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1학년 초부터 학생회에 들어갈 수 있다
홍보부라던가 방송부는 귀찮은 일 투성이기에 생각해본적 없지만 책과 조용한 장소를 사랑하는 나에게 방과후 시끄럽고 답답한 교실을 대신할 장소를 찾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도서부에 들어가면 합법적으로 쉬는 시간에나 방과 후 시간에나 언제든 도서관에 머무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도서부에 면접을 보러 간다.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1학년을 바로 도서부에 넣어주는 사람은 없겠지 하며 당연히 도서 부니까 읽은 책을 물어보려나 아니면 책 꽂는 법? 서가 정리 방법? 결국 배가 방법을 물어보려나 아니면 도서관이 좋은 이유라던가 물어보겠지 대충 예상 문제 리스트를 노트에 끄적이다가 6교시 정규 수업이 끝나자마자 예상 문제를 써둔 노트를 들고 도서부 면접장을 향했다.

3월이 시작되고 이주가 지난 오늘 도서부 면접을 보기 위해 도서관 옆 다목적실에 왔다. 도서부는 4월 초까지 모집하지만 신청일 기준 일주일 안에 결과를 개별 통보해주는 학생회 치고 귀찮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별 상관없지만 빨리 도서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좋았다

개별 면접이라 교실 밖에 면접을 기다리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급조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7교시 종이 울리길 기다렸다.

딩 딩 딩

종이 울렸다. 그리고 어딘가부터 발소리가 들렸다.
이제 면접 시작 일려나 싶어 자리에 일어나 교실 문을 열려하는 순간 끼익 끽하는 소리가 났다.
교실 문은 단단히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분명 7교시에 시작하자마자 면접을 본 다고 도서 부장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문이 잠겨있다니

그럼 발소리는 뭐였지 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순간 갑작스럽게 교실 옆에서 검은색 머리에 포니테일을 한 조그마한 여자애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도서부 면접 보러 온 애 맞지? 면접 시작할게?"
그렇게 말하고는 힘든 기색은 어디 갔는지
잔뜩 질문을 궁색하는 표정을 하더니 뜬금없이
깨달았다는 듯 주먹을 쥐고 아하! 하는 손짓을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 혹시 홍차 좋아해?"
순간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면접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책이랑 홍차는 그런대로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준다는 점에서 연관이 있으리랴 그렇다면 책에 대한 애정을 물어보는 질문일 것이다.
"아 그런대로 좋아해요"
"그럼 같이 사러 가자!"

그대로 여자애에게 팔목을 빼앗긴 채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납치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