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만에 글올리는 거 같네요 흐흣

오랜만에 온 김에 여러분의 약을 바짝 올릴만한장편 연재로 인사드리겠습니다..아흣~!（*__）

모기, 리허설 등으로 장편에 관한 한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신 mypre님의 글입니다.

대략 시드니 셀던을 연상시키는 갑부 집안 재산을 둘러싼 미스테리물이구요.

조금 다른 점은 역시 한국인 답게 심령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것.^^

여기저기 숨어있는 복선이나 얽이섥이 얽힌 가운데 꽉 짜인 구성 등은

모기나 리허설에 비하면 조금 덜합니다.

그렇지만 멋드러진 서스펜스와 더불어 궁금증을 일으키며 담편을 저절로 찾게 하는

이 분의 매력은 여전하시군요.

그 첫 편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총 19편이고...하루에 대략 4편 정도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여러부운~? 제끼세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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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mypre



괌으로 가던 비행기 - 1편


프롤로그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지는 태양이 구름에 걸쳐 어두워지려는 하늘의 마지막 발광을 있는 힘을 다해 돕는다. 하늘 아래 짙게 깔린 구름들은 지는 태양빛을 받아 천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늘을 짙게 덮고 있는 구름위에 떠있는 비행기 안에서 보기에는 최소한 그랬다. 비록 아래편에는 얼마나 두꺼운지 모를 그 구름에서 쏟아져내리는 스콜이 지상을 미친 듯 두들기고 있을 지라도 지금 비행기의 차창 밖에서 바라보는 오후의 석양은 단지 아름다움으로 승객들에게 비추어질 뿐이었다.

여행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한항공 보잉 777여객기 비즈니스 클래스석은 긴 비행시간을 기록이라도 하듯 조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발 받침을 올리고 잠들어 있었다. 가끔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편안한 여행을 확인하고 있다. 김포 공항에서 출발한 후 다섯 시간의 비행시간...넓고 편안한 비즈니스 클래스석이지만 어쨌든 짧지 않은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잠들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천일 로펌 소속 평변호사 영석은 열려 있던 노트북의 뚜껑을 내렸다.

부우웅~~~

비행기 엔진 소리가 시끄럽게 귓가를 간지럽힌다.

휴가차 가는 여행이라지만 여름 내 자신을 지겹게 붙들고 있던 업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간단한 확인절차였지만 어쨌든 골치가 아픈것만은 틀림없는, 최근까지 자신을 지겹게 붙들고 있던 어느 갑부의 유산 분할 문제에 관해서였다.
지겨울 정도로 자기 인생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어떤 평창의 부동산 갑부는 어이없게도 최근 매입할 투자가치 높은 부동산을 돌아보러 용인으로 올라가던 중 사망했다. 5톤 트럭이 그의 에쿠스 승용차의 뒷쪽을 들이받아 차는 깡통처럼 구겨졌다. 올해 61세였던 그는 평소에 자기 재산과 자기 인생에 대한 집착이 워낙 컸던 터라（아마 자기가 100살까지는 살 것이라고 믿었으리라...） 유언장 한장 남기지 않은 채였다.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고 평소에 유증 및 증여에 관련된, 그러나 절대 일관적이지는 않은 이런저런 잡스런 말을 많이 남긴 터라 그 집안의 유산 분할은 거의 대법원까지 올라갈 듯한 분위기였다. 어쨌든 평소 그의 전담 변호사였던 영석은 복잡한 문제들을 모두 떠맡아 소송 대리를 해야 했다. 변호사 일에 그다지 애착이 없는 그로서는 그의 귀중한 잠잘시간을 다섯 시간 이하로 줄여 놓은 그 소송대리 업무가 달가울 리 없었다. 어쨌든 상사로부터 회사에서 얻은 5일간의 휴가동안 머리를 잠시동안이라도 식히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의 앞에 놓인 시간은 빡빡함 이외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

영석은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이네켄 맥주를 한 캔 땄다. 법대 동기생 승현이 생각났다. 유산 분할과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그리 도덕적이진 않은 부자들...그러다 보니 친구인 승현에게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지금 이 비지니스 석에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좀 뒤쪽에 앉아 있는 노인도 결국엔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승현은 그의 배다른 한참 떨어진 동생이기에...

딱....
"......."

영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따려고 했던 하이네켄 맥주의 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따개가 자신의 행동과는 아무 상관없이 굳게 막혀 있는 맥주캔을 그와 비슷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가뜩이나 짜증나고 신경질나는 최근 생활에 맥주캔까지 자신을 비웃는다는 생각이 들자 영석은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영석은 손을 들어 승무원을 불렀다. 깡통 따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승무원!"

"으아아아아아악!"

영석이 손을 들어 승무원을 부르는 동시에 그의 등 뒤쪽에서 어떤 남자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침묵을 깨는 두 고함소리에 비즈니스 석의 많지는 않은 승객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는다.
영석이 부르는 소리에 달려온 승무원 역시 잠시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누구에게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실 당황스럽기는 영석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뒷쪽에서 울려온 날카로운 비명소리는 방금까지 자신이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승현의 이복형 김수산씨에게서 들려온 비명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방금까지 '저런 인간들은 최대한 빨리 죽어주는 게 좋아..'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시 묘한 당황스러움에 멍해져 있던 영석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를 발견했다.

"뭐...불편하신 일 있으신가요?"

"아니요...그...그러니까....아닌데... 깡통따개..좀..."

"...네..네..."

영석이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대놓고 자신을 찾은 사람에게 우선 달려온 스튜어디스에게 어이없게 깡통따개 하나를 주문하는 동안에도 뒷좌석의 노인의 비명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황당해하면서도 빠른 동작으로 영석에게 깡통따개를 건넨 스튜어디스와 몇몇 승무원이 그에게 달려간다.

"손님...무슨 일이라도..."

"으으으...."

"불편한 점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이사람이 갑자기 왜이러시나...아니 여보! 갑자기 왜그래요!"

그의 아내가 늙은이에게 소리지른다.

"으으으으...저거...저거....저..저놈..."

올해 65세인 김수산...영석의 친구인 승현과는 무려 30살 차이가 나는 영감이다. 어쨌든 순재산만 30억이 넘고 전라북도 부근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라고 들었다. 농부의 아들로 그정도까지 자수성가하려면 쉽진 않았겠지...어쨌든 돈쓸데가 없어서 가기 싫다는 친척들까지 싸그리 몰고 괌행 비행기를 탄 저 늙은이가 왜저렇게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걸까..? 기내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영석은 뒷좌석에서 계속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비명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영석은 저 사람에게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저 늙은이는 영석이 누군지도 모르지만...그것은 단순히 법대 동기생 승현이 그의 이복동생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깡통을 따는 그의 귀에 영감의 비명소리가 계속 울려왔다.

"저거...저놈 안보여? 저기 천장에...천장에! 으아아아아아악!!!"

"여보 정신차려요!"

"장...장인어른...왜그러시는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석의 머릿속에 김수산네 가족의 가계도와 유산 분할 과정이 떠올랐다. 승현이가 받을 재산이 있을까? 잠깐 그것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던 중 이번에는 영석의 오른편 앞쪽 좌석에서 또다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기내에 울려퍼지는 안내방송...동시에 여기저기서 같은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본 비행기는 잠시 후 괌 XXX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 벨트를 착용하시고 10분간 좌석에서 일어나시지 않기 바랍니다.'

"으아아아아아아! 저거! 저거 뭐야!"

"저..저놈..저놈 뭐야!"

"으아악!"

"아악!"

여기저기서 미친듯 터져나오는 비명소리에 영석이 당황스러움을 느낄 무렵 최초로 비명을 지르던 김수산이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이번엔 아까까지 그에게 정신차리라고 소리지르고 있던 그의 아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당신...당신은!"

기절한 김수산의 입에서 신음하듯 흘러나오는 중얼거리는 소리...

"잘못했어...잘못했어...살려줘...살려줘....뭐...? 안돼...안돼..제발..흐흑...살려줘..."

777기 비즈니스 클래스 석 안은 거의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착륙을 위해 두꺼운 구름을 뚫고 있는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영석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미친듯이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끄아아악!"

"왜이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살려줘! 살려줘!"

즐거운 휴가 여행이 상당히 당황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지옥 여행으로 바뀌어 버린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행기의 환기구 쪽 천장을 바라보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기절하고 헛소리하는 등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영석은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천장쪽을 바라보았다.

"....뭐지..."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석은 사람들이 잠시 집단 환각이라도 일으키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비행기의 동체가 미친듯이 흔들렸다.

쿠쿠쿠쿵!

"으아아악!"

"꺄악!"

"살려줘!"

안전 벨트를 매지 않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좌석 사이 통로로 굴러떨어지며 다시한번 하이톤의 비명을 질러댔다. 안전 벨트를 매고 있던 영석은 다행히 구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황스러운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영석의 눈앞에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광경이 들어왔다. 잠시 기내의 황당스러운 상황에 적응하려고 이리저리 정신을 가라앉히고 있던 영석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으악!"

비행기는 천천히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아까까지 창밖으로 보이고 있던 비행기의 날개가 뭐에 박살이 났는지 반쪽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비행기가 기울면서 기내의 모든 사람들은 지독한 멀미와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던 승무원들까지도 균형을 잃고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켁! 크악!"

"끄아아아아!"

"으아아앙!"

동체의 흔들림으로 인해 정신없이 굴러다니던 어떤 사람이 복도 방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비명을 지르며 기절한 채 축 늘어졌다.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하나의 소리로 뭉쳐져 가고 거기에 부유한 아이들의 울음 소리까지 가세하여 처참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기내는 말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굴러다니고 설상가상으로 기내의 기압까지 점점 높아져 갈때쯤 급박한 기장의 안내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로 인해 본 비행기는 곧 공항에서 4km떨어진 평지에 불시착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악! 부기장! 정신차려! 반드시 자리를 떠나지 마시고 안전히 불시착할 수 있을 때까지 좌석을 떠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침착하시기 바랍니다'

쿠쿵!

찌지지지지지지....

다시한번 미친 듯 비행기가 흔들리고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아까까지 계속 사람들을 어떻게든 안심시켜 보려는 기장의 방송이 끊어졌다. 비행기 내 방송 장치가 어떤 이유로 박살난 게 아닐까..?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최선을 다하겠다고...'

비행기가 미친듯이 흔들리며 기내의 조명이 복잡하게 변하다 어두워졌다. 이제 비행기 안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지독한 혼란만이 지배할 뿐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환기구 쪽에서 석양의 붉은 빛이 들어올 뿐이었다. 희미하게 기내를 밝히는 그 빛에 보이는 많은 군상들이 오히려 더욱 뒤죽박죽의 카오스를 만들어냈다.

영석은 자신이 정말 지독히도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만에 가는 휴가 여행차 탄 비행기가 하필 확률 100만분의 1이라는 사고 비행기라니.... 비행기의 반쯤 부서진 날개를 보면서 들었던 당황스러움이 점차 체념으로 변하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미친듯이 안전벨트를 매는 소리들이 들렸다. 기절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아까 자신에게 깡통따개를 가져다 준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은 어느 방향을 향해 크게 치켜떠진 채 약간 뒤집혀 있었다. 영석은 약간 반사적으로 기절한 그녀의 눈이 향하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비슷한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얼굴은 메말라 있었다. 보통 말하는 메마름이 아니었다. 5000년전 발견된 미라의 썩지는 않았지만 보존은 되어있는 그런 메마름이었다. 정신없이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그의 입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검은 사마귀가 그의 인상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마치 파리처럼 비행기 천장의 환기구에 달라붙은 채 승객들 쪽으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그 미라의 얼굴이 비행기가 추락함에 따라 점점 잔인한 웃음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영석은 그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저런 모습을 계속 바라보면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통로쪽이 아닌 창가쪽 좌석을 예약하길 그나마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았다. 구름들을 지나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 오고 있는 지상의 평지....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45분...한국 시각으로는 저녁 11시에 일어난 이 사건은 한국 항공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이튿날 신문과 방송은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괌행 보잉 777 비행기의 처참한 사고 소식을 하나같이 1면, 혹은 톱기사로 대서특필하였다.
사고는 관제탑과의 송신 장애 및 기상여건 때문이었다. 불시착에 실패한 비행기는 반으로 부서진 채 1km를 미끄러지며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채 미친 듯 폭발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대한 항공을 떠났고 정치권에까지 책임이 미루어졌다. 처참한 사고는 전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한참동안 유족들의 슬픔과 괴로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비행 사고 관련 기금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리고 복수의 수레바퀴는 다시 끼긱거리며 구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