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그렇게 열차는 다가오고 있었고, 마침내 열차는 그대로 우릴 덮치고 지나갔다...

' 죽는순간이 너무 짧으면 고통도 없다고 하든데... 정말이었구나... '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주변이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무슨일인가 하고 눈을 떠보기도 전에 내몸은 누군가에 의해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조금씩 의식이 드는걸 느끼고 주변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 이 환자.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정밀검사결과도 지극히 정상이고.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 저도 잘 모르겠어요. 30대 후반정도 되보이시는 남성분이 이학생이랑 여학생 한명을 병원에 데려오
셨는데 아무말도 없이 이 학생한테 전해주라고 이것만 남기고 떠나셨거든요. "

" 그래? 아무튼 깨어나면 한번더 검사를 해보자고. 일단 hypnotic 5cc 투약해 "

" 네. 알겠습니다 "

이 말까지 듣고 따끔한 느낌과 함께 나는 다시 잠들었다.

일어났더니 잘 꾸며진 병실이었다. 옆 침상에는 그때의 그 여자아이가 누워서 자고있었고
시간을 보니 새벽 3시30분 이었다.

' 어떻게된거지? 난 분명 그때... '

생각을 다 하기도전에 간호사 한명이 병실로 들어왔다.

" 깨어나셨네요? 신분확인을 할만한게 아무것도 없으셔서 일단 이거부터 작성해주시고 보호자분께
연락좀 부탁드릴게요. "

" 저기... 제가 어떻게 된건가요? "

" 저도 자세한건 몰라요. 어떤 중년 남자분이 학생 둘을 병원에 데려다 주셨어요. "

" ... "

" 그리고 이건 그분이 남자분께 전해드리라고 남기신 물건이에요. 확인해보시고 이 서류 작성해주세요~ "

" 아, 네... 감사합니다 "

' 나한테 남긴 물건이라고?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줄만한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명도 없는데 ...'

이렇게 생각하며 간호사가 준 종이백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꽤 큼지막한 상자가 들어있었고, 위에 한마디 말이 써있을 뿐이었다.

- 자라온 환경이 좋았다면, 자네는 목숨을 걸고 할만한 꿈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상자를 열어보게 -

부끄러운 말이지만, 난 자라온 환경이 좋았어도 목숨을 걸만한 꿈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경험해보기전엔 모르는 일이지만 단편적으로 생각했을땐 그랬다.
그래서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지만 그 상자는 돌려줄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열지않았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30분이 되니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간단한 검사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까지 같이 병원에온 여자아이는 여전히 자고있었다.

" 저기 선생님. 저 여자아이는 어떤가요...?

" 저 학생도 현재로서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걱정 안해도 됩니다. 다만 정신적인 충격을 강하게
받은흔적이 있는데 몸에 이상은 없으니 조만간 깨어날겁니다. "

" 저... 오늘 퇴원할수 있을까요? 병원비는 제가 꼭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일전의 그 간호사가 나에게 말했다.

" 저기, 병원비는 그때 그 남자분이 충분히 지불하고 가셨어요. 걱정 안하셔도 되니까 정밀검사부터
일단 받아보는걸로 하세요 "

무슨말인지 당시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노가다판에서 일하면서 어린나이때부터 별애별
더러운 세상을 다 봐왔기때문에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 뭔가 있는건가? 세상에 이유없는 도움은 있을수 없어. 오늘밤 빠져나갈까... 아니면... '

" 일단 검사부터 해보고 결과나오면 다시 말씀 나누기로 하겠습니다. "

" 아,네... 감사합니다 "

검사시간은 12시 30분이었다. 지금이 9시 45분이니 3시간가량 남았다.
생각해보니 여자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는거 같아서 자는 모습을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가서 얼굴을 쳐다보니 그렇게 엄청이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보같은얼굴이었다.
뭔가... 평범한 일상을 지내도 잘 웃을거 같은 그런사람...
그렇게 5분이나 쳐다봤을까 갑지가 여자아이가 눈을 떳다.
나는 깜짝 놀라서 가까이 다가갔던 얼굴을 뒤로빼면서 말했다.

" 저기 학생, 괜찮아요? 어디 아픈데 없어요? "

" . . . "

" 배고파요? 뭐 필요한거 있어요? 말해봐요 "

" . . . "

" 말을 해요 !!! 말 못해요? "

" 아... 니... 요 "

아직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건지 정신적 충격으로 조금 상태가 안좋은건지 알수없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을 부르러 갔다.

" 여기서 좀 쉬고있어요. 힘들면 어디 가지말고 그냥 누워있어요. 내가 의사선생님 데려올게요 알겠어요? "

" . . . "

그렇게 의사선생님을 부르러 자리를 뜨려는데 여자아이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 2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