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위 첫 걸음 내딛자, 주변 보이는 목백일홍 여러 그루에 내리쬐는 태양이 비쳐 반쯤은 투명하게 비치는 그 자색 꽃잎 너머로 내 눈동자를 찔러 오는 새햐얀 빛줄기가 내리꽃히면 이내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과 여름의 향기가 세상을 뒤덮음을 통감하고 슬며시 웃게 되는데, 들뜬 마음과 함께 가벼워진 자박자박 발걸음 맞추어 가락 뽑아내듯 다리 감싸는 너는 나를 사랑한 산들바람이요 만물을 사랑한 자연의 풍미일지어니, 그 목백일홍마저 산들바람의 옅은 미소에 반하여 여름 단비처럼 토지를 물들이는 자색 꽃이파리를 흩뿌리고 이는 곧 태산의 은혜인지라 내가 느끼는 것은 은혜의 기쁨에서 변모한 신앙이요 이는 이 산길 곳곳 숨어든 풀벌레마저 감복하여 꺄르르 웃음소리를 비쳐 보이고 산도 웃고 나도 웃고 나무도 웃고 벌레도 웃고 이는 그저 장관이라는 공허한 글자로는 담을 수 없어 길고 긴 구차한 노랫소리로 담아내는 바이다.

간결함이 오직 미덕은 아니니 몇 십 년 자리 꿰차고 서 있는 저 목백일홍도 길고 긴 그 삶을 아름답게 흩뿌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