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내 회전교차로
가운데 노숙자 한 명이 서있다
헤진 정장의 꾀죄죄한 차림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어느 날 시내 한 편에
운석이 크게 떨어지고 난 후로부터
멍하니 매연을 먹고 있는 것이다

수 많은 철덩이가 사내를 돌다가
목적지를 찾아 빠져나간다
혹자는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몰골이 안타까워 혀를 차다가
찡그린 시선을 돌려버리고,
그럴 때마다 익숙하다는 듯이
무거운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벌건 시야에 길게 음영이 진다.
이따금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
왜 이렇게 살고있냐고 물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교차로엔 인도가 없지 않느냐고는
눈썹을 찡그리고 어거지로 웃다가
구겨진 입꼬리를 정돈하는 것이다

흐리멍덩한 눈이 시내를 방황한다
세상 어디에도 지친 몸을 뉘일 곳이 없고
시선은 다가오는 일 없이 몸을 훑다가
갈 길조차 모르는 멍청이를 두고 떠난다.
이따금 그는 누군가 버리고 떠난
구겨진 꽁초를 잘근잘근 씹는다
텁텁한 꽁초를 씹다가 씹다보면
어느샌가 입 안에 짠 맛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