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팩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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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자는 짜증을 내고 있었다.
"진짜 이 병원은 믿을 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더 검사를 해보자니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2차 약물치료가 끝나고 병원 측에서는 수술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골육종의 수술방법 첫 번째는 발병 부위를 절제한 후 인공 뼈 또는 기증받은 뼈를 절제부위에 삽입해 재건설 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발병 부위의 절단이다. 그러나 인의 경우에 발병 부위는 우측 종골. 발 뒤꿈치 뼈였다. 현재, 발뒤꿈치 뼈는 우리나라에 인공뼈도, 기증받아 보관중인 뼈도 없어 재건설 수술은 할 수 없고 오직 절단수술밖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의 입에서 수술 설명이 떨어지자 인은 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미자는 한참동안 의미 없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수술을 하지 않는다든가. 결국 절단을 해야 한다면 약물치료는 왜 했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인은 조금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변화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에게만 절망이다. 인은 자신의 다리를 절단해야한다는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건 그에게 있어서 절망이 아니라 단순한 변화였다. 마치 썩은 이빨을 뽑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설명을 들은 날 이후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며 인을 설득하려했다. 어느 병원이 좋다더라, 어느 병원도 한번 가서 검사를 해보는 건 어떻느냐....... 인은 어머니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8
수술 예약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 미자는 인을 설득하려하지 않았지만 병원에 갈 생각 역시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매일같이 항암에 좋다는 약재들, 개똥쑥, 토마토, 콩으로 차와 주스를 만들어 상에 놓았다. 오랜 약물치료로 미각이 둔해졌기 때문에, 인은 그것들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사건은 결과를 낳는다. 수술 예정 사흘 전, 미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인은 통화 내용을 듣진 못했지만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서 그 내용을 직감할 수 있었다. 또, 그 소리. 전화를 끊고 그녀는 인에게 말했다.
"승유가....... 승유가......."
미자는 그날 밤 스탠드만 켜진 책상 위에서 잠들지 못했다. 인은 오늘따라 개구리 울음소리가 크다고,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그녀는 인과 함께 서울로 출발했다. 그녀의 손에는 약 3주치의 음식과 옷가지를 싼 보따리가 들려있었다.

병실에 입원하자, 얼마 있지 않아 의사가 들어왔다. 마음의 준비, 결정에 대한 격려. 그리고 수술 일정에 대해 다시 조금 설명하곤 다시 미자와 인, 둘만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개구리가 다시 울었다.




인은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해 질 녘이었기 때문인지 바람은 조금 쌀쌀했다. 한강, 그리고 그 너머 서울 야경이 보이는 야외휴게실 난간 앞 벤치에 앉았다. 그곳에 앉아 인은 오른발을 꼼지락대었다. 잘도 움직이는군. 그는 그 모습을 머릿속에 각인하려했다. 그는 문득 승유가 생각났다. 그 생각에 인은 승유가 앉았던 자리를 보았다. 그 생각에 그는 지고 있는 태양을 보았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세상을 덮었다.
어두운 세상에서 반짝이는 것은 단 하나의 별이 아니라, 도시의 야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