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새해 소원이나 목표같은거 고민하다가
심란해서 걍 넋두리 올려요

혼잣말이라 생각하고 아래부턴 반말로 쓸게요ㅠ


나는 10년 가까이 한가지 일을 했고, 그 일이 월급도 적고 무보수 야근에 특근에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도 거래처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던지라 보람찼고 재밌었다.

물론 사회생활을 대학생일때부터 시작했어서 나이대비 연차가 많이 쌓이긴 했었지만 26살에 팀장까지 했을 정도로 인정받았었다
그래서 난 그 일이 천직이고 평생 할수 있을줄 알았다

결혼을 하기로 하고 결혼하기 몇달 전에 미리 집을 합쳤다.
남친（현남편） 직장 따라서 이사를 하느라 살림을 합친 지역에 이직을 했었는데, 이사한 지역이 예전처럼 조건에 맞춰서 당당히 고를수 있을만큼 내 직종에 사람 뽑는 곳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결혼 계획중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었다.
결혼하면 축의금 받을거 생각해서 취업하려는거냐, 결혼하면 그만둘거 아니냐, 애 가지면 어떻게 할거냐는 말이 어딜가든 따라다녔으니까.

어찌저찌...급여수준에 눈을 낮추고, 직함에 대한 미련도 버리고...겨우겨우 내가 지금껏 쌓아왔던 커리어의 3분의 1을 잘라내고 나서야 한자리 내어주는 곳을 찾았었다.

그 회사를 나는 2년을 다녔다.
2년간 나는 고혈압과 만성적인 빈혈, 디스크를 얻었고, 한달에 두번정도 위염과 장염을 번갈아가며 앓아야 했고, 6개월에 한번 꼴로 터널증후군이 심해져서 손의 절반이 마비되곤 했으며, 새벽에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을 갔다가도 수액을 다 맞지 못하고 출근하는일도 서너번쯤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따금씩 호흡곤란이 오고 정말 왜인진 모르겠는데 죽을거 같다 라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평소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그 긍정적인 생각이 기껏해야...이럴바엔 그냥 죽지 뭐~ 수준까지 멘탈마저 고장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심각하다고 스스로 체감한 타이밍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몇주간 끝없이 이어지던 야근을 하다가 커피한잔과 담배를 들고 회사 옥상에서 숨을 돌리던 중에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내 머리를 거치지 않고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한번에 죽을수 있으려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기엔 아무생각 없었고,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가 너무 담담해서 뒤늦게 소름이 돋았다. 정말 내 입에서 나온 말인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혼자뿐이었다.

이 높이가 애매하지 않고 정말 한번에 죽을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결되었을거란 생각에 허탈했다.

한창 행복해야할 신혼이고 평생을 할수있다고 여긴 천직을 업으로 먹고살고 있기에 알아차리는게 늦었던것 같다.
더이상 이 직업은 날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난 그 직장에 다니던 시간동안 정규 업무시간의 3배를 일했고, 평생에 거쳐도 다 듣기 어려울 만큼의 쌍욕을 인사처럼 들었다.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요즘 애들은 고마운줄 몰라~로 끝나는 2시간짜리 훈계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주었다.

그래서 사표를 썼다.
몸이 아프고 망가진것도 있지만, 이대로는 내 스스로가 날 죽이든지 아니면 내가 살인자가 되는 그런 결말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내 커리어를 자랑스러워 했고 일을 사랑했기에 경력단절이란걸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전 직장 사표를 쓰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더이상 그 일을 할수가 없게 되었다.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고 슬슬 통장도 바닥을 긁을정도가 되었기에 새 직장을 알아보려 했으나 그 일을 하는 상상만해도 위가 뒤틀리고 구토감이 몰려온다.
일하는 내내 들었던 욕설과 모욕이 하나하나 귓가에 들리는듯 해서 잠을 잘수가 없다...

매일 구인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며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있는데...지금까지 그 한길만 바라보던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할줄 아는게 없더라...

주위에선 아직도 내가 능력있고 알아서 자기 밥그릇 챙길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쉽게 털어놓을수 없다..
심리상담도 여러번 받아봤지만 희망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내 생각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면 좋겠는데...

난 앞으로 뭘해야 할까...진로고민은 평생하는거라는데...
고민해본적도 없다가 이제와서 하려니 심란하고 앞이 보이지도 않고...

앞으로 얼마나 더 고민하고 찾아야 내 몫을 하게될지...
두서없는 넋두리가 너무 길어졌네...
어딘가 털어놓을데가 없어서 익명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었음...ㅋㅋ

올해는 나도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도 긍정적인, 건강한 마인드로 지낼수 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