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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다른 별다른 일 없이 정말 라면만 먹고 택시를 불러 인설이를 태워준 후 ,

집에 도착한 나는.. 심적으로 부담되는 일을 많이 겪은 탓일까?

옷도 그대로 입은채로 뻗어 버리고 말았는데,

어느세 시간은 흘러흘러..

출근시간이 되자.. 그에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토요일이긴 했지만.. 요즘들어 일이 원체 바쁜지라.. 늘 특근을 해야했기에,

아무 생각없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난데없이 휴대폰이 문자음을 토해내며 윙~ 윙~ 거렸다.

한 때는 그냥.. '시계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기계' 쯤으로 여겼던 휴대폰이..

요즘들어 자주 울려대니.. 혹시나 열매이지 싶어 나는 기분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 참으로 좋은 주말이다. ^^ 출근 안해도 되니까 여자친구랑 꼭 데이트 하고,
빠른 시일내에 소개하도록 해라. - 곽부장 ]


....

미친.. 열매 얼굴이 이쁘긴 이쁜 모양이였다.

부장이 문자를.. 그것도 웃는 이모티콘 까지 보내서.. 이 지랄을 하는건 보면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젯밤.. 다큐멘터리 하나 때문에 이상해져버린 분위기에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헤어졌으니, 나는 그냥 입고있던 회사옷을 내벗어 던지고

반바지와 티셔츠 하나만 입은채 침대에 누워 곯아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쾅쾅쾅쾅!!!

- 띠리디리리리띠리리리리띠리리~

- 쾅쾅쾅쾅쾅쾅!!

- 야!! 야!!!!!! 문열어!!

- 쾅쾅쾅쾅쾅쾅






" 크허허헉! "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소음에 난 놀라 간만에 얻은 꿀 같은 토요일 낮잠을 방해받고 말았다.

이 시간에 대체 누군가? ...

난.. 혹여나 미친 사람（?）이 아닐까 의아함에 문에 체인을 걸고, 살짝 열었는데..

밖에는, 이쁘게 차려입은 인설이와 열매가 있었다.



" 야 체인!! 빨리 문 열어 문!! "



둘의 얼굴을 확인한 난 엉겁결에 체인을 풀어 문을 열어주었고,

거리낌 없이 방안으로 들어온 열매와 인설은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더럽게도 큰 빈가방을 들고

들어오더니 내 옷장을 뒤지며 반팔, 반바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꿀잠에서 깨어버린 탓에 영문도 모른채 멍 할수 밖에 없었지만,

어느 덧 대충 싼 짐가방을 잠그고 나가자며 내 등을 떠미는 인설의 모습에

난 대체 왜 그러냐며 이유를 물었다.



" 놀러가자고! 날도 좋은데!! 해운대 어때? "



아니.. 미친..

자는 사람을 냅다 깨워서는 해운대를 가자니..

북적북적.. 사람 많은곳도 딱히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였던지라 난

거절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열린 문 사이로 ' 왜 이렇게 늦냐 ' 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뭐야? 너는 어떻게?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오래된 친구.. 정훈이였고,

그 옆에는 또 놈과 크게 싸우고 헤어졌다던 은주가 있었다.

참네.. 이제는 진짜 끝이니 마니 하더니.. 언제 또 짝짝꿍 해서는 저래 착 붙어있는건지..

헛웃음이 나오는데, 계속해서 등을 떠미는 인설이와 옆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방글.. 웃고 있는 열매의 모습에 결국 난 오피스텔을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고 보니, 정훈이의 차와 그 옆에 처음보는 K5 한대가 서있었는데,

인설은 거리낌 없이 그 차로 다가가서는 트렁크를 두들기더니, 내 짐을 던져 넣었다.



처음보는 차에, 인설이가 한대 뽑은건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거리니

옆에있던 열매가 슬며시 웃으며 " 인설이 남자친구야. 동영이 오빠라고.. "

말해주었고,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단체데이트구나..

그제서야 진심이 담긴 웃음이 슬며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정훈이와 은주는 정훈이 차를,

나와 인설이, 열매는 우리보다 한살 많은 동영이 형의 차를 타고선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으로 내달렸고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아, 해운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거제도에도 바다는 많은데, 왜 하필 해운대까지 가야 하는가 싶었던 것도 잠시..

엄청난 인파에 나는 입을 쩌억 벌린채 넋을 놓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주말에만 200만이 몰린다더니..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래하나 보이지 않게 해변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고 있는데, 동영이 형이 숙소를 예약했다면서 차를 돌려 한 호텔로 들어섰다.

얼마만에 얻는 주말여행인지, 들뜬 나머지 주변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마치 히히덕 거리고

있는 와중, 또 다른 좋은소식（?）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이.. 방이 세개란다.





허허허.. 열매와 만난지 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허허허허.. 삼일만에 합방이라니..

이제는 아주 입을 쫙 찢어 '크흐흐흐흣' 웃어대고 있는데,

갑자기 인설이 내 복부에 사정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 퍼억



컥.



" 무슨 생각하노? 이 문디가?
방 하나는 은주랑 정훈이 꺼고,
하나는 내랑 열매가 잘 방,
하나는 니랑 동영이가 잘 방이다. 딴 생각 하지마라. "



크헉... .. 당장의 복부의 아픔보다 인설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더 나를 아프게 했다.

아 젠장.. 즈그도 커플로 왔으면서.. 같이 방 쓰면 되지?

나랑 열매는 왜 찢어놔? 아.. 처음보는 남자랑 내가 왜 같이 자야하나,

동영이 형을 슬며시 쳐다보니,

그가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얼굴을 노골적으로 찡그렸다.

... 이 병신 새 끼가?

나도 니가 싫어 이 새끼야.. 와..





아무튼, 우리는 각자의 객실로 흩어져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먹을때 만나기로 하고

하나 둘..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상.. 짐이랄 것도 없는 가방 하나 뿐이라 대충 침대옆에다 던져두고,

창문 밖의 해운대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어느 세 스킨이니.. 로션이니.. 결벽증에 걸린 새끼마냥 정리하던 인설의 남자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저기, 너 그.. 열매란 애랑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 "



미친놈이.. 초면에 그딴게 물어보고 싶을까?

인설이도 참.. 지같은 놈을 만난다 싶어 헛웃음이 났지만,

만난지 삼일 됐는데.. 염병.. '진도'는 사실 개풀 뜯어먹는 수준이였던지라

나는 존나 사실대로, 만난 날짜는 생략하고 '손'만 잡아봤다고 말해주니

뜬금없이 녀석이 나를 보고 소리쳤다.



" 미쳐... 미쳤어. 니들은 죄다 미쳤어!! "



이.. 또라이새끼? 대체 뭐하는 놈이지? 냅다 지르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나는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 어쩔줄 몰라 턱만 긁어대고 있을 뿐이였는데,

동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아니.. 인설이랑 만난지 일년 이나 되가는데 난 여태 키스밖에 못해봤어.
요즘 세상에.. 씨풋.. 이게 말이야 소야? 아.. 너 옛날에 인설이랑 사겨봤다면서?
그때는 진도 어디까지 나갔었는데? "



킁.. 이놈 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과거 이야기를 들처줘봤자 좋은일 하나 없다지만,

어젯밤 인설이 말했듯이.. 난 인설의 몸뚱아리에는 손 한번 대본적 없었기에,

그것도 사실대로 이야기 해줬다.



그랬더니,

이 미친놈이 마치 대마초라도 한번 빨았는지.. 악에 받친 소리를 토해내며

지가 여태껏 정리했던 각종 화장품과 옷들을 밀쳐낸 뒤, 탁자에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 으크아아아아아앜!!!!! "



- 쾅! 쾅! 쾅!





커헉, 아.. 아니.. 씨 발.. 이게 대체 뭐지?

나는 놈의 발작에 너무 놀라 뒷걸음질 쳐 통유리 벽으로 된 창문으로 등을 붙였고,

녀석은 아프지도 않는지 그짓을 계속하며 울부짖었다.



" 씨팔!! 씨팔!! 내만 변태새끼고, 야한새끼고, 대가리에 야동밖에 없는 새끼네!! 개 씨발!!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씨발!!! 씨팔!! 씨팔!!!!! "



미친...

인설이, 나랑 사귈때도 혼전순결이니 어쩌니.. 하더니.. 저런..

그걸 여태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였다...



그렇게,

한번 안된다고 하면 죽어도 말을 바꾸지 않는 인설이의 굳은 심지가 한 남자를 미쳐가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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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편 전후로 완결이 날것 같아요.
헤헤헤헤
그때까지, 열심히 쓸테니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