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그저 몸을 맡겨라
내가 이렇게나 나이를 먹으며
얼음장처럼 쨍하고 깨지고 쩡하고 다시 얼어붙는
세상이란 놈에게 배운 것 뿐이라곤
그 같잖은 처세술밖에는 없던가

ㅡ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나
모든 계산이 다 끝났다지만
나의 마음속의 악단은 아직도 지휘봉을 안 내려놓았다
그깟 계산 따위로,
그까짓 것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ㅡ쓸데없는 짓을 뭣하러 하는가?
하지만, 하지만
그리하여
내 마음속 작은 오르골의 태엽이
그 날들의 추억의 절반,
아니, 그것의 절반의 절반이라도
그것이라도 감긴다면

나는 그 최소의 교향곡에
나의 바다를 만들고 파도를 만들고
겨울,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겨울에 하얀 빛으로 얼어붙은
나의 전신의 말단부터
지금은 숨 쉬기도 힘들어 헐떡대는
검은 심장까지 모조리 살라내고

한 마리의 범고래가 되어
기꺼이
아ㅡ 검은 눈동자와 흰 배를 가진
그 검푸른 그 바다에서
한 바탕의 곡예를 펼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