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하찮더라도 누구 하나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재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말은 곧 재능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속에서는 가시로 가득 찬 길마저도 뒹굴면서 버텨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제는 인스타를 보았다. 사람들과 한 끼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재능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이다. 남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질문을 생각하고 즉각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나 들떠있는 텐션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어떻게 해야 그들처럼 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맨바닥에 앉아서 생각하려 하니 정작 답을 생각하기엔 쉽지 않았다. 현실의 대화가 문자처럼 후에 고칠 수 있는 거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허심탄회한 말도 뱉어보았다. 현실의 대화는 마치 해적 통 아저씨 게임 같아서 한번 푹 찌르면 뺄 수 없다. 그 말이 물론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거나 충분히 즐길만한 이야기였다면 웃고 있는 아저씨의 표정이 눈앞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뢰를 건드리는 쪽은 항상 나였다. 푹 찔러버린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에게 상처를 줘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후회해버리는 그런 바보 같은 상황들이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혼자 숨어버리다가 "응, 혹시 뭐라고 했어? 미안 잘 안 들려서"라는 말을 들어버리면 얼음이 되어버린다. 말을 잘할 수 있는 재능이라는 건 대체 어떤 신이 주관하는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 일부러 말을 못 하는 것을 재능이라고 줘놓고 위에서 내 일상을 우스워하는 신이 있다면 그것도 그거만큼 끔찍한 상황일 것이다.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어도 발성을 키우려 해도 그리고 남의 말을 공감해보려고 노력해도 돌아오는 과거에 대한 자괴감들이 자신을 덮쳐버리는 것에 우울해지기 일쑤다. 이런 재능 따위 필요 없어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고 일어난 이불을 개는 일이나 방금처럼 멍하니 앉아서 변하고자 노력해도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후회와 영겁의 방에 앉아서 미래에 대한 무의미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너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줘서 좋다라거나 공감을 잘해줘서 좋다. 앞의 말들과 이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문자상의 이야기이다. 문자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생도 까딱하면 지우고 다시 보낼 수 있는 인스타의 DM이라면 멀을 잘하는 재능이라는 소박한 소망을 바라는 일 따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겹쳐질 뿐이었다. 잠깐 어지러워 일어나서 찬물을 한잔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불을 개면 남은 하나의 선택지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한탄하면서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 하지만 살아가야 한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넉넉한 지금 해내야만 한다. 가시밭길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 비가 추적이고 꿉꿉한 습기에 점점 의욕을 잃어가도 찾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여겨지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분명한 결론이라고 작은 재능이라도 확실하게 갖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