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N2opR









---------------------------------------------------------------













튜브를 빌려 여자들을 태워준 후

우리는 커플끼리 모여 서로를 붙잡고 해운대 해변가를 향해 몰아치는 파도에 몸을 실었다.

파도가 올때마다 꽤나 높은 물살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기 시작했고,

그럴때마다 열매를 향해 부딪혀 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뛰어난 정신력을 발휘해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내쳐버리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라 한들, 열매의 몸엔 손끝조차 댈 수 없음이었다.

이런 나의 노력은 아는지 모르는지 열매는 저 뜨거운 햇살보다 더욱더 밝은 얼굴로 웃으며 물놀이를 즐기기

에 여념이 없었는데 사실.. 저 웃음을 계속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기에

이런 노력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었고, 어느 정도 물놀이를 즐긴 후 우리가 대여한 파라

솔로 돌아왔을땐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 손끝하나 움직일 수도 없었다.



" 뭐야? 해파리 한테 쏘였나? 이놈 와이러노? "



내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인설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저 말에 말대답을 해줄 힘을 좀더 모아, 다시금 열매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쌓여 있던 나는 그저 고

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줄 뿐이였고,



" 하하하. 물속에서 열매랑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보지 뭐. "



내가 이렇게 쓰러져있음을 이상하게 여긴 동영의 헛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욕이라도 해주고 싶건만.. 차마 형이라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그저 한숨만 쉬고 있는데, 동영이의 말에 열매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정훈이는 뭐라도 꼬투리를 잡은마냥 '하하하' 웃으며

열매와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 했네! 했어! "



미친새끼들..

사상이 더러운 새끼들은.. 매일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참.. 감탄스러울 따름 이였는데,

그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은주가 미친새끼라며 정훈의 등을 강하게 때리더니 냅다 어디론가

가버렸고, 이에 ' 아.. 쟤 또 왜저러냐.. ' 라는 말만 남기고선 울상을 한채 은주를 쫓아가는 정훈이였다.



그러게 병신이.. 그런말을 왜 여자친구 앞에서 막 한다냐.. 으이그..

여태껏 사귄 10년동안 21번을 헤어졌었다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22번째가 되지 않을까 싶어

힘든 가운데도 쌤통! 엿을 먹은 정훈이 덕에 기분이 좋아 '허허허' 웃어댔다.



어쨋든, 파라솔에 누워 캔맥주를 까서 먹던 인설과 동영은 꼭 사고 싶은게 있어 센텀시티에 있는 백화점을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떳고 비로소 이곳에는 열매와 나, 둘만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열매는 나와 단 둘이 있는 이 분위기가 정말로 어색했던 모양인지 우물쭈묵 한채로

캔맥주만 들이키고 있었고 이에 나는



" 어떡하지.. 좀더 놀래? "



라며 먼저 말을 꺼냈지만 열매의 입은 섣불리 열릴 줄을 몰랐다.



" 음.. 뭐 하고 싶은거 없어? "

" 아니면.. 그냥 들어갈까? "

" 모래찜질 해볼래? 저거 재미있겠다. "



후,

뭐 어떡하자는 거지?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을 않는 열매에 모습에 파라솔에 뻗어있던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열매를 향해 돌아앉아 다시금 물었다.



" 나랑 하고 싶은거 없어? "



그리고 그제서야 서서히 열매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나 녹차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헤헤 "



이게 왠 뜬금없는.. 말이더냐?

황당한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열매의 미소에 난 순간 벙쪄있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되찾고는 주머니에서 젖은 만원짜리를 꺼내 들었다.



" 금방 사올께!! 허허헣 "





후. 후. 훕.

수많은 인파를 뚫고 바람같이 휘날리... 기는 개 뿔..

아.. 1m 를 가는대도 몇초씩 걸리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였지만,

해변가에 혼자 남아서, 안절부절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열매의 모습을 떠오르니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젠장.. 씨벌.. 비켜라, 거제도의 불도저가 나가신다 뛰뛰빵빵..



...





그렇게 난 채 60m 도 되지 않는 편의점까지 3분이란 시간을 소모하여 간신히 도착했고,

후딱 녹차아이스크림을 집어든 후, 젖어서 찢어지기 일보직전인 만원짜리를 못받겠다는

알바와 한참의 실랑이 끝에 10여분 만에 파라솔 까지 되돌아 올 수 있었는데...



빌어먹을.. 아름다운 꽃엔 늘 벌이 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한지,

어느세 파라솔 주변을 은근슬쩍 에워싼 빌어먹을 수컷들을 죄다 헤친 채 열매의 옆에 털썩주저 앉아서는

놈들에게 들릴만큼 크게 외쳤다.



" 여보야! 나왔어! "



" 응? 여보 왔어? "



훗, 내 말에 약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열매였지만,

이내 이런 말을 한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센스좋게 대답을 해주니

역시나 주변놈들의 - 켁 , - 컥 , - 헉 ,

등의 이 상황을 인정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효과음들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사실 이같은 것들은 열매를 만나는 3일동안 다 겪어왔던 것들이였기에 나는 아무런 신경도

쓰기 않고 거리낌 없이 녹차 아이스크림 뚜껑을 뜯기 시작했고,

이에 열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드릴같은 수컷 새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후.. 열매를 혼자 남기고 편의점을 갔었다니,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말아야지

마음에 되새기며 어느 세 뚜껑을 모두 까고선 열매에게 아이스크림을 넘겨주자,

열매는 마치 생일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었다.

허허.. 내가 어디.. 인사받을 처지던가,

네가 아니였으면 난 오늘도 페인트와 신나냄새를 맡으며 푹푹 찌는 무더위속에서

색칠놀이나 하고 있어야 했을텐데...

다시 없을 복덩이에 난, 이 여자를 꼭 내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작스레 열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구겨지기 시작하더니, 힘겨운 목넘김 소리와 함께

난데없는 소리를 해왔다.



" 읍.. 읍읍.. ... 이거 엄청 맛없어. "



으..음?

이씨.. 지가 먹고싶댔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지..

얘 정말.. 얼굴값은 제대로 하는구나, 슬며시 실망감이 생겨났다.



" 그.. 그래? 그럼 다른걸로 사줄까? "



그래.. 신나게 부려먹어라.. 어휴 뭔들 못사주리..

속으로 그저 화를 가라앉힐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열매가 뜬금없이 나도 먹어보라며

아이스크림 한숟갈 떠서 내 얼굴로 가져다댔다.

진짜로 맛이 없어서 그러나? 싶어 입을 벌려 숟가락에 가까이 대니

'헤헤헤' 거리며 숟가락을 뒤로 확 빼버리는 열매였다.

허허허허허허.

이게 이런 장난도 칠줄 알고 허허허허.. 요 일 더하기 일 같은 가시나..

나도 모르게 얼굴 전체에 아빠미소가 번져가고 있는데

열매가 아래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 아니.. 이렇게 말고, "



뭐? 그럼 어떻게? 열매의 말이 무슨 의도인지 몰라, 또 다시 멍청해져 있는데

열매가 뜬금없이 자기에게로 가져간 숟가락의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입으로 넣더니

내 얼굴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 왜..? 뭐..? 할려고?

여기 사람들.. 겁나많은데.. 이 앞에서 뭘 어쩔.. 큽

금세 부딪힌 열매의 입술에서는,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 부드러운 혓바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나뚜루 녹차아이스크림.. 진짜 더럽게 맛없어요...
허허허허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