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버렸냐고 

  술 한 잔에 울음까지 걸치면

  이야기를 풀 수 있을까

  비닐로 꽁꽁 싸

  목구멍에 처박아둔 그것

  모든 눈물은 시의 원형이라지요

  그러니까 이것도 시에요

  헤어진 당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싶습니다

  볼과 입술에 입을 맞추고

  미용실 냄새가 나는 머리카락에

  콧물을 묻히고 싶습니다

  가슴에 묻은 흉을 저는 기억합니다

  코 오른편에 난 크레이터와

  아버지보다 작은 키와

  하얀 드레스가 어울리던 여자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안 되겠지요

  당신은 싫어하겠지요

  당신 옆에 붙어있을 남자와

  당신과 그를 꼭 닮은 아이도

  나보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되라던 당신의 어머니도

  까끌까끌한 수염에서 고소한 된장내가 나던 오빠도

  제가 밉겠지요

  경찰을 부르겠지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겠지요

  경찰이 찾아오면

  절 보고 모르는 놈이라고

  잡아가라고

  소리치겠지요

  하지만 제 기억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곳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을 끌어안고 저를 아직 사랑하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의 이별 뒤 후일담 같은 만남에서

  저를 보기 싫다고 밀어낸 이유가

  당신이 사랑해야 할 또 다른 남자 때문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니까요

  아아 어머니

  엄마

  목구멍에 도로 밀어넣어야 했던 말

  그래서 목구멍을 막아버린 말을

  딱 하루만 녹여낼 수 있다면

  엄마

  엄마!

  애미도 없는 것이라고 무시하던 아줌마들

  그런 아줌마들을 욕하던 아버지보다 소중한 할머니

  나는 사랑을 먹고 자랐지만

  당신이 막아버린 목구멍은

  아홉 살 그 날에 분실해두었습니다

  살아있는 당신을

  죽었다고 말하며

  가슴으로 죽이며

  삶을 걸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저는

  천국에 홀로 마련된 작은 지옥에

  갇혀있어야만 했습니다

  엄마!

아아! 어머니!

  누가 어머니가 위대하다 했는가

  이토록 추악한데!

  끔찍한데!

  아직도! 저를 우주로 데려가는 버려질거라는 두려움과!

  어쩌면 나 때문에 

  아버지와 여동생마저

  버림 받았다는 죄책감

  이제 곧 친권이 만료됩니다.

  지급 않은 양육비를 명목으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진실을

  꼭 만나서 물어보고 싶습니다

  왜 날 버렸느냐고.

  그리고 듣고 싶습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