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거 고르나 이런 게 궁금했던 게 아니라, 보영이는 자신의 첫 수영복을 고르는 거라, 전부터 내심 많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보영이를 찾았을 때, 보영이는 수영복을 네 개 정도를 골라서 이리 저리 보고 있었다.

네 개를 들고 수영복 매장 구석으로 가더니, 네 개를 일렬로 놓고 큰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내가 입을 건 어차피 정했기 때문에 내가 살 수영복을 들고 보영이에게 다가갔다.

보영이는 일렬로 놓인 수영복을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네 개중 한 개를 골라냈다.

음… 뭐랄까…

비키니이긴 했는데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몸매는 드러나지 않는 비키니였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 여자친구인데 다른 남자가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은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우리는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샀다.

그렇게 아침부터 쇼핑（?）을 하고 나니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둘 다 아침을 제대로 먹고 나오지 않았던 터라, 뭐 좀 먹을까 하고 얘기하면서 매장을 나왔다..

수영복 매장을 벗어나자, 보영이가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온다며 나에게 수영복을 맡겼다.

나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한 뒤, 화장실 앞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수영복이 들어있던 상자들을 한 쪽에 세워놓았다.

심심했던 나는 친구랑 문자를 하다가 수영복을 사러 가야겠다는 친구에게 이곳의 매장 위치나 알려주려고 전화를 걸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가 거기에 괜찮은 수영복이 있긴 하냐 길래,

“엉! 완전 좋은데? 나도 마음에 안 들면 아예 안 사는 거 알잖아. 오늘 갔더니 마음에 쏙 드는 거 있어서 그냥 샀어. 근데 환불이나 교환은 안 된다고 하더라. 아직 입어보진 않았는데, 집에 가서 입어봐야지.ㅎㅎ ”

그렇게 통화를 하다 보니,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곁눈질로 슬쩍 보니, 옆에 서있던 남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통화는 그렇게 큰소리로 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통화 소리 때문에 쳐다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엔 내 또래인 것 같아, 친구인가 싶어서, 인사하려 얼굴을 봤다.

그러나, 뭔가… 동네에서 한번은 만났을 법한 얼굴이긴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나는 그냥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의 눈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니었다.

바로 내 옆에 있던 여성용 수영복 상자였다

음… 설명을 조금 하자면… 내 수영복 상자 위에 보영이 거가 있어서 보영이의 수영복 상자만 보였고, 그 수영복 상자 전면에는… 분홍색 비키니를 입고 있는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웃고 있었다.

아차…

어쩌면…

나를 변태로 생각 할 수도 있겠는데…?

친구와의 통화도 끝이 났지만, 그 남자는 멍하니 여자 수영복 상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마냥 남자에게 웃으며,

“아, 이거 여자친구 거랑 제거 에요. 저기 매장에서 반값 세일하길래 쌌어요.”

그제서야 남자는 X씹은 표정으로 웃으며,

- “아… 네… 여자친구… 세일하는 구나… 그… 어디서 하는데요?”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시면, 수영복 전문 매장이 있는데 거기서 하고 있어요.”

- “아…네…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유유히 사라졌지만, 나는 나름 내 오해를 푼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소소한 에피소드를 만들고 나니, 보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보영이와 빵집에 들러 빵을 이랑 커피를 마신 뒤, 보영이를 학원까지 바래다준 다음, 다음 날 저녁에 보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이 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을 먹고 수업을 위해 보영이네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또 보영이네 아버님과 얘기해야 할 상황이 오게 될까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가자 아버님께서 계셨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신경을 안 쓰시는 듯 TV에 열중해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나와 보영이는 수업은 뒷전이었고, 워터 파크에 가서 뭘 할지, 뭘 먹을지를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갔고, 집을 나갈 때가 되었다.

여느 때 같으면, 가족들이 모두 나와 내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그날 거실로 나왔을 때는 아버님과 어머님은 안방으로 들어가신 듯 했고, 보영이 혼자만이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그래도 가기 전에 인사를 드리고 가야 되나 싶었지만, 혹시 뭐 기분이 언짢으시거나 한 일이 있으신가 해서 조용히 집을 나왔다.



...To be continued

비밀 연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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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연애[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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