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황이 그렇게까지 되면, 논리적인 사람도 이성을 잃게 된다.

여자가 먼저 그렇게 말해주는 것 자체도 고마운 일인데（그것도 예쁜 보영이가）, 거기에 거절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어디 있으랴

“부모님이 아시면 어쩌려고…?”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 나는 제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 “비밀로 하면 되요…”

“괜찮겠어?”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결국 내가 보영이를 받아주는 것처럼 연출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해보아도, 다시 그 상황이 나에게 온다면 똑같은 판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영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허무하지만 발랄하게 우리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자, 과외가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서 과외비를 받는 게 죄송할 정도로, 과외를 가는 하루 하루가 놀러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진도는 더 순조롭게 나가졌다.

주중에 가끔 만나 분식집에 가서 맛있는 걸 사먹으며 즐기거나, 보영이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보영이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하면서, 우리만의 데이트를 즐겼다.

물론 혹시 보영이네 식구를 마주칠 까봐 집 앞까지는 못 갔고,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헤어지곤 했다.

보영이에게 미안했던 점도 있었는데,

차마…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얘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고등학생 여자친구라니…

이게, 같은 나이 차이라도, 대학생끼리의 연애와 대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연애는 엄청난 느낌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보영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했고, 그러한 마음 속 방해물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이었던 점은 몇 주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나자, 보영이가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과외시간이 바뀌기 시작했다.

평일 저녁시간으로 바뀐 것이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보영이의… 아버님이나 오빠 분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보영이의 집에 가니, 보영이의 아버님께서 식사를 하시고 계셨다.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보영이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보영이의 아버님께서 나를 보시더니,

- “학생이 수학 과외 교사인가?”

“네, 맞습니다.”

- “어쩐지, A4 용지가 많이 없어졌다 했네.”

?

처음엔 이해를 못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보영이는 공책이 아닌 A4용지에 수학 문제를 푸는 습관이 있었다.

아마 오늘이 수학 과외를 하는 날이라 어제 숙제를 할 때 A4 용지를 많이 사용했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는 딸바보인 아버지라 딸에게 관심이 많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과외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현관 앞으로 가는데 보영이네 아버지께서 TV를 보고 계셨다.

나는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나가려는데,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시지도 않은 체로,

- “자전거도 좋은데, 요새 같은 날씨에는 우산 꼭 챙기고 다니는 게 좋겠다.”

그날 자전거를 타고 왔던 터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

“네…”

뻘쭘한 상황을 피하고자 빠르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하지만 집을 가면서 생각을 해보니 보영이 아버님이 어떻게 내가 자전거를 타고 왔는가를 아셨는지 궁금했다.


...To be continued



비밀 연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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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연애[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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