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이의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당황한 마음에 다시 연락을 해보았지만, 꺼진 전화기가 다시 켜졌을 리는 없었다.

그렇게 허탈해 하면서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자 워터 파크로 가는 버스가 도착 했다.

결국 9시차가 떠나가는 것을 벤치에 앉아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0시까지 기다려봤지만 보영이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도 반대편에선, 꺼져있다는 음성만 들릴 뿐…

멍하니 2시간 넘게 앉아 있다가 그대로 집으로 갔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너무 허무했다.

계획해왔던 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듯한…

집에 돌아와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도대체 왜…’

이 생각만 수백 번 한 것 같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보영이네 어머님에게서 과외를 그만두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뭐… 표면 상의 이유는 보영이가 종합학원을 다니기로 해서 과외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것이 었다.

뭐, 이유는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보영이네 집을 갈 이유도 없었고, 보영이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

왠지 이대로 있다가는 영영 보영이를 못 볼 것 같아 다음날 보영이를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다음 날, 점심을 먹고, 보영이네 집 앞을 서성이며, 보영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영이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저녁이 될 때까지 보영이네 어머님이 나왔다 들어가시는 것만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고…

골목길을 서성이며 보영이와의 추억을 곱씹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나는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림자는 가까워지고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는 아니었다.

그 사람은…

백화점에서 보았던 그 남자였다.

나와 수영복을 번갈아 보던…

!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보영이의 오빠라는 사실을…

보영이네 집에 과외를 하러 갔던 첫날 오빠의 사진을 보고난 뒤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억을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상황이 그렇게 까지 되었는데 뭐라고 할 수 있을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비가 펑펑 내린다면 흠뻑 맞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날씨는 왜 이리도 좋은지…

정말...

그 해 여름 밤 중 가장 화창했던 밤이었다...



비밀 연애[1]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guest&pg=0&number=34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