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어딘가 초점 없는 눈빛
사람이 얼마 없는 도서관에서 데스크에 앉아 책을 덮어두고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는 남자애가 있었다.

처음 그 아이를를 만난 순간 무신경해 보이는 얼굴에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말투에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르겠는 표정과 그런데도 착실하게 일을 끝내버리는 모습이 신기한 부조화를 이끌어냈다
신기하긴 했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얼른 책만 가지고 돌아가자 싶었다

'처음에는 다시 마주칠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다시 이 도서관에 돌아오게 된 걸까'

나에게 책이라는 것은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좋아하는 작가 작품에 빠진 이후로 작가의 신작이 나올 때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었다. 때마침 우리 학교에서 신학기에 신간 도서를 신청하는 시간에 신간 발매된 책이 들어온다길래 신나게 온 도서관이었다. 나만의 작은 작가라 아무도 빌려가지 않을꺼야라 생각하면서 빨리 빌려서 누구보다 먼저 책을 읽으려 책을 찾아 데스크로 가져간 그 순간 흐리멍덩했던 그 애의 눈빛이
번득하면서 나를 정확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반듯하게 나를 응시하는 모습이 뭐하는 녀석이지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얼른 책을 가져가고 싶어서 대출증을 내밀며 대출을 재촉하였다.
"서둘러 대출해주실 수 있나요, 빨리 가져가서 읽으려고요"
그러는 그 애는 순간 놀란 듯이 서둘러 책을 가져가 바코드와 대출증을 찍고는 나에게 책을 돌려주며 한마디를 남겼다.

"책은 2주 안에 반납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혹시 이 책 좋아하세요?"

그때 이후로 나는 두 번째 도서관 방문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