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태호가 소리쳤다. 귀신은 아닌 느낌.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은 그 주인이 인간이라고 부르짖는 듯 했다.


"..."

"누구냐니까!"

그 '사람'이 픽 웃었다. 한참 불리한 상황이던 태호가 이렇게 만용을 부리는 것이 우스웠던 것이다. 조금만 손쓰면 끝날 사람이...


"설마... 이 목소리는..."


태호는 말을 맺지 못하고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수현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어둠 속에 있었다. 가장 영기가 강한 창고 안이었다. 게다가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몸은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단지 공포가 불러오는 약간의 유쾌함이 수반하였을 뿐. 약간의 공포는 오히려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극도의 공포 또한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며 양손에 빙장（氷掌）을 맺기 시작했다.

수현이 서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바로 눈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빙장의 빛으로 그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수현은 뭐라도 나타나면 곧바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수현의 몸에 극도의 한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면 항상 발휘되는 것이었다.


성한은 아까부터 방 2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의 명민한 정신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고 있었다. 이건 망령 정도가 아니다. 극도의 원한령. 원래 군인이었던 듯 했다. 옛날 군인. 무술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귀신인데도 온갖 곳에서 칼 모양의 영기와 창 모양의 영기가 날아들었다.


"이자들은... 엄청난 영력이다! 수호령들이 전부 쓰러지겠어...!"


성한의 수호령은 분투하고 있었다. 한때 사악한 개의 영자에 몸을 빼앗긴 대가로 얻은 영력이었다. 수호령이라기 보단 견령（犬靈）이었다. 엄청나게 큰 개의 모양을 한 영 수십마리가 성한의 밑에 있었다. 그 견령들이 배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성한이 독자적으로 쌓은 영력인 총을 이용한 제령술도 어려웠다. 기껏 둘을 쓰러뜨렸을 뿐이다. 이 영들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 태호라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성한이었다. 너무 오래된 영이었다. 이곳에 붙어있는 영은 아니고 옮겨진 영이었다.


"너희는 누구냐!"


성한이 영력을 담아 외쳤다. 이 정도는 쉬운 일이다. 영이 답했다.


-용저지병（龍貯之兵）...


중국어였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용저의 병사였다. 뜻으로 전달되는 대화인지라 중국어를 잘 모르는 성한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자표기까지 친절히 되는 신기한 영과의 대화였다. 성한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쾌해했다. 번역기따위도 필요없는 것 아닌가...


"용저는 누구냐!"

-용저시초지대장, 항왕지신（龍貯是楚之大將, 項王之臣）


용저는 초의 대장이오, 항왕의 신하라. 쉬운 문장이었다. 외국인임을 아는지 친절히 쉬운 용어까지 사용하는 영이었다. 조금 전까지 피나게 싸우던 적인, 아니 지금도 칼과 창을 휘두르면서도 친절했다. 성한은 약간 산만한 면이 있었다. 싸우면서 계속 헛생각을 하는 것이다. 너무 박식한 탓이다.


'용저...용저라... 용저는 회계 사람으로 항우와 동향이었다.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項羽）를 따르던 최고의 명장이라고 했다. 예전 초의 집극랑（鏶戟郞: 경호병）이라는 하찮은 직위에 있던 한신（韓信）이 한 고조 유방의 중용을 받아 대원수가 되자 비웃고 나가 싸우다 계교에 걸려 대장 조참（曺參）에게 죽은 장군이다. 항우 휘하 최고의 장수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유비 밑의 관우요, 조조 밑의 허저랄까? 그런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용저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뭔가? 그가 죽은 곳은 중국 산동 지방이다. 한국 전라도가 아니란 말이다. 필시 누군가 강한 영을 필요로 해 여기다 붙들어 맨 것이다.'


성한의 박식한 머리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태호 형 정도면 할 수 있다... 재야 퇴마사 중 3~4명이 있지만 혐의가 없다. 그들은 극도로 선량한 사람들이니까. 그럼 성환 선배? 그사람밖에 없어... 이건..!'


수호령들이 깨갱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었다. 성한이 거두어들인 것이다. 이건 성환의 음모라고 성한의 마음속이 외치고 있었다. 성한은 곧바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수현은 몇몇 영들을 빙장으로 퇴치하며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수현의 눈 앞에 어떤 물건이 보였다. 이건...


"절사검（切邪劍）?! 이건... 성환 선배의... 어쨰서..."


수현은 절사검을 집어들었다. 조금전까지 사용되었던 듯, 손잡이에 온기가 남아있었다. 수현은 양손에 빙장을 극도로, 극도로 모았다. 불길한 느낌이 계속되고 있었다. 수현의 직감은 뭔가 더러운 음모의 끝을 맡고 있었다.


성한은 태호도, 수현도 보이지 않자 격노했다. 총을 장전하고 주위를 살피고 또 살폈다. 계속 달리다 보니 별게 다 걸리적 거렸다. 온갖 잡령들... 2200년 전에 죽은 영들이 아직 승천하지 못했다니 불쌍함을 금할 순 없었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아니 살아 있어야 할 사람들이 급했다. 성한은 성환을 보면 바로 쏴 죽여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영을 구금해 옮기는 능력... 박령술（縛靈術）... 성환 외에는 누구도 가능성이 없었다. 성환이 태호 팀에 가지고 있던 적개심... 그리고 귀신이 성환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검（劍）의 달인 용저 장군... 이것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었다. 달리던 중, 한 장의 종이가 발에 치였다.


-2000년의 유물! 진시황 전시전! 서울 코엑스 전시장-


성한은 더욱 확신했다. 용저의 영은 그때 유물 중 초의 유물 어딘가에 잡혀있었을 것이다. 잡령들도 거기서 모았을 것이다. 성한은 남은 방법은 일단 밖에 나가서 뒷일을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영들뿐이라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지만 성환이 수현과 태호를 잡고 있다면... 끔찍했다. 나가서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수사부에는 어림도 없다. 성환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재야 퇴마사... 괴이한 능력을 지닌 무당 천향（天香） 할머니... 해동검법의 전수자 중 가장 높은 능력을 보유한 서진남 해동검도 위원회장... 그리고 퇴마스님으로 불리우는 법유（法流）스님. 이정도가 도와줄 만한 퇴마사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서울, 광주, 대구에 살고 있었다. 전국을 돌아서 부탁해야만 했다. 성한은 몸을 날려서 겨우 빠져나왔다. 시간은 12시 30분. 천년은 흐른 듯 했지만 고작 30분이었다.


태호는 눈을 게슴츠레 떳다. 몸이 나른했다. 몽혼약（朦渾藥）의 증세였다. 엄청난 나른함과... 이성의 마비와... 거대한 성욕을 수반하는. 옆에는 수현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태호는 자유의 몸이었다. 수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온갖 춘약（春藥 : 최음제）은 전부 복용한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더러운 일을 준비한 놈은 눈앞에서 동료였던 두 사람이 난잡한 성교를 벌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태호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짐작한 인물이 아니었다. 상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수현양은 춘약으로 중독된 게 아니에요. 단지 모르핀을 과다 투입당했을 뿐... 당신은 정말 춘약이지만..."

"강간이라도 바라는 건가...?"

"아니오. 난 단지, 당신을 내가 가지려고 합니다."

"뭐...?"

"나는 주영. 윤주영이라고 해요. 약간.. 흐트러진 상대의 마음을 집중하면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죠. 그냥, 주인님의 작은 종입니다. 우리 주인님은 단지... 당신의 능력을 갖고 싶을 뿐."

"미친... 흡성대법...?!"

"뭐...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얘기죠. 흡성대법같은 거창한 이름은 아니고... 내가 당신의 능력을 얻는다기 보다는... 당신의 능력을 봉인시키는거죠. 내 몸안에. 특이한 술수죠. 당신은... 아마 모든 힘을 잃을거에요. 뭐, 나를 죽인다면 다시 되찾을 수 있겠죠."


태호는 눈을 크게 떳다. 큰일났다. 주영이 벌써 안겨오고 있었다. 태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단지... 엄청난 색심（色心）이 발동되었다는것 뿐. 태호는 이성을 잃고 주영을 껴안아버렸다. 잠시 뒤, 주영과 태호는 나신（裸身）이 되어 부둥켜안고 있었다. 한참을 허리를 움직이던 태호가 탄성을 토해내자 모든 일은 끝난 듯 했다. 태호의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몇번을 교접했는지 모른다. 이제 아무 정신도 없었다. 문득, 수현의 얼굴을 보았다. 수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태호는 눈물이 흘러왔다. 이제 수현을 볼 낯이 없으리라... 어떻게 다시 수현에게 구애할 수 있을까? 자고 있었다지만 그 앞에서 다른 여자와 성교까지 치뤄놓고? 태호의 첫사랑은 육체적으론 시작했다지만 정신적으론 끝나버렸다.





커억... 지난번에 지하철은 엽색글이 되더니... 이번엔 야설이네요...ㅠㅠ 도대체;;; 밤 1시라;;; 백수 몸의 짐승이 깨어나는 건가;;;쩝;;; 하여간;;; 뭐, 의도는 한 설정입니다만;; 좀 교정을 했는데도;;; 약간;;; 야시스럽네요;;; 그냥 귀엽게 넘어가주시길;;; 원래 저 3줄의 부분이 2 단락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아;;; 올리기 직전에;;; 심의를 생각해서（그런거 없나;;? 퍼억!） 수위를 조절하다 보니... 세줄로 줄어버린;;; 쩝;;;

아, 제 글에 코멘 달아준 모~든 사람들께 감사드립니다. 보면형은;; 추석 이틀전;;; 생일;; 보면형을 첨 안 날인데;; 그날 생일이었따니;; 늦었지만 마니마니 축하;;;^^ 냥.. 백수의 부족한 글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아~ 추천한번 하면 그 두 단락에 살까지 붙여서;;; 영상까지 재생된다는;;;


네;; 뻥입니다;; 오늘따라 뻘짓을 마니 하는;;;백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