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도망치고 싶단 생각을 하곤 했지만
신발 신는 것을 그만 두었다
시를 적든 술을 마시든 이름을 쓰든
그리고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평면도를 그리는 일이든
내 글씨와 냄새는 스러져가고 있었다
나는 가끔 새벽에 쓰레기통을 뒤지곤 한다
내가 구겨버린 나의 봄날을 애써 찾곤 한다
그러나 그 봄날마저도 내 마음에 보관하기엔
내가 너무 작아졌음을 느낀다
더는 사랑이란 보랏빛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지금
난 무엇을 향해 날아가고 걸어가는 걸까
어릴 때 아무도 달리지 않는 새벽의 도로에
차선을 아슬아슬하게 밟을 때를 떠올리며
나는 흔들리는 줄을 두 팔 벌리며 밟는다

내가 필요한 것은 혀를 차는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