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산이 참 많은 나라다.
왜 어느 학교든 교가마다 정기를 받는 산 이름이 하나씩은 나오지않나.
난 지금 그런 산속으로 캠핑을 왔다.
물론, 불법은 아니고 허가받은 지역에서.
중고가로 구매한 장비들을 트렁크에 싣고, 아스팔트 잘깔린 포장도로를 몇년을 달렸던 자동차는 거의 처음 산길에 들어섰다.
낙엽이 밟히는 소리는 낯설고, 여름 특유의 햇살과 더위가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의 산행과 캠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땀을 동반한다.
땀을 소매로 겨우 치워내고 구름이 살짝 햇살을 가린 시점에 부랴부랴 어설프게나마 텐트를 완성했다.
나혼자 살던 원룸 침대가 아닌 오랜만에 누워보는 낯선 바닥.
푹신한 매트리스가 아니지만 펼쳐놓은 침낭위에 대충 누워보니 이 힘든걸 굳이 연예인들이나 소위 말하는 캠핑족들은 왜 한다고 난리인가싶다.
잠시 눈을 붙일까 싶지만, 산에서는 해가 금방 지기 때문에 나는 무거워지려는 눈꺼풀에 힘을주고 일어나 버너에 불을 올렸다.
석쇠에 직접 구워먹는 삼겹살은 아니지만 프라이팬에 굽는 돼지고기, 생각보다 좋은 냄새가 퍼지고 나도 모르게 위장에서 소리가 나고 입에서는 군침이 흘러나온다.
내가 쓰는 내몸이지만 나도 이 기능들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잘모르겠달까.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들을 그릇에 담아놓고 그 기름을 빼지않은채로 라면을 끓였다.
집에서라면 간단하게 수돗물 받아서 끓이면 되는데, 밖에서 해먹으니 뭔가 더 부산스러운 느낌이다.
붉은빛 라면 스프가 물에 퍼지고, 물이 끓은 뒤 넣은 면이 적당히 익은뒤 불을 끄고 고기와 함께 먹었다.
해가 지고 더위가 살짝 누그러진 시점이라 그럴까, 뜨끈한 기운이 몸안에 들어오자 힘든 기억들이 좋게좋게 포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준비한 음식들을 먹고, 구비한 장작들을 넣고 불을 피웠다.
불은 금세 타오르고, 그 뜨거운 열기가 삽시간에 나에게 닿았다.
나는 해가지고나서 찾아온 어둠에 한참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저 불도 타기위해서 장작을 넣어주고 바람이 있어야 하는데, 고작 내가 뭐라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것마냥 그렇게 오만하게 살았던걸까.
난 이 자연속에서 이렇게나 작은 존재인데.
한참을 불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던 나는 불을 껐다.
남아있던 희미한 불씨들마저 확실히 정리하고 침낭에 눕자, 의외로 집생각은 나지 않고 금방 잠이들었다.
집이었다면 동영상보고 TV보고 야식먹느라 한창이었을텐데.
다음날 나는 텐트를 정리하며 묘한 기분에 빠졌다.
처음엔 준비하는게 그렇게 싫고 귀찮기만하던 난생 첫 캠핑이었는데, 다시한번 가보고 싶어진 것이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말은 집에서 TV나 영화. 드라마나 동영상속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이런 세상을 몰랐구나 싶었던 나는, 트렁크에 짐을 다 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캠핑장에서 얻은 값진 기억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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