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rZ5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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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저녁 늦게 까지 일을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장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아침부터 잔소리하기 바빳지만,

일하는 내내 열매 생각 뿐이였던 나는 무얼 하든 실수 투성이 였던지라

부장의 잔소리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는것인가?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볼까?

진정 라면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대체 나는 왜 라면을 싫어한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했던 것인가...

어젯밤에 벌어진 비참한 상황에 난 점심시간이 되어서 까지 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결국 밀린 일을 모두 끝맞친 후에야 식당으로 달려 갈 수 있었는데...

너무 늦었던 탓일까? 끝이 없는 긴 줄에 결국 난 짜증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



계속되는 부장의 잔소리와, 어젯밤의 실수로 인해 멘탈이 붕괴될대로 붕괴되버린 난

그냥 이대로 도망쳐선 열매한테 라면좀 제발 끓여달라고 무릎꿇고 사정이나 해볼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때 뜬금없이 '띵동~ '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내 인맥은 이미 수년의 폐인생활로 인해

번호하나 맞지 않은 로또종이 마냥 산산히 찢어진터라

대출문자겠거니, 홧김에 휴대폰을 열었는데.. 메시지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닌 열매였다.



[ 점심 먹었어? 안먹었으면 같이먹자. ]



허... 허허..

하루종일 내내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이런 문자는 뭐란 말인가?

진짜 사람을 가지고 노는건가?

뭐 한 십분만 기다리면 줄이 없어질것 같았기에 난 그냥 쿨하게 메세지를 보냈다.



[ 어디야? 후딱 달려갈께! ]

[ 응ㅎ 만남의광장에 있어. 기다릴께 ^^ ]



크히힠?! 헤헤헤

서둘러 내 앞줄에 서 있는 부장과 형들을 향해 급한 약속이 있다며 황급히 식당을 빠져나왔다.

아 물론.. 내 얼굴엔 저 밝은 햇살마냥 따스한 미소를 품고서 말이다.



" 냫하하하하핳 ~ ♪ "



조선소는 넓다.

특히 이곳 3성조선소는 더럽게도 넓다. 하지만 차키를 빌릴 생각 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해

무려 1.5km 가량을 미친듯이 뛰었고, 약 7분만에 만남의광장 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뛰어 도착한 광장안 한켠에는 흰색블라우스 에 초록색치마 를 입은 열매가 앉아 있었는데..

열매의 미모에 또 다시 너무 ♪반짝반짝 눈이부셔 노노노노노♩ 황홀해 하고 있는 찰나,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서둘러 주변을 돌아보니

아뿔싸.. 역시나 그녀 주변에는 꿀을 노리는 일벌들 마냥 열매에게 시선을 사로잡힌 수컷들이 널려있었고,

그녀의 비해 난, 좋답시고 앞뒤 분간도 하지 못하고 냅다 달려온터라 덕지덕지 페인트 묻은 작업복인데다

벅차게 뛰어오느라 땀 투성이였으니.. 순간 기분이 팍! 상하고 말았다.

제길.. 내가 너무 멍청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올까?! 뒤돌아서려는 찰나

열매가 나를 발견하고선 '여기야~!' 라며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 순간 나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

어제 처음으로 열매에게 전화번호를 따였을때 부터 걱정했던 상황이였지만...

저 뜨거운 눈빛들을 감당하고 있자니 숨이 멎을 지경에..

좀비 마냥 힘없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열매 곁으로 가서 앉았는데..

열매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악랄한 조커마냥 입을 쭉 째고선 '헤헤~ ' 웃으며

난데없이 63빌딩 만한（...） 5단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이에 난 ~ 와 저새끼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 라는 말을 얼핏 들었으나,

에이씨.. ' 못먹어도 고다 ' 라는 생각에 이 상황을 정면돌파 하기로 결심했다.

어쨋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열매의 손은 쉴틈없이 도시락을 이리저리 분리해

탁자에 쌓기 시작했는데...



맙소사,



놀랍게도 도시락엔... 색감과 향까지 고려한 완벽한 음식들이 차례차례 들어있었다.

첫번째 칸은 각종 채소가 들어간 양상추샐러드 가,

두번째 칸은 참치주먹밥과 유부초밥이...

세번째 칸은 각종 재료가 균형있게 잘 들어간 먹음직 스러운 샌드위치가...

네번째 칸은 계란말이와... 팽이버섯을 베이컨으로 싸서 구운 베이컨말이가..

다섯번째 칸은 방울토마토와 오렌지까지..



이에 주변에서 스리슬쩍 눈짓으로 이곳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주변으로 다가와 그야말로 '감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물론, 감탄을 터트리는 사람들중에 나도 포함이 되어 있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우와아아.. 이거 진짜 열매, 네가 싼거 맞어? "



내 질문에 열매는 마치 자신이 장한일을 했다는 양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

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기에... 이런 여자를 만나게 된 거지?

난 서둘러 샌드위치를 한입 크게 베어물었고,

그럴때 마다 주변의 수컷들에게서 한탄 섞인 푸념들이 터져나왔다.



" 대체.. 저 새끼가 나보다 잘난게 뭐지? "

" 아.. 신이시여.. 어째서.. 어째서.. "

" 아냐.. 하늘은 불공평해.. 이 세상에 신은 없어.. "



하지만 그런 말이 들리는둥 마는둥 열매는

내 입술 주변에 묻은 빵 쪼가리를 손수 떼어주며,



" 맛있지? 헤헤, 나는 이거 싸면서 조금씩 먹었으니까 어서 먹어!!
그리고 오늘 저녁에 나랑같이 영화 보는거다? 헤헤헤헤 "



어제 밤, 매몰차게 뒤돌아 섰던 일들은 모두 잊었다는 듯 밝게 웃고만 있었다.





















으헤헤헤헤헤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에게 천사가 온 것인가, 아니면 악마가 온것인가? 자꾸만 이상한 고민에 휩쌓였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분명 천사가 온것이 분명하다며 부러워 하겠지만..

도시락을 다먹고 열매를 돌려보낼 때의 기억이 생생해 그녀가 천사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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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내 생에 가장 맛있는 도시락이였어.
줄이 너무 길어서.. 오늘은 점심 먹지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정말 최고다.
혹시.. 열매는 먹고 싶은거 없어? 내가 영화보고 저녁에 다 사줄게! "



돌아서서 가려는 열매를 붙잡고서 이런 말을 한 후,

그녀가 혹여 푸아그라나 캐비어를 원한다 해도..

부장과 맞짱을 떠 가불을 받아서라도 사줄 의향이 있었기에

천천히 움직이는 열매의 입술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우물쭈물 하던 분홍빛의 그 이쁜 입술에서.. 뜬금없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 으음... 석현이... 네 입술...?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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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 짝! 짝!



난 서둘러 내 뺨을 세대정도 때렸지만,

말을 끝내고선 도시락에 싸온 방울토마토 보다 붉어지던 열매의 양 볼이

계속해서 머리속을 맴돌기 시작했고, 때문에

심장은 갓 태어난 마냥 주체할 수 없이 힘차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난 서둘러 이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휴대폰을 꺼내들어 '갤러리' 를 터치해 사진 하나를 켰다.

휴대폰에 여자친구 사진 하나 없다며, 뺏어서는 찍어놓은 열매 자신의 사진이였다.



" 헤헤헤헤헤헤헤헤헤.... "



그녀는 분명 악마가 분명했다.. 아니고서야 사람 마음을 이렇게.. 만들수가 있단 말인가..

난 시간이 다 되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온 아주머니들을 향해 손짓으로

작업할 위치를 알려준 후 난 휴대폰을 붙잡고 밝게 웃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때 놓았던 정신은

두어시간 후... 부장의 불호령이 되어 내 고막을 향해 내리쳤다.



" 야이 윤석현 개!!!!! 자식!!!!!!아!!!!!!!
아줌마들 C동으로 보내랬더니 왜 F동으로 보냈어?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이 자식아!
누굴 말려 죽일려고 이러는거야?! 엉?! 엉!? 이 짜식아아아아아아 !!! "



미친..

사고도 그냥 사고가 아닌 대형사고였다.

두시간동안 7명의 아주머니들이 땡볕 아래에서 전혀 하지도 되는 헛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정신줄을 놓은채 휙~ 휙~ 거렸던 내 손짓 하나 때문에 말이다.



" 죄...죄송합니다.. "



쩝.. 늘 하던 '죄송합니다..' 였지만,

이런 대형사고는 정말 처음이였기에.. 진심을 담아 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부장의 화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급기야... 그의 입에선

내가 평소에도 가장 듣기 싫어하는,

더군다나 저녁에 열매와 영화를 보기러 한 나에게선

'차라리 나가 뒤져라' 하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 튀어나왔다.



" 됐어. 오늘 못한거 니가 아줌마들 데리고 남아서 끝까지 책임져.
아줌마들 추가 수당은 니 월급에서 까버릴테니까. 그렇게 알고. "



제길.. 뒷말들은 다 허풍이라는걸 알기에 별 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잔업이라니...

데이트가 잡혀있는데.. 잔업이라니..

그것도 열매와의 데이트인데... 잔업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나는 큰 결심을 하고선 이를 악물고 부장을 향해 악이받친 목소리로 나즈막히 말했다.



" 안됩니다. 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잔업은 안될것 같습니다. "

" 뭐?! 이 자식이 정신을 못차렸나. 안되! 잔업해! "



크흑.. 하지만 부장은 더 악에 받친 목소리로 나에게 답했고,

조금은 그의 착한 심성을 끌어내보고자 이번엔 비굴한 투로 부탁했다.



" 저.. 오늘 데이트 약속 있어요.. 아.. 부장님.. 진짜요..
저도 연예도 하고.. 결혼도 해야죠.. "

" 허허, 안된다면 안되는줄 알어! 세상천지에 널린게 여잔데 데이트는 무슨,
나처럼 선봐서 결혼해 짜샤! 오늘 무조건 잔업해야되! 알았어?! "



제길.. 제길..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결국 이렇게 열매와의 데이트를 포기해야 하느냐,

직장을 포기해야 되느냐, 내생에 가장 큰 고민에 빠져있는 찰나

내 머리를 관통하는 굳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 부장님. 이거 보세요... "



그 아이디어는 바로..

' 열매 ' 였다.

서둘러 부장에게 넘겨준 휴대폰에는 오후내내 켜져있던 갤러리

'열매폴더' 에 있는 단 하나의 사진이였다.



" 이... 이게 누.. 누군데? "



부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철갑을 두른 소나무 마냥, 강철심장을 가진 부장의 목소리가 떨린다는 것은

곧 나에게 승리가 가까워 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나는 비장한 투로 외쳤다.



" 세상 천지에 널린 여자들 중에서도 결코 흔치않은.. 제 어여쁜 여자친구지 말입니다... "



후후후후후..

대형사고로 인해 굳어있던 부장의 표정이 '열매' 사진 하나로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그렇게 승리의 여신은 나의 편을 들어주나 싶은 찰나, 부장이 고개를 크게 흔들며 외쳤다.



" 그래.. 윤석현.. 네놈이 해냈구나.. 이럴줄 알았어. 이럴줄 알았어... 만남의광장에서 찍은거네?
오늘 낮에 밥도 마다하고 뛰어갔던게 이거였구나? "

" 예.. 예!! . 부장님 ... 저.. 그.. 오늘 잔업 빼도 되.. 되겠습니까? "



과연?! 어쩔것인가...?

어느 세 주변을 몰려든 아주머니들도 ' 아이고 처자가 참 참하네~ 오늘 잔업은 빼줍시다. 곽부장님 '

하며 내편을 들어주기에 바빳고, 8명의 16개의 눈들은 부장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때였다.



부장의 고개가 목젖이 보일만큼 크게 젖히더니 곧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 많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가거라! 가서 ! 우리같은 도장공들도 이런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걸 널리 널리 세상에 알리고,
우리 마누라 한테도 꼭 보여다오! 하하하하하 오늘 잔업은 빼주마! 가라! "



부장의 입이 멈췄을 때, 아주머니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박수를 쳤고,

나는 고맙다며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기 바빳다.

알고 있다.

몸매관리도, 아침밥도, 애들도 못챙기는 뚱뚱한 부장마누라가...

매일 '당신같은 도장공이 나같은 여자 만난건 엄청난 행운이야!! ' 라며 갈군다는 사실을..

크게 웃는 부장의 눈에 약간이나마 눈물이 고여있는걸 본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곧 열매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선 조선소를 제시간에 무사히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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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이 부탁 하셔서 쓰는 3줄요약
1. 열매는 이쁘다.
2. 부장은 착하다.
3. 부장마누라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