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흘렀다.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수연이와 많이 친해졌다.




둘이서 밥을 먹거나 영화도 보았다. 둘이서 맛집을 찾아다녔으며, 카페에서

몇시간 동안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수연이를 좋아한다. 방긋 웃는 수연이의 얼굴

이 너무나 좋았고, 수연이의 향기가 좋았다. 그 향기를 맡으면 무언가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어느날 나는 수연이에게 물어봤다.




"너에게서 좋은 꽃 향기가 나. 벚꽃향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

닌거 같아."


수연이는 내 말을 듣고 웃었다.




"그럼 뭔데?"



"모르겠어. 엄마의 냄새? 아기의 냄새? 그런거 같아."



"그게 뭐야? ㅋㅋ"




수연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 다시한번 포근한 향기가 나의 코를 훑고 지나갔다.




나는 결심했다. 수연이에게 고백을 하기로.




나는 밤 9시. 벚꽃이 만개한 공터로 갔다. 수연이와의 장소. 이곳에서 고백

을 할 참이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는 꽃과 케잌을 준비했다. 꽃은 벚꽃, 케익은 수연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치즈케잌.




나는 핸드폰을 꺼내었다.




핸드폰을 보니 수연이의 번호가 보였다. 나는 수연이의 번호를 클릭해놓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말성였다.




이것을 누른다음 바로 좋아한다고 말할까? 아니면 어디서 만나자고 한다음 좋아

한다고 말할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나의 손가락은, 의식적으로 통화하라고 하였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하기로 했으니 해야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할 것이었으니. 나는 큰 마음

을 먹고 통화하기를 눌렀다.




신호음이 일분째 울렸다. 수연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나는 다시 한번

걸었지만 이번에도 수연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에 들고 있는 꽃과 케잌이 돌덩이마냥 무거워

졌다.




그런데 약 이십분 정도 지났을 때에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보았다.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병민이었다.




전화를 받으니 병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이 없고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병민이냐?"


"응. 나다."


"왜그래? 취했냐?"


"술좀 먹었다."


"혼자 먹었냐?"


"응."


"왜 혼자먹어. ㅋㅋ. 나라도 부르지 그랬냐?"


병민이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우울해서 그것을 풀어볼 심산으로, 나는 짐짓 쾌할

한 말투로 말했다.



"나 고ㅂ……했다."


병민이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잘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뭐했다고?"


"나 ……했어."


"뭐라는 거야?"


"고백했다고!"


나의 반문에 병민이는 짜증이 난건지 소리를 높여 말했다.



"고백했다고? 누구한테?"


"수연이한테."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병민이의 힘 없는 목소리.



"뭐? 수연이?"


"응."


"너 수연이 좋아했냐?"


나는,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뜻밖이라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심란했다.




"어. 내가 저번에 말했지? 좋아하는 여자 생겼다고. 그게 수연이었다."


"헐."


머리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수연이가 내 전화를 안받은 것은 이것 때

문이었나? 그렇다고 왜 안받았지? 혹시.



"수연이는 뭐라는데?"


이때 나의 목소리는 꽤나 고조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차였다."


병민이는 몇초 뜸을 들이며 말했다.




"차였다고? 뭐 어떻게? 자세히 이야기좀 해봐."


"수연이한테 좋아한다고, 나랑 사귀자고 했는데 수연이는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

다네. 후~."


"그래?"



병민이의 말을 듣고, 나는 왠지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혹시 수연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닐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수화기

넘어로 병민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

실을 알 수 있었다.



"어. 아, 힘드네. 이제 무슨 낯으로 수연이를 보냐?"


"뭐 어떠냐? 그냥 보면 되지. 남자가 그런것 가지고 그러면 쓰겠냐?"


나는 병민이의 상황을 고려해보지도 않은채 내 생각대로 짓거렸다.




병민이와의 통화는 십분 정도 더 하고 끊었다.




통화를 끝내고 나는 왠지모르게 기뻤다. 나일 수도 있다는. 그런 희망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속에 바람을 불게했다.




하지만 십분 정도 곰곰히 생각하고 나서야 나는 그저 이기적인 생각 밖에 하지 않았

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민이를 생각하지도 않은채 그저 나만을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나는 너를 좋아해 라고 난 말할 수 있

을까?




수연이한테 내 마음을 털어놓고 병민이한테 미안해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수연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일까?




나는 벤치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빛이 유난히 빛나는 것이 보였다.




달빛을 보고 있으니 나의 힘이 모두 달빛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갑작스런 벨소리에 나는 핸드폰을 보았다.




!!




수연이였다.




나는 뜸을 들였다. 아니,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받아야 했다. 벽에 가로막힌 지금의 상황을 위해서는, 그 벽을 뚫기 위

해서는 내가 용기를 내야 했다.




나는 통화하기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여보세요?"


핸드폰 넘어로 수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이 없는 모양이었다.




"응. 수연아. 무슨 일 있어?"


오늘 난 수연이에게 고백하기로 했었지만, 지금 고백할 수는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는듯 물었다.



"전화가 와 있길래."


아, 맞다.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이젠 괜찮아."


"그렇구나."


수연이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응. 그럼 이……."


나는 이만 통화를 끊을겸 말을 하려는데, 그때 수연이가 나의 말을 끊으며 말을 건

네왔다.




"민수야. 아직 끊지마. 난 아직 할 말이 있어."


"응?"


"너 지금 어디있어?"


"나 지금 집에 있는데."


"집에?"


"응."


"정말?"


"응. 집에서 누워있어. 할 말이 뭔데?"


"뒤를 돌아봐줄래?"


뚝!


수연이는 뒤를 돌아봐단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응?"



나는 속으로 "뭐지"하며, 수연이의 말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뒤에 수연이가 서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서 있었느지 모르겠지만.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맨얼굴로, 달빛을 머금은 초롱초롱한 눈은

나를 향한채, 입은 아주 작으마한 미소를 머금은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수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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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치겠네요.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더욱 좋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싶

은데.

이 사회를 벗어나서 한가로이 상상 할 그럴 시간이 없네요 ㅠㅠ

아무튼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래도 연재는 계속 할게요!