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의 뒤에 오롯이 서서
그들의 뒷 목에 붙은 작은 벌레를 떼어낸다

손 길 하나하나에 붙는 딱딱하면서 차가운 촉감
쉽사리 놓아버리고자 하는 요소들

하나 둘 떼어내야 하는 것들

오늘도 한 남성과의 길을 걷는다

작은 호숫가를 늦저녁에 같이 돌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에게는 진지할지도 모를
늘 둘러대던 이야기

조금의 진전이 있었다는 둥
역시 내 옆에는 남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둥

한참을 그런 설교를 내뱉은 후에야
속이 후련한 듯 말을 거둔다

살짝 출출해지지 않았어?
배라도 채우고 갈까

그와 함께 작은 편의점에 앉아 배를 채운다

함께하는 장소에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게
그리고 그의 성별이 무엇이냐 라는 것이

어쩌면 하등 타자를 작아지게 만듦의 과정인지라

조금 음료를 쥔 손이 단단하고 차갑다

역시 내 옆엔 그들이 있어야지
그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괜찮다 라는 말로

대놓고 희롱하면서 낄낄대는 게

머리 몸통 다리로 이루어진 딱정벌레 같아서

속이 살짝 메스꺼워졌다.

돌아가는 길에
입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잔뜩 뭉쳐 뱉었다

그의 몸엔 다리가 6개 솟아나
아스팔트 바닥이 자신의 본적인 양 미끄러져 흐르다가
작은 하수구에 제 몸을 맡기고는 쑥 사라진다

입 안에 남은 불쾌한 향만이 그의 흔적을 남겨둔다

한 남성의 불쾌함이 나의 입가에 남아서
제 목소리를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