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팩션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무궁화호 안에서 인은 생각에 잠겼다. 인은 그날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연락해 바로 휴학절차를 밟았다. 옷가지와 책들을 택배로 부치고 교정을 나선 기억. 인은 조금 웃고 있었다.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진 듯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사건을 동경하던 그였다. 이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그는
“암 걸리면 군대 면제라면서요?”
같은 실없는 농담까지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질병은 인에게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희한하게도 조금은 기대됐었다. 이 느낌은 마치 흥분에 가까웠다.
‘멍청아 넌 암에 걸린 거라고.’
머릿속으로 되뇌어도 흥분은 가시지 않았다. 상진을 포함한 친구들의 걱정들, 주위사람의 응원들 모두가 행복을 더하고 있었다. 그 자신에게 오는 관심들. 그 느낌은 마치 고등학교 때 학교 담을 넘어 분식집에 가는 것 같은,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기분들이 복잡오묘하게 섞여있었다. 그는 머리로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가슴이 방망이질 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기차는 마치 황소처럼 달리고 있었다.

4
인이 그의 어머니, 미자와 함께 서울에 온지도 2주일이 지났다. 인에게는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다. 병명 골육종. 뼈에 발생하는 암중에서는 가장 흔하지만 다른 암에 비해 그 발병 정도가 적은 희귀암이다. 왕성한 10대 성장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인제 뼈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장골단 즉 무릎, 발목, 팔꿈치 등이다.
미자는 믿기지 않은 듯 했다. 우리 아들이 암이라니? 오진일 것이다. 이 의사 놈이 엄한 사람 겁준다. 이 겉 다르고 속 다른 놈. 겉은 온갖 품위 있는 척 하면서 병자의 고혈을 뜯어먹고 사는 돈에 환장한 노랭이자식.
설령 그 의사가 그녀의 말대로 돌팔이라도 인의 병은, 그의 통증은 가짜가 아니고 그의 눈앞에 놓인 조직검사 결과표 역시 가짜가 아니었다.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인을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