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은 간다.

재깍이는 초침만 쳐다보는 5시 29분

나의 삶은 이 조그마한 시계에 갇혀 함께 진동하며 깎여나간다.

틱하는 초침 소리에 박차고 일어나는 자리에서 따가운 눈총을 카펫삼아 나서는 퇴근길에서 빨간 신호등 하나에 화를 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서며 본 관리비 고지서. 나의 삶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고 사라져만 가는구나.

커피를 깜빡했지만, 나가기도 귀찮았던 다 낡아버린 몸뚱아리를 가까스로 침대위에 내던진다.

그렇게 나는 이 안락한 침대에 누워 다가올 내일에 떨고있는 것이다.

나는 잃어버린 모든 것들에 분노했다만
나를 잃어버린 것에는 초연하였다.

햇빛을 가린 콘크리트 벽은 내 눈을 가리고 한없이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스며드는 것들을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인 대가이자
가라앉으며 나를 붙잡는 것들 발버둥쳐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죄로다.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거대한 덩어리에 하나로 뭉쳐져 그저 떠다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