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Z2NF














---------------------------------------










" 미안해, 근데 나... 정말 너 좋아해. "




입술을 떼고보니, 침대에 있던 녀석들도.. 그 밑에서 자고있던 혜아와 친구도



양볼이 붉어진 채 숨을 가다듬고 있는



인설이와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술에 곯아 떨어져 자고 있을 줄 알았더니..



나는 머쓱함과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 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무미건조한 행동들 때문일까..



인설이의 친구인 은주가, 화를 참지 못한채 흥분한 모습으로



무릎위에 올려놓은 배게를 마구 내려치며



대체 뭐하는 짓이냐면서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그저 멍할 뿐이였다.







이.. 망할 년아... 우정이라며.. 친구라며..



대체 어느 나라에서.. 친구에 아가리에 혓바닥을 넣냐...







하아.. 나는 눈앞에 정말로 좋아하던 혜아가 있었던지라



섣불리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는데,



은주를 비롯해 하나도.. 정훈이도.. 자꾸만



인설의 고백에 내가 대답을 해주길 보채기 시작했고,



이를 언짢은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관전만 하고 있던 은우와 혜아도



분위기에 휩쓸려 나에게 인설이의 고백을 받아주라며



인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여자로써 쉽지 않은 용기였을 거라며 말이다...



결국 분위기와 취기에 이끌려 난 그녀를 허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일주일 여가 흐른 뒤,



그 때 까지만 해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별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던 나의 생각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늘 여자도 '의리' 가 있다며, 선머슴 마냥 다니며 남자놈들과 어울리던 가시나가..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고, 나와 내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남자들을 멀리했다.



등교시간만 되면, 거리가 먼 자신의 집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집으로 와



내가 지각하지 않게 깨워준 후 같이 학교를 갔고,



하교할때도 마찬가지로 같이 우리집까지 와서 함께 놀다가, 버스시간이 되면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학교만 끝나면 남자놈과 만난 후 오락실, 노래방 등을 전전하던 옛날의 인설이는 없어진 것이였다.



더군다나 오피스텔에 혼자 지냈기 때문에,



매번 집에서 라면만 끓여먹던 나를 위해 집에서 반찬을 가져오거나 자신의 용돈으로 산 재료들로



직접 요리를 해주기도 했고, 가끔씩 찾아오시는 할머니도 의외로 예의바른 행동을 보여주는



인설에게 이쁜 손주며느리가 생겼다고 좋아하시니..



높은 벽 마냥 닫혀있던 내 마음은 금세 허물어져 버렸다.





덕분에 나도 더이상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지 않고, 그렇게



인설이와 영원할 것만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이유를 제공한 사람은 너무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옥수동 미친 암컷 이라고 불리우던...



인설, 하나, 은주는 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우리 세명과 늘 어울려 다녀



다같이 많은 정이 들어 있었고,



아무래도 만남이 잦다 보니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데,



나와 인설이 사귀게 된 이후로



정훈이가 은주에게 고백해 사귀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와 은우만 사귀면 세 커플에서 정말 재미있게 다닐 수 있겠다 싶어



우리 4명은 은연중에 하나와 은우가 사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늘 적극적이던 하나와는 달리, 평소에도 말이 없던 은우는



어찌된 영문인지 노골적으로 하나를 멀리했다.



헌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은우가 인설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나였지만,



정말로 인설이가 등교시간 우리집을 올 때, 꼭 같이 와서는 함께했고



하교시간도 물론인데다가 어디든지 나를 쫓아서는 인설이를 보려는 듯한 은우였기에



나는 슬그머니 은우를 향해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았다.



더군다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둘을 향한 은우의 눈빛이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서로 큰 상처를 입겠다 싶어



나는 일부러 늦은 시간을 이용해 오피스텔 로



은우를 불러 인설을 향한 마음이 진심인지 확답을 받고자 했다.













" 은우야. 우리 친구잖아? 나한테라도 좀 솔직해지자. 너 인설이 좋아하냐? "




기분좋게 웃으면서 우리집으로 온녀석에게 대뜸 이렇게 말을 꺼내자,



은우가 많이 당황한듯 왼손 엄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하나가 대놓고 들이댈 때 처럼 당황했을 때나,



거짓말을 할때 습관적으로 하는 은우만의 행동이였는데...



그 행동에 나는 짐작하고 있던 바가 맞는것 같아



슬며시 짜증이 오르기 시작했고,



빨리 녀석의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 소리치며 녀석들 닥달했다.




" 아이 씨.. 시간 끌지 말고! 말을 하라고. 너도 인설이 좋아하냐? "




내 말에 은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지만,



쉽사리 녀석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오자마자 내가 너무 하는것 같아,



좀 진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숨을 가라 앉히고 있으니



은우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터져나왔다.




" 나도 인설이 좋아하냐고? 나도? ...
너는 인설이 좋아한다는 소리네? 대체 언제부터? "




이게 무슨말일까?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지?



은우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일단은 내 진심을 은우에게 말하기로 결심하고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처음부터는 아니고, 걔가 잘하니까.. 좋아졌어.
니가 봐도 정말 나 좋아해주고 잘 하잖아?
우리 할머니도 인설이 좋아하셔.. 그래서 좋아하게 됏어. "

" 그게 다야? "

" 응. 그래서 좋아졌어. "




그냥, 녀석의 확답을 듣고 싶었는데



내가 왜 이런말을 해야 하는건지.. 답답해 하고 있는 찰나



은우의 말이 계속해 이어졌다.




" 이뻐? 이뻐서? 아니면 뭐.. 그냥 너한테 잘해주니까? "




하아 참..



은우는 왜 이 시간에 자길 불러서 이런말을 꺼내는지 이유를 모르는 듯 했기에



슬며시 또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고 이에 난 어쩔 수 없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난 지금 니 대답을 듣고 싶다고!!
엉뚱한 소리 하지말고, 대답을 하라고!!
너는 인설이가 왜 좋은데? 아니 좋아하는거 맞아? "




왠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아, 불상이라고도 불리는 내가



냅다 소리를 쳐대자 많이 당황했는 듯,



울상을 지으며 머뭇거리는 은우였고..



이에 나는 약간 미안한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녀석의 대답을 듣고, 녀석의 감정을 말려야만 했기에



난 더욱더 강하기 나가기 위해 쌍욕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미 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설에게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였다.




" 아.. 씨발. . 말좀 하라고! 벙어리야? 너 벙어리 새끼냐? "




우리끼리는 싸운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은우는




" 그만해. 소리지르지마. 욕하지마. "




라며, 나를 말리려 들었지만 이미 흥분해버려 앞뒤분간 하지 못하던 나는 기어코



은우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러 버렸다.




- 퍼억




피할 겨를도 없이 날린 주먹에 은우는 '억!' 소리를 내며 옆으로 꼬꾸라졌고,



여전히 흥분해 있던 난 두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채 쓰러진 녀석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 후



방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 씨발!!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




,





내가 정말 너무한건가?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녀석이 너무한건가?



왜 상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올 수 밖에 없었는지, 가슴이 아파져 오는 가운데



은우도 지금 이 상황이 힘들었는지, 아니면



나에게 맞은 얼굴이 너무 아팠는지.. 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만난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소리쳐댔다.




" 그래 이 새끼야! 다 좋아! 웃는것도 좋고! 나 쳐다보는 것도 좋고!
옆에있는 것도 다 좋고... 살냄새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너무 좋아.
그래서 미치겠어. 씨발.. 안되는거 아닌데, 나도 잘 아는데..
힘들어 죽겠어.. 죽을것 같아... 으흐흐흑.. "




녀석이 소리칠 때 마다,



입안이 터졌는지 내 얼굴로 침과 피가 섞인 이물질이 쏟아져 나왔지만,



더럽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난 녀석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 후



넘치는 분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곤 절대로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 너는 친구도 아니고.. 씨발.. 사람 새끼도 아냐..
힘들어 죽겠다고? 죽어라.. 진짜.. 제발 죽어버려라 이 개새끼야...
다시는 나 볼 생각 하지마라.. 더러운새끼.. "



.

그리고 그 말에,



은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냅다 문을 향해 달려선 나가버렸는데...



나는 녀석을 붙잡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방안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렇게 모든게 다시금 해결된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지만.. 그 생각은 채 오래가지 못했다.



많이 화가 난 탓인지.. 몇일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던 은우의 행방이 궁금해 담임선생님 여쭈었고,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을 듣고 말았기 때문이였다.




" 너는.. 은우랑 친했지...?
다른애들 한테는 말하지말고.. 너만 알고 있어라..
은우가 엇그제 밤에 자살했단다...
너희들 고2 고... 공부에 영향 있을까봐.. 말 안할려고 하고 있었는데..
너는 친했으니까.. 너라도 알고 있으렴.. "




그말을 들은 난, 고무실에서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다음날, 죄책감에 못이겨 인설이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학교를 자퇴해버렸다.











만약, 우리집에서 뛰쳐나가던 그 모습이,



마지막 이였던걸 알았다면..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녀석을 붙잡아, 그 얼굴을 기억해둘껄..



하루하루를 후회와 죄책감속에 살며



난 그렇게 '사랑'도 '우정'도 하루아침에 잃은채 폐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겁나 슬퍼서 할말이 없음..
아 그래서 인설이랑 헤어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