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보영이네 방으로 들어갔다.

보영이와 진도를 나가면서, 의심쩍었던 부분을 자연스레 물어보았다.

“보영아, 아버님이 너 늦게 들어오는 거 가지고 뭐라고 안 하셔?”

보영이는 특유의 싱긋 웃는 미소를 보이며.

- “아, 그거 엄마한테 도서관 갔다 오는 거라고 얘기했어요~.”

“아… 그래…? 다행이네…”

- “근데, 그게 왜요?”

“아니~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 “에이~ 제가 뭐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ㅎㅎ”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건가?’

보영이네 어머님께서 아버님께 말을 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보영이가 늦게 들어오는 걸 왜 나한테 물어보신 걸까?’

물론, 단순히 나에게 하실 얘기가 없어서 그냥 꺼내본 얘기이실 수도 있다.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복잡해졌기 때문에, 내가 추론할 수 있던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났다.

드디어, 우리가 만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계산을 해보니, 100일이 되는 날은 목요일이었다.

어차피 보영이는 매일 학원을 갔기 때문에 워터 파크를 언제 가든 학원을 빠져야 했다.

그러나, 나는 주중에 다른 과외도 하고 있었고, 영어 학원도 다니고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그 주의 주말에 워터 파크를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 첫째로, 그 날이 100일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둘째로는, 작년에는 친구들끼리 워터 파크를 주말에 놀러 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구석에서 물장난 좀 치다가 온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다음주 목요일 하루를 싹 다 비워놓고 워터 파크를 갔다 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보영이가 보영이네 부모님께 어떤 핑계를 대냐 인데…

첫번째로, 남자 친구

두번째로, 워터 파크

…를 설득시킬 방법을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보영이네 부모님에게는 보영이가 친구들과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 하루 종일 놀다 오는 것으로 거짓말을 해두게 하였다.

워터 파크 데이를 1주일 앞두고, 우리는 백화점에 가서 수영복을 사러 가기로 했다.

물론 나는 수영복이 있긴 했지만, 너무 오래되고 유아틱 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보영이네 동네에 큰 백화점이 하나 있었는데, 여름철이 다가오자, 수영복 판매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우리가 노렸던 건, 백화점에서 작년에 나왔던 수영복들을 반값에 판매하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벤트는 내일인 금요일부터이어서, 전날부터 우리는 부푼 꿈을 안고 다음날 나갈 준비를 했다.

조금만 늦어도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의 수영복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서, 헤어지면서 우리는 백화점 개점 시간보다 30분 일찍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약속시간에 모인 우리는 백화점 정문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백화점 정문에는 사람들이 20~30명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 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자칫하면 좋은 수영복을 뺏길 수도 있을 만한 인원이었다.

30분 뒤, 백화점이 열리자마자, 우리는 빨간 천을 본 성난 황소마냥 뛰어드는 인파에 휩쓸려 수영복 매장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수영복 매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틈 속에서 내가 원하는 수영복이란 찾기 쉽지 않았다.

나름 최선을 다하여, 사람들 속에서 손만 밀어넣은 후, 그래도 괜찮다 싶은 수영복을 몇 개 건진 뒤, 곧바로 보영이를 찾으러 갔다.

사실 내 수영복도 중요하긴 했지만, 보영이가 어떤 수영복을 고를지도 매우 궁금했다.



...To be continued


비밀 연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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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연애[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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