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2학년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왕따라는 존재였다.

누구도 내 옆에 앉는걸 싫어했고 복도지나가면서 눈마주치면 짜증난다고 싸대기까지 쳐맞았었지.

쉬는시간때는 진짜 뒤질맛이었다. 책상에 엎드려있으면 다같이 몰려와서 인디안밥이랍시고 발로내려찍고

빗자루세워서 찔러대고, 나는 진짜 너무 아픈데 정작 걔들은 낄낄대면서 재밌다는듯이 즐기더라

반에서 좀 논다는 애들은 심심할때마다 와서 뒷통수를 후려갈겼고 그만하라고 하면 오히려 기어오른다고 두배로 쳐맞았다.

이렇듯 이게 내 구차한 학교생활의 전부였다.

지옥같았던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방 침대에 쪼그려앉아서 눈물만 흘려댔었고

자꾸만 오는 협박문자에 정말 미친듯이 두렵고 슬펐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쳐맞는게 일상이었던 나에게도 의외로 내 편을 들어주던 여자애가 한명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일찐쪽에 가까웠지만, 그 여자애는 그저 공부못하고 담배만 좀 피던 그런 일찐이었지.
게다가 다른애들보다 훨씬착했다.

가끔 내가 쳐맞고있을때면 와서 그만하라며 나를 지켜주었고, 잔뜩 찢어져있는 내 교과서들을 보면서

자기는 어차피 안쓴다며 자기껄 덥썩 빌려주더라.

근데도 난 걔한테 고맙다는 인사따윈 한마디도 안했다. 겉으로만 친절하게 대해주다가 나중엔 반드시 거하게 뒷통수 칠거라는

존나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지. 그때 나는 이미 정신이고 육체고 극도로 예민한상태였거든.

그런데, 어느날 점심시간이었어 나혼자 교실책상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 일찐년이 복도창문으로 교실한번 들여다보더니 나를보고는 뚜벅뚜벅 걸어오더라.

그리곤 나한테 왜 밥안먹냐고 배안고프냐고 꼬치꼬치 캐내듯이 물어보더라.

그래서 내가 그냥 오늘은 별로 밥맛 없어서 안먹었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같은반 친구라고도 못부를놈들이

급식실에서 내 얼굴 보이면 죽여버린다면서 했던 개지랄협박때문에 배고파도 못먹고 그렇게 교실에 혼자 ㅄ같이 앉아 있었던거였음

그러더니 갑자기 그 일찐년이 눈치라도챈듯 눈초리가 휙 변하더니 갑자기 나더러 따라오라더라.

뭐 다른새끼가 따라오라고 했으면 싫다고 뻐겼을텐데 어째선지 걔한텐 뭔지모를 신뢰가 가더라..

그래서 그냥 곱게 말없이 따라갔는데 그 일찐년 뒷꽁무니만 쳐다보면서 가니까 어느새 매점앞에 도착해있더라.

거기서 빵이랑 우유 각각 두개씩 사더니 나한테 우유하나 빵하나 주고 매점옆 벤치에 앉아서

자기는 아침도못먹어서 존나배고프다고 빵봉지 뜯자마자 존나흡입 하더라.

그거보고 난 내 빵봉지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정말 먹어도 되는건지 하면서 나혼자 갈등때리고있으니

일찐년이 지 먹다 말고 나한테 너 배 안고프냐고 그거안먹으면 내가다먹어버린다고 빨리먹으라고 하길래

못이기는척 빵 한입 덥썩물고 우유도 뜯어서 먹는데 진짜 왠 갑자기 눈물이 자꾸 나오려고 하더라..

진짜 나한테 학교에서 친절하게 대해준사람 처음봤고 또 그동안 쳐맞고 고생한거 생각이 확 나더니

우유쳐먹다말고 존나게 울었다. 일찐년은 처음엔 좀 당황해하더니 이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더라

그러고나서 한 10분 지나고 마음좀 추스러지니까 "다먹었으면 이제가자." 이러길래

종치기전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