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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커피를 한잔 한 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다


집으로 가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인설이가 계속해 열매와 함께 집쪽으로 향했다.


나만 모르는 둘만의 약속이 있지 싶어, 아무말 없이 그녀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데


인설이 영화관에서 내 손을 잡았던 이후 나에게 말거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눈빛은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지금 이상황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단둘만의 데이트를 원했는데,


괜히 인설이가 끼어들어 안좋은 과거 까지 기억하게 되자..


아무래도 기분이 다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앞장서서 걷고있던 열매가, 인설이와 얘기를 나누더니 나에게로 돌아와


뜬금없이 자신의 집에서 '라면'을 먹지 않겠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왠 또 '라면' .. 왜 하필이면 '라면' 인지..


'라면' 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나지만 어제밤 일이 문득 떠올라 서둘러 알겠다며


목이 부러질듯이 힘껏 위아래로 흔들어댔고


영문을 모르는 인설은 이게 미쳤냐며 내 뒷목을 붙들었다.


그런 모습에 열매는 '꺄르르~'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후.. 어찌됐든 일단은 열매의 집도 구경도 할 수 있고,


그녀와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고 우리는 어느 덧 열매의 집에 다다랐다.



- 삐삐삑~ 철컹



도어락으로 비밀번호를 쳐서 문이 열리자, 열매와 인설이 먼저 들어갔고,


나도 그녀들을 따라 처음으로 열매의 집으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맙소사..


발걸음을 디딛자마자 향긋한 꽃내음이 내 콧속을 간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 더군다나 대체, 이곳이 내 집과 같은 오피스텔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화사한 인테리어의 모습에.. 나는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아.. 이쁜 여자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



절로 감탄이 나와 이리저리 방을 신기하게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약간 바보같았던 모양인지, 인설이 슬며시 웃으며



" 헤헤.. 야, 열매 속옷 찾는거야? 왜이렇게 두리번거려 "



라고 말했다.


제딴에는 농담이였겠지만, 그 말에 열매는 방 한켠으로 달려가 서둘러 무엇을 치우기 시작했고,


인설이 때문에 열매가 나를 그렇게 생각 할지도 모른다 싶은 맘에.. 살짝 화가나


곧바로 맞받아쳤다.



" 으이그.. 내가 너처럼 그런 생각만 하는줄 알어? "



내 말에 기분이 나빠진걸까?


실실 웃던 인설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고, 코를 씰룩씰룩 대더니


이죽거리며 중얼거렸다.



" 알았다. 농담도 몬하긋네 문디자슥..
하긴.. 난 니가 고잔줄 알았다 아이가.
육개월을 사겨도 내 몸뚱아리 한번 안 건드렸제?
참으로 대단한 성인군자 나셨제. 미안타. 니가 그럴리가 없는데? 앙? "



젠장, 결국 되로주고 말로 받고 말았다.


쩝.. 인설이와 말다툼을 해서 이긴적이 한번도 없었으면서.. 난 또 왜 녀석의 심기를 건드린건지..


이럴땐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리고 목석처럼 꼼짝않고 앉아 있는게 답인걸 알기에


난 그냥 아무런 대꾸 없이 TV 를 키고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어느 덧 치울 것을 다 치웠는지,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싱크대로 향한 열매는


갑자기 '악!' 소리를 내며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 어쩌지? 라면이 다 떨어졌나봐. 나 금방 사서 올테니까 TV 보고 있어. "



아니.. 없으면 안먹으면 되지, 왜저리 라면에 집착을 하는건지...


말을 끝마치자 마자


실실 웃으며 지갑을 챙겨 문 밖으로 사라져 버린 열매의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열매를 쳐다보던 인설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고선 나즈막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우리둘만.. 이렇게 있는거 오랜만이다? "



어?


둘만 남았다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한테 이런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잠깐 멈칫, 거렸지만.. 딱히 이런 말을 한다고 우리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가는건 아니기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 어.. 그래. "



내 대답에 잠깐 시간이 멈춘 듯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래도 인설은 지금 이 시간을 적극 이용할 모양인지, 나를 향해 돌아앉아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진지한 얼굴을 한채로 가슴이 절로 아파오는 말을 내뱉었다.




" 그때.. 나 왜 찼어? "



후.. 인설이의 질문에


옛날에 끊었던 담배가 무척이나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한모금만 빨아드리면, 지금 이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지 않을까..


이 무거운 분위기가 버겁기만 해 빨리 열매가 돌아 오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인설의 눈빛을 보니 열매가 와도 꼭 답변을 듣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이는 듯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난 서스럼 없이 거짓말을 해버렸다.



" 그냥 니가 싫었어. 지겨웠고,
그냥 너는 너답게 사는게 보기 좋더라. 괜히 나한테 얽매여서 착한척,
이놈도 피하고 저놈도 피하고.. 그런게 꼴보기 싫더라. 그게다야. 그때도 말 했잖아? "






아니다, 아니였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였다.

헤어짐을 고한 뒤로 군대를 가기 전까지의.. 수년의 세월동안

고통스러웠고, 늘 너를 그리워했다.

라면만 먹으면, 네가 끓여주던 라면이 생각나 다시는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고,

담배만 피면, 투덜거리면서 나를 꼬집던 네 모습이 생각나 결국 담배를 끊게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너만 생각하면 은우를 향한 죄책감에 힘들어 괴로웠다.

그렇기에.. 니가 그립지만 너에게 다시는 다가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다. 난.






울컥하는 감정에, 슬그머니 눈물이 나오려 했찌만..



난 감정을 꾹 누르고, 눌러 결국 억제하고선 아무렇지 않게 TV의 채널들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런 내 모습에 결국 인설이도 체념했는지 열매의 침대에 올라가서는 드러누워 버렸다.



쩝.. 괜시리 열매집까지 쫓아온것 같아.. 슬며시 짜증나는 바람에 난 리모컨도 그냥



구석에 내 팽겨쳐 놓은채, 에라이~ 모르겠다. 방바닥에 드러 누워버렸다. 그리고



그 때 도어락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열매가 들어오며 웃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는데,




" 나~ 라면 사왔어~ 금방 끓여줄.. "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잠깐 문앞에서 멈칫하던 열매는 말을 도중에 끊고선



매우 놀란 표정을 한 채로 TV 에 시선을 고정하고선 움직일 줄을 몰랐고,



이 모습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열매를 쳐다보고 있던 인설이 갑자기 벌떡! 하고 일어서선



내가 내팽겨쳐 놓은 리모컨을 들어다가 다른 채널로 돌려버렸다.



뭐지? 그냥 다큐멘터리 채널이였을 뿐인데.....??



나는 알 수 없는 둘의 행동에, 갑자기 또 이건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해 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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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짧죠?
필력이 겁나 딸려서 그래요...
아 어렸을때 공부좀 할걸..
쓰고싶은건 많은데 머리가 안따라줌..
너무 텁텁 막힘..
어쩌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