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소설책과 너덜너덜한 고서들이 가득한 서재 속
웅크려서 조용히 흐느끼는 널 찾을 수 있었다

안녕, 인사를 하면 도망쳐버릴 거 같이 떨고 있는 네가
외로운 술래잡기를 하는 것만 같아
땡, 드디어 찾았다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뭐하고 있었어
말 없이 올려다보는 너의 눈동자
그 순간만은 아련한 고목의 향과 책의 냄새가 아득해갔다
수 많은 책들에 둘러쌓인 이 순간이
소설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아서
지금이 아니면 돌아볼 수 없어질 것만 같아서
네 얼굴을 잠시 그 환상 속으로 품어버렸다

더 이상 혼자 숨어버리지 말아줘
나를 두고 떠나려하지 말아줘
이렇게 잃어버리기만 하는 숨바꼭질은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아

가위바위보로 시작되지 않은 우리 둘의 숨바꼭질은 그렇게
토끼굴로 떨어져버린 앨리스와 같이
깊고 어두운 암흑 속에서
아련히 포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