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다.
대체 어떠한 X염색체들을 물려받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남자들의 이상적 여성향에 가까운 외모.
긴 속눈썹과 맑은 눈.
목을 타고 시선을 내리면
,마침내 그녀의 손끝에 이르러 보이는
'식칼'
"아, 씨발 저기요!'
내 외침에 놀랐는지 움찔하더니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노려본다.
"그.. 칼 좀 내리시면 완벽할텐데 말이죠..
아, 제 손도 풀어주시면 좋을거같은데."
여기서, 왜 내가 이러한 좆같은 상황,
즉 두 손은 등뒤로 포박되어 나무의자에 묶여있고 주변은 어두우며
저 누님이 날 칼로 쑤시고자 하는 듯 보이는
이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존나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건배!"
나 하현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더라.
술자리가 끝나고 친구 한놈이 내가 그곳에서 꽤 멀리 산다는 걸 알았는지 태워주겠다고 하더라.
근데 술김에 든 생각이,
이놈이 날 무시하는것만 같더라.
그래서 끝끝내 오기를 부리고 택시를 타고 골목을 걸어 집에 가는 걸음 도중에 내 대가리가 뭐에 얻어맞더라.
그리고 지금 이렇다.
"저기요? 안 들리십니까?"
내 앞의 칼을 든 여인이 중년의 아저씨였다면 난 이렇게 대들 수 있었을까?
피차 칼로 찌르면 죽는건 마찬가지겠으나,
아무튼 벌벌 떨며 당장에 목숨을 구걸할 만큼 겁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꾸 강하게 손잡이를 쥘 뿐 어깨 근육은 팔을 들어 날 찌를 준비가 되어있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치가 10분가량,
마침내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개새끼.."
네?
지금 저 여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방향에서 보나 이 상황에서 개새끼는 저 여자가 아닌가?
물론 그녀의 비주얼에 몇몇 남성은 내가 다 잘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왜 죽였어.."
계속되는 헛소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붕-'
갑작스럽게 그녀가 칼을 들어올리더니 내 머리 방향으로 내질렀다.
'콰직'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침내 저 여자는 내 머리통을 박살냈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마 아닌 모양이다.
눈동자를 움직여 왼쪽을 보니 의자 등받이 가장자리, 내 귀 바로 옆에 칼이 꽃혀있었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정말 머리야"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무엇을.."
그녀가 말한다.
"왜 죽였어? 성희.."
틀렸다.
대단히 미친년이거나
혹은 오해를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나더러 성희라는 걸 죽였단다.
성희는 또 뭐하는 년인가.
하지만..
".. 그렇게 되어버릴 줄은 결코 몰랐습니다.."
어차피 지금 내 앞에서 날 죽이겠다는 년은 내가 무고하다는 경우를 완벽히 배척하고 생각하는 듯 하니
살기 위해선 조금 장단을 맞춰줘 볼 필요가 있다.
머리 옆의 시퍼런 칼날을 보니
이러다 정말 좆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스물셋. 이렇게 뒤질 수는 없다.

"흐윽.. 나는.. 내가 나쁩니다.. 죽여주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난 존나게 결백하다.. 씨발..
다행히 그녀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지며 등받이의 칼을 뽑았다.
뭐라고 꾸며내야 할까?
남녀사이니 연인 정도?
"그 사람과 전 오래 사귀었습니다.. 그런ㄷ.."
'쉬이이이이익-콱'
내 말을 끊듯, 식칼이 아까 박힌 곳을 다시금 공격해 아주 박살내버렸다.
"이런 천하의 개새끼..!"
뭔가 이상하다.
방금의 누그러진 반응 후 내가 한 말은 그녀를 이정도로 자극할 게 못 될 터인데..
"죽어 씨발새끼야"
그녀의 어깨가 크게 들렸다.
"아 씨발 모른다고! 성희는 뭐하는 년이고 이 좆같은.. 나는 아무도 안 죽였다고 씨발.. "
어차피 뒤질 거 열변을 토해보자는 취지였는데,
그녀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부터 잘못된 모양이라는 그 표정에 난 존나게 공감했다.
한참을 생각한 그녀는 칼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
왜인지 모르겠으나, 오해는 풀린 모양이다.
그녀는 거듭 사과하는 중이다.
"당신 뭡니까 도대체? 정신병자에요?"
이어서 나는 그녀에게 몇 번이나 더 사과를 받은 뒤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상당히 암울한 내용.
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녀에게는 성희라는 동생이 있다. 아니, 있었다.
얼마 전, 성희는 살해당했다.
여기서 내가 꾸며낸 이야기를 하던 도중 천하의 개새끼가 되었던 이유.
성희는 남자이며 올해로 갓 중학생이 되었다.
이러니 개새끼일 수밖에..
아무튼 성희를 죽인 놈, 혹은 년을 찾아내 똑같이 죽여버리겠다며
제정신이 아니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내 사진을 건내며
내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진 뒷면엔 내 정보가 어느 정도 기록되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
이 어두컴컴한 장소도 그가 위치를 알려줘 제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믿었단 말입니까?"
"..."
정말 대단히 멍청하다.
그보다 지금 이 상황에선
그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놈 얼굴은 기억합니까? "
"아뇨.. 아, 명함이 있어요."
그녀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여러 가지 위화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날 범인이라고 그렇게 확신하던 여자가 지금은 내가 아니라며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마치 내가 그 사람을 의심할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명함을 찾는 몸짓.
애초에 그걸 왜 가지고 다니는지 알 수 없으며
그 놈은 자기가 의심받을게 뻔한데도 왜 명함까지 주었는가..
이러한 생각들이 한순간에 지나갔다.
"저기요?"
그녀가 날 불러 깨웠다.
짧은 시간의 생각에 너무 집중한 모양이다.
"이게 그 사람이 준 명함이에요."
-○○물산
대표이사
이 지 환
..?
낯설지 않다. 이름도, 직책도, 어디선가 접했던 것 같은데..
역시 뭔가 의심스럽다.
이 여자는 다른 목적이 있는게 아닐까?
아니라기엔 이해되지 않는 점이 너무 많다.
"이봐요, 당신.."
뭔가 따지려고 그녀를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눈이 보였다.
진심어린 원망,분노.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점에 실망감마저 느끼는 듯 했다.
우리 아버지는 의사이다. 아니, 의사셨다.
많은 노력으로 높은 성적을 얻어 의사가 된 사람이라기 보다도,
선천적으로 그러한 재능이 있는 그런 사람이였고, 능력을 인정받았다.
수십,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수술을 아버지는 쉽게 성공으로 이끄셨다.
실패한 수술은 단 한 번,
큰 교통사고 후 이송된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한 번이였다.
사람들은 누구라도 불가능했다며 아버지를 위로했지만 아버지는 그 길로 의사를 그만두셨다
나는 그의 아들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인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눈치챌 수 있다.
그녀의 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주변 근육의 일체의 떨림도 없었다.
단순히 멍청한 여자라고 치부해버리고, 시덥잖은 의심은 그만두기로 했다.

"정말 그 사람은 이상했네요.. 왜 그 때는 몰랐을까요?"
네가 멍청해서다, 이년아.
그녀의 발언이 멍청함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명함, 어째서 낯이 익을까..
"이지환.. 이지환.."
우선 한 번은 겪은 사람인 모양이고,
나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또한 명함을 건내준 것으로 보아 이자 역시 상당히 멍청하다..는 도움이 안 되는군.
"아마 그쪽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멍청아. 그건 사람이면 다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뭘 조언하고 있냐..
"일단 이 기분나쁜 곳에서 전 좀 나가야겠는데."
의자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끼익-'
문은 여닫힌 횟수가 상당히 적은지 빡빡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마 지하실이였던 모양이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랐고, 그녀도 곧 따라왔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눈이 부셨다.
적응하기까지 10초 후 그녀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입니까?
전 집에 가야한다구요."
"●●동.. 이긴 한데요, 집에 가겠단 말 진심이에요? 아저씨 바보야?
자길 누가 죽이려고 했다는데 수습도 안하고 집에 가 주무시면 정말 안전하겠네요.."
그녀가 비꼬았다.
확실히 그렇다..만
나는 비속어가 튀어나오려는 혀를 겨우 제지했다.
이런 천하의 미친년을 보았나.
지금 나한테 저런식으로 말할 입장인가? 천하의 양심없는 년이다. 무엇보다도 저 여자에게 바보 소리를 들었다는 게 치욕적이다.
한창 머릿속으로 분노하는 도중, 불현듯 생각났다.
"저.. 이지환이라는 사람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실패한 그 수술대 위의 여성은
이 이지환의 딸이였다.
그 때 그녀의 사망이 모두 아버지의 탓이라며 똑같은 고통을 주고 말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기에 기억한다.
그녀에게도 이상과 같이 설명했다.
---------------
"같은 고통이라면.."
그녀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네. 자식을 잃게 만들겠다는 엄포였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아귀가 맞아떨어집니다."
"그럼.. 그 놈이 성희를.."
"아마도요."
다음 순간, 그녀가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도, 또다시 어떠한 큰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지환이 성희를 죽이고 그녀로 하여금 나에게 복수하게 하였다
이것이 현재 추측되는 정황인데,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우선, 그녀가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마음먹을 것이란 걸 어떻게 알았으며,
어차피 그는 성희를 죽임으로써 손에 피를 한 번 묻혔는데, 그럴 바에 나를 죽이는 것이 직접적인 복수이며 쉽고 완벽하지 않은가?
이번에야말로 정말 이상하다.
울고 있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 여자를 믿어야 옳은가?

계속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 이대로 끝내버리면 내 목숨은 다시금 위험할거란건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말이지 멍청하잖아? 날 속일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예쁘다.
믿어보자.
"그만 우시고요. 우선 내일 다시 만나서 이 사람에게 닿을 방법을 찾아봅시다. 일어나요."
일어난 그녀는 명함을 내게 건냈다.
"이건 그쪽이 갖고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보단 똑똑한 모양이니.
그리고.."
본인이 멍청한 걸 알아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이였다.
난 말없이 손을 흔든 뒤 돌아서 근처의 숙박업소를 찾았다.
근데 이 여자, 끝까지 멍청하다.
거기선 죄송합니다 가 아니고 죄송했습니다 지.
--------------
현이 돌아선 등 뒤로,
그녀가 나지막하게 한번 더 중얼거렸다.
"미안해"
--------------
아침.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았다.
그녀는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이른거에요."
그리고는 정적.
어떻게 주제를 이끌어내느냐.
음..
"통성명도 못 했네요.
저는-"
"하현 씨죠?"
아, 내 개인정보는 어지간히 알고 있었지.
"제 이름은요.."
"아뇨, 필요없어요."
그녀가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손발이 오글거렸다.
왜지?
"이름은 상관 없네요 생각할수록.
그보다, 이 사람을 찾아야합니다."
받은 명함을 꺼내들었다.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물산의 위치 검색이라도 할 심산으로
폰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쉽게 검색될 이름을 여기 적어두진 않았..응?
인터넷 맵에 떡하니 표시되어있다.
고생은 덜었지만, 이건 너무..
"올 테면 와보라는 수준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수도 없으며,
경찰을 이용하기엔 증거가 전혀 없다.
그녀와 날 정신병자 듀오 취급할 걸?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가 봐야겠죠."
--------------
-○○물산-
심지어 간판도 걸린, 찾기조차 쉬워서 찾아냈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어찌됬든 이 곳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이 곳까지 온 과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기에 서술하지 않았다.
첩보영화의 주연이라도 된 느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나,
우리에겐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을 놓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몇 층으로 가야 얻어낼 게 있을..?
8층 사장실
사장실이 있는 층으로도 직통이다.
망설임없이 8을 눌렀지만, 너무 쉽게 그에게 닿아 오히려 찝찝할 지경이다.
문이 열리고, 우린 내렸다.
사장실로 보이는 곳의 문 앞에서 우린 멈춰섰다.
마치 그가 날 부르기라도 한 듯 쉽게 만난 이 문을 여는 게 정말 맞을까?
하지만 이대로 그만두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 이대로 끝내버리면 내 목숨은 다시금 위험할거란건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말이지 멍청하잖아? 날 속일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예쁘다.
믿어보자.
"그만 우시고요. 우선 내일 다시 만나서 이 사람에게 닿을 방법을 찾아봅시다. 일어나요."
일어난 그녀는 명함을 내게 건냈다.
"이건 그쪽이 갖고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보단 똑똑한 모양이니.
그리고.."
본인이 멍청한 걸 알아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이였다.
난 말없이 손을 흔든 뒤 돌아서 근처의 숙박업소를 찾았다.
근데 이 여자, 끝까지 멍청하다.
거기선 죄송합니다 가 아니고 죄송했습니다 지.
--------------
현이 돌아선 등 뒤로,
그녀가 나지막하게 한번 더 중얼거렸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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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았다.
그녀는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이른거에요."
그리고는 정적.
어떻게 주제를 이끌어내느냐.
음..
"통성명도 못 했네요.
저는-"
"하현 씨죠?"
아, 내 개인정보는 어지간히 알고 있었지.
"제 이름은요.."
"아뇨, 필요없어요."
그녀가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손발이 오글거렸다.
왜지?
"이름은 상관 없네요 생각할수록.
그보다, 이 사람을 찾아야합니다."
받은 명함을 꺼내들었다.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물산의 위치 검색이라도 할 심산으로
폰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쉽게 검색될 이름을 여기 적어두진 않았..응?
인터넷 맵에 떡하니 표시되어있다.
고생은 덜었지만, 이건 너무..
"올 테면 와보라는 수준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수도 없으며,
경찰을 이용하기엔 증거가 전혀 없다.
그녀와 날 정신병자 듀오 취급할 걸?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가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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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
심지어 간판도 걸린, 찾기조차 쉬워서 찾아냈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어찌됬든 이 곳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이 곳까지 온 과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기에 서술하지 않았다.
첩보영화의 주연이라도 된 느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나,
우리에겐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을 놓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몇 층으로 가야 얻어낼 게 있을..?
8층 사장실
사장실이 있는 층으로도 직통이다.
망설임없이 8을 눌렀지만, 너무 쉽게 그에게 닿아 오히려 찝찝할 지경이다.
문이 열리고, 우린 내렸다.
사장실로 보이는 곳의 문 앞에서 우린 멈춰섰다.
마치 그가 날 부르기라도 한 듯 쉽게 만난 이 문을 여는 게 정말 맞을까?
하지만 이대로 그만두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저기요, 현 씨."
그녀가 불렀다.
뭘까. 중요한 순간에.
"말도 안되는 짓을 했는데도 이렇게 잘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 속으론 엄청 욕했단다.
"그리고 미안해요."
담판 직전까지도 미안은 현재형이다.
정말 끝끝내 멍청하구만.
더이상 말 없이 문을 열었다.
아무도 이것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럴 사람도 없다.
40을 웃돌아보이는 남성이 거만하게 앉아있었다.
등 뒤로는 창으로 보이는 풍경정도가 적당하련만, 다른 공간이 있는 듯 문이 또 붙어있을 뿐이였다.
또한 그 표정은 우리의 침입에 일체의 동요도 없었으니 필시 예상했다는 태도였다.
"당신이 이지환입니까?"
"그렇다. 정답이야."
"딸의 복수를 하려던 게 맞습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이번엔 약간 오답이군.
하려던 게 아니라, 하려 하는거야."
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분명 날 조롱하고 있었다.
"또 이런 짓을 꾸미겠단 거야?
당신은 이미 실패했어. 이 여자의 동생까지 죽이고서 말이야.
다시 날 죽이려 하게 둘 것 같ㅇ.."
'퉁'
울분에 열변을 토하던 내 뒤통수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내 뒤통수를 파이프로 갈겼다.
난 하릴없이 뒤로 쓰러졌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하하하.."
아. 그래서 사과가 과거형이 아니였나.
앞으로 미안할 계획이였구나.
지금까지의 부자연스러운 상황들이 연결되면서 뭔가 개운해졌다.
날 이곳으로 대려온것은 그녀였다.
"아저씨 근데, 진짜 멍청하다. 얼마나 답답했는줄 알아?"
의식을 잃어가는 판에도 그녀의 목소리만은 선명했다.
멍청한 건, 그녀가 아니였다.
위화감을 느끼고도 대처하지 못한 나였다.
"이제 당신 옆에 제가 서도 되는건가요?"
그녀가 이지환에게 묻는다.
"그래. 믿어주지."
그녀는 기쁜 듯 그에게 걸어간다.
그녀의 연기력은 대단했다.
내가 거짓말이 아니라고 확신해버린 눈도, 터뜨리던 울음도.
그리고 성희라는 아이의 존재까지 전부 연극이였나?
소질있는 친구인데. 연기자로 성공할 법하다.
춥다.

여기까지 딱 절반끝인듯
가독성 x 맥락 x
꺄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