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하려던 승현의 머릿 속으로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승현은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나 빠른 손동작으로 다시 핸드폰을 열고 어딘가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네.. 주희씨..뭐라구요? 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시던 성준씨가 왜요. 네...네...네..알겠습니다. 네....뭐라구요? 그런....알겠습니다. 한시간 내로 갈께요. 제가 가기 전까지 일단 경찰서까지는 가지 마시구요."

승현은 바쁘게 옷을 챙겨 입고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동생이랑 싸우던 사람이 갑자기 머리를 관통당해 죽었다니...끔찍한 사고였다...승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를 향해 달려갔다.
시동을 걸려는 그의 등뒤가 서늘했다. 기분나쁠 정도로 차가운 느낌이었다. 승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등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승현의 머릿속에 순간 어젯밤 꾼 지독한 악몽이 떠올랐다.

"젠장....지금 그딴거 생각할 때야..."

승현은 고개를 흔들어 안좋은 생각을 털어 버렸다. 승현의 ef소나타는 주차장을 벗어나 한남 대교를 향해 달렸다.

승현의 차가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그의 차 뒷편에 웅크리고 있던 바싹 마른 사람의 형체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이마에 찍혀 있는 커다란 사마귀가 보기 흉했다.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그의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것은 얼굴을 찌푸리며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커다란 양손 가위를 집어든 그는 짤깍거리며 그것을 몇번 시험해 본 뒤 순간적으로 땅속으로 사라졌다.

주택가 주차장의 아침 시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주차장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